유비티즌 A양, 유토피아를 꿈꾸다

컴퓨터·휴대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이 안 된다. 휴대폰으로 영화 보고, 게임하고, 음악 듣는 시대.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주고받는 이른바 유비쿼터스 개념이 생활 전반에 확대되었다.

이미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것들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거나, 가까운 시일 안에 현실화할 예정. 디지털에 살고 디지털에 죽는, 유비티즌 A양의 가상 다이어리. 이것은 현실 또는 가까운 미래의 당신 모습.

[1] PDA, 싸이언, 89만원.

휴대폰과 PDA를 결합한 고품격 포켓용 PC. 국내 최대 멀티미디어 저장용 메모리와 인텔 PXA260을 탑재해 400MHz로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정확하다. 한글 2003뿐 아니라, MS 오피스의 활용이 가능하며 최대 1시간 동영상 촬영도 가능. 디카, PC, 휴대폰의 기능을 합친 것에 비하면 가격도 저렴한 편.

[2] 휴대용 게임기 PS&NINTEND, PS

작은 클러치 안에 쏙 들어가는 휴대용 게임기. 지난 해 4월 일본에서 출시해 인기를 얻은 히트 상품. 2개의 대형 화면을 통해 아기자기한 게임을 할 수 있다. 지난 12월에 한국에서도 출시.

[3] 휴대폰, 스카이 IM-770, 50만원대.

고화질 TFT-LCD를 탑재하여, 선명한 화질, 무선 인터넷은 물론, 데이터 매니저 케이블로 컴퓨터와 연결하여 MP3 플레이어를 통해 MP3 파일을 다운받아, 댄스·발라드·힙합·록까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대용량 메모리를 탑재하여, 최대 25곡까지 저장. 1백30만 화소의 내장된 카메라로 사진첩을 만들 수 있으며, 컴퓨터와 연결하지 않고도 사진을 프린터로 인화할 수 있다.

[4] 무선 데스크톱, LX 700, 로지텍, 14만원

선 없이 어디서나 간편하게 쓸 수 있는 무선 키보드 마우스 세트. 음악 재생, 인터넷 검색 등 사용 빈도가 높은 미디어 제어 버튼을 추가한 키보드와 마우스 배터리를 교체할 필요 없는 충전식 마우스로 구성되어 있어 편리하다.

[5] 노트북, 센스-Q30. 2백80만원대

무게 1.1kg, 두께 1.8cm, 웬만한 두꺼운 노트 무게로, 콤팩트 노트북의 정점을 보여 준다. 동일 콘셉트의 제품 중에서는 세계 최경량·최박형. 이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2가지 타입의 배터리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 DVD 타이틀을 비롯한 영화 감상에 알맞아 ‘엔터테인먼트형’ 노트북 PC다운 특징을 보여 준다.

[6] MD MZ-NHI 소니, 53만8천원

Hi-MD는 기존의 MD와 마찬가지로 음악을 저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PC 파일이나 텍스트·사진·동영상 등 모든 형태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개인의 필요에 따라 음악 앨범으로, 사진 보관함으로, 하드 디스크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PC에 연결할 경우 자동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USB 케이블을 통해 연결하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AM 7:00

그래픽 디자이너 A양. 그녀는 눈을 뜨면서 잠들 때까지 디지털과 함께한다. 오전 7시. A양을 깨우는 것은 ‘AV형 통합 컴퓨터’. 컴퓨터와 오디오가 결합한 형태로 미리 예약해 둔 시간이 되면, 컴퓨터에 자동으로 전원이 들어와 설정한 음악인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흘러 나온다. 지난 밤, 친구들과 M2에서 무리하게 춤을 춘 탓인지 몸이 영 개운치 않다. 침대에 붙어 있는 자가 진단 시스템으로 심박수와 체온, 혈압을 체크한다. 모두 정상. 그런데도 왜 이렇게 몸이 무겁지.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에 놓여 있는 타블렛 PC로 가서 펜으로 화면을 두드린다. 대기 모드에 있는 화면이 밝아지고, 오늘 하루 일정을 플랭클린 타블렛 PC 에디션에서 확인한다. 오늘까지 마쳐야 할 작업 일정이 화면 중간에 뜬다. 화면 창을 닫고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펜으로 아웃룩 아이콘을 눌렀다. 어제 예약한 앨범을 다운로드받아 하드형 MP3 플레이어로 곧바로 전송한다. 하바드 앨범을 재생시키자 방 안에 있는 4개의 스피커에서 음악이 울려 퍼진다.

* AM 7:20

모닝 커피를 마신 후 욕실에 들어선다. 세면대 거울에 부착된 디스플레이는 몇 시간 뒤의 기상과 교통 정보를 알려 준다. “오늘 날씨는 상당히 춥겠는걸.”

변기에 앉자, 거울 화면은 조간 신문의 주요 기사로 바뀐다. 아침을 먹으며, 홈 서버에 도착한 메시지를 TV 화면을 통해 확인한다. 파리로 출장 간 남자친구가 에펠탑 앞에서 찍은 동영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얼굴을 보니,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까이 있는 느낌.

출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A는 핸드백에 물건을 챙긴다. 파우치보다 먼저 챙기는 것은 얼마 전에 산 핸드 헬드 PC, 캐논 익서스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날씨가 춥다고 했지? 코트도 잊지 않고 챙긴다.

* AM 9:00

아파트를 나서며 A는 차량 내부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작동한 뒤 음성으로 목적지를 입력했다. ‘청담동’이라는 목적지 정보는 네트워크를 통해 도로 교통 중앙 제어 장치에 전달된다. 중앙 제어 장치는 목적지까지 최단 거리 및 소요 시간을 계산한다. 한남대교를 이용하면 40분 정도 걸린다고? 동호대교를 타려던 A, 얼른 방향을 바꾼다. 소요 시간 오차는 서울 시내의 경우 5분 안팎. 9시 40분에 도착하면, 커피 빈에서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있다.

* AM 10:00

회사에 도착, 홍체 인식 시스템에 눈을 잠깐 들이대자 문이 열린다. 책상 위 데스크톱의 전원을 켜자, 오늘 해야 할 일이 메일을 통해 자동 수신되어 있다. 클라이언트와의 미팅. 회의 내용을 타블렛에 적고, 후배에게 파일을 공유시켜 주어 업무를 지시한다. 회의 내용을 일일이 키보드로 치기 힘들 땐, 녹음을 해서 파일 형태로 저장한다.

* PM 1:30

점심을 먹은 뒤, 출장 가서 써야 할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코스트코에 간다. 도로 위가 주차장을 방불케 해 귀찮지만 전철을 탄다. 전철 안에서 휴대폰을 통해 어제 싸이월드에 등록한 새 글이 있는지 확인하고 답글을 단다. 휴대폰으로 은행 계좌이체를 한 후에 주말 저녁, 남자친구와 함께 볼 영화표를 예매한다. 영화 미리보기를 선택해 개봉 전부터 벼르던 <클로저>를 예매하고, 모바일 티켓 인증 번호를 받았다. PDA를 꺼내 다음 주에 놀러 갈 일본 하라주쿠의 시내 지도를 클릭해 가야 할 숍을 체크한다.

* PM 4:00

휴게실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영자 신문을 본다. 웬 잘난 척이냐고? 컬러 코드를 모르고 하는 소리. 영자 신문 기사 아래 있는 코드를 폰카로 찍으면 한글로 번역된 내용이 휴대폰에 뜬다. 연예인과 관련된 기사 코드를 갖다 대면 지면에서 소화하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

* PM 7:00

드디어 기다리던 퇴근 시간, 평소보다 일찍 사무실을 나섰는데, 갑자기 회사 주위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A의 휴대폰에 긴급 메시지가 도착한다. ‘포천 080 부대에서 무장 군인 탈영, 저녁 6시 30분부터 긴급 신원 조회 명령 발령, 시민 여러분의 협조 바람’.

얼마 전에 통과된 신원조회법에 따라 성인은 경찰이 요구하면 얼굴 영상과 신원 정보가 탑재된 전자주민증이나 휴대폰을 보여 주어야 한다. 만약 이를 거부하면 경찰서에서 본격적인 신원 조회를 받게 된다. 디지털이라면 쌍수 들고 환영하는 A지만, 신원조회법은 왠지 사생활을 감시당하는 것 같아 꺼림칙하다. 필립 케이딕의 소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가까운 미래엔 범죄 예방을 위해 생체 칩을 강제로 이마 위에 이식하게 될지 모른다.

* PM 8:30

도로 위에 너무 오랫동안 있었더니 피로가 몰려 온다. 스마트 폰으로 홈 서버에 접속해 실내 온도를 25℃에 맞추고 목욕물을 받아 놓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로마향 오일을 섞은 욕조에 몸을 담근다. 침대에 몸을 누이자 자가 진단 시스템에서 의사가 보낸 음성 메시지가 흘러 나온다. “저혈압입니다.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과음과 피로를 삼가고 수치가 더 낮아지면 병원으로 통원 치료 바랍니다.”

어느덧 인터넷과 디지털은 우리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휴대폰으로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고, 은행 업무를 본다. 무선 인터넷으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원격 조종 장치로 가스불을 끄고, 실내 온도를 조종한다. 한마디로 유비쿼터스 라이프가 가능해진 것. ‘유비쿼터스’란 물이나 공기처럼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뜻의 라틴어다. 즉, 도처에 존재하는 마이크로칩 형태의 컴퓨터가 유·무선 네트워크에 항상 접속해 생활의 편의성을 높이는 새로운 환경을 뜻한다.

완전한 유비쿼터스적인 생활은 아직 꿈일 수 있다. 그러나 일본 후찌스에서는 자가 진단 시스템을 갖춘 침대 개발을 이미 끝냈고, 현재 리움 미술관에서는 컬러 코드(4가지 색상을 이용해 각종 디지털 정보를 기록·저장하는 기술. 카메라를 통해 컬러 코드를 인식하면, 정보를 불러올 수 있다)를 이용하여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거실의 온도를 맞추는 것은 이미 일부 고급 아파트에서 이루어지는 홈 네트워크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한 것.

유비쿼터스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할 건 없다. 자동차나 비행기가 언제, 어디라도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듯, 이젠 컴퓨팅이 그 역할을 대신해 주는 것뿐. 휴대폰을 들고 다니면서 이야기하고, 문자 메시지를 받고, 인터넷 접속을 하고, 은행 거래를 하고, 산 꼭대기에서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바로 보낼 수 있는 것. 그게 유비쿼터스다. 일부러 의식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마치 직물을 짜듯 자연스럽게 엮이고, 스며들어 그 존재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 진정한 유비쿼터스는 매일 마시는 커피나 매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처럼, 기술이 아닌 생활이고, 문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