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햄버거를 30일 동안 먹으면서 패스트 푸드의 폐해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미국 다큐 영화 '슈퍼 사이즈 미'가 개봉되면서 건강 관련 프로그램들이 앞다퉈 패스트 푸드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여기에 환경 단체인 '환경정의'의 한국판 슈퍼 사이즈 미 제작까지 가세하여 패스트 푸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이다. 그런데, 그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뭔가 편파적이다 싶다. 모든 문제의 주범을 햄버거로 몰고 가는 것이 딱, 범인을 일단 만들고 놓고 증거를 수집해가는 영화 [살인의 추억]과 닮아 있다. 사실, 삼시 세끼를 한달 동안 햄버거만 먹는 사람도 없고, 햄버거 하나를 만드는 데 1.5평의 숲이 파괴된다는 것도 흔히들 쉽게 빠지는 일반화의 오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녀사냥 하듯 비만과 그 밖의 만병의 주범으로 햄버거를 지목하는 것은 패스트푸드점들로서도 조금 억울하다 싶겠다. 그래서 조목조목 따져보기로 했다. 정말 햄버거가 비만의 주범일까? 환경 파괴의 주모자일까?
1 햄버거는 고지방, 고당분 식품으로 비만의 주범이다?
불고기 버거세트에 함유된 탄수화물은 99g, 지방 31g. 라면세트는 탄수화물 147.5g, 지방 37.6g, 삼겹살 정식은 탄수화물 90.1g, 지방 46.1g. 햄버거보다 고지방, 고당분의 식품들은 이렇게 많이 있으며 더 자주 소비되어지고 있다. 따라서 햄버거만을 유독 집어서 고지방, 고당분 식품의 주범으로 모는 건 부당하다. 이는 식품 종류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 만큼의 지방과 당분을 섭취하는가의 양적 문제다. 영양학적으로 완전한 식품은 없으며 편식없이 얼마나 고른 영양섭취를 하느냐가 중요한 것.
2 햄버거만 먹으면 비만이 된다?
2003년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햄버거 소비량을 비교 분석한 롯데리아 자료에 의하면 햄버거 주요 소비 연령의 1인당 소비량은 월 1개꼴. 10대 중 비만해당인구수로 산출하면 1인당 소비량은 월 4개다. 즉, 햄버거를 먹게 되는 빈도는 월 1~4개 정도인 것. 정상적인 사람의 경우 매일 식사 중 한 달에 불과 1~4개 먹는 햄버거가 비만을 일으키는 주원인이라는 것은 다소 비과학적인 얘기다.
3 패스트 푸드는 화학 조미료가 첨가되어 건강에 해롭다?
식품 첨가물인 화학 조미료(MSG)는 매일 밖에서 먹는 짜장, 우동, 김치찌개, 된장찌개에 보편적으로 들어가 있으며 이 사용량에 대한 통계나 측정은 사실 어려운 사항이다. 일반 가공 식품의 경우 정부가 그 허용기준량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총량 중 대비 약 0.3% 정도를 관례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패스트 푸드는 0.3% 이내로 정부가 허용한 범위 내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식품 첨가물에 대한 논쟁은 첨가물 사용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또는 생산업체와 유행성 시비를 가려야 할 것. 유해성만 입증된다면 모든 식품에 첨가물 사용이 즉각 중지될 수 있다.
4 햄버거는 소금의 한끼 섭취 기준량을 초과한다?
우리나라 햄버거의 소금(나트륨) 함량은 700~ 900mg. 김치찌개 1044mg, 된장찌개 973mg에 비해 결코 높은 수치라고 말할 수 없다. 나트륨의 과잉섭취는 한국인의 오랜 식습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것이지 단지 햄버거 내 나트륨이 문제가 되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염분 섭취를 부추긴다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
5 감자튀김엔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가 있다?
미국 과학·건강심의회는 2002년 12월 16일자 식품음료신문에서 아크릴 아마이드란 물질이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식품 의약 안전청에서도 사람의 발암성에 관해서는 현재로서 확인되어 있지 않은 물질이라고 발표하였다.
6 패스트 푸드의 트랜스 지방은 식물성 기름이라도 나쁘다?
나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은 감소시키는 트랜스 지방은 현재 우리가 섭취하는 많은 식품들, 예를 들어 마요네즈, 마아가린, 감자칩 등의 스낵류, 크래커, 초코렛, 치킨에 일반적으로 많이 포함되어 있다. 패스트 푸드로 인한 섭취보다 그 외 일상적인 음식으로 인한 트랜스 지방의 섭취가 훨씬 더 많은 것. 피자의 경우 트랜스 지방이 햄버거보다 7배 이상 많이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패스트 푸드의 트랜스 지방 함유량만을 몰아세우는 것은 불합리하다. 패스트 푸드는 환경 파괴의 주범이다? 환경단체는 소를 키우기 위해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파괴된다고 하는데, 미국에서 운영되는 일부 목축업 시스템이 마치 패스트 푸드를 위해 생성되는 것으로 보는 것으로 일반화의 오류일 뿐이다. 우선 소고기를 대량 사육하는 것은 패스트 푸드를 위해서가 아니라 소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서양식단에서 비롯된 것. 통계적으로 보면 국내 패스트푸드점의 소고기 총사용량은 국내 소고기 사용량의 1.3%에 불과하다.
7 패스트 푸드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양산한다?
4천원짜리 햄버거 세트를 먹으면 포장재, 컵, 냅킨, 트레이 매트 4종의 종이가 나오지만, 4천원을 내고 초코파이 2박스를 구입하면 종이박스 2개, 알루미늄 포장재 24장이 나온다. 롯데리아의 경우 종이와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하는데 연간 2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반면, 알루미늄 포장재는 재활용도 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