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으로 흥하는 여자 vs 점으로 망하는 여자
점. 어떤 여자에겐 앞날을 밝혀 주는 등불이고, 어떤 여자에겐 판단력을 흐려 놓는 쥐약이다. 점으로 흥하는 고수, 점으로 망하는 하수. 그녀들의 차이점은?
고수는 점괘를 참고로만 삼지만, 하수는 점괘를 덮어놓고 맹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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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가라는 길로 가고, 하지 말라는 일은 안 하는 편이 현명하다. 고수들이 점집을 찾는 이유는, 바로 자기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보다 나은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전문가의 힘을 빌리지만, 그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봉하지는 않는다. 판단은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몫일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 한편,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에 울고 웃는 쪽은 전형적인 하수들. 굿하라면 굿하고 부적 쓰라면 부적 쓰고, 궁합이 나쁘다는 말 한마디에 잘 사귀던 애인도 차 버린다. 술술 흘러나가는 돈도 돈이지만, 점괘가 맞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 서른 살에 결혼해야 운이 풀린다는 점쟁이의 말에 좋은 남자 모두 마다하다가, 나이 마흔에야 겨우 결혼했다는 여자도 있다. 그것도, 20대에 만난 남자들에 비하면 어처구니없을 만큼 별로인 남자와….
고수는 필요할 때만 점을 보고, 하수는 버릇처럼 점을 본다
자꾸 점을 보다 보면 기가 빠져나간다는 속설도 있거니와 너무 자주 점에 의존하다 보면 판단력만 흐려질 뿐이다. 그래서 고수는 이직이나 결혼 등 인생의 체크 포인트만 점을 본다. 단, 목적 의식이 뚜렷하기 때문에 한 번을 봐도 확실하게 본다. 꼼꼼히 정보를 수집한 후, 다소 비싸다 싶어도 신뢰가 가는 곳을 택해 예약하고 찾아간다. 한편, 하수는 시시각각 점에 의존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스포츠 신문의 운세란을 탐독하고, 데이트 상대가 생기면 사주 사이트에 접속해 궁합부터 확인하며, 길을 걷다 가도 사주카페 간판이 보이면 일단 들어가 봐야 직성이 풀리는 ‘점 중독자’. 인터넷 유료 콘텐츠 사용료와 각종 사주카페 및 점집에 뿌린 비용을 합하면 ‘수억’에 육박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량에 노출된 나머지 점괘가 뭐였는지는 정작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고수는 알아야 할 것만 물어보지만, 하수는 몰라도 될 것까지 캔다
인생에는 모르는 게 약인 요소가 많다. 설사 암으로 죽는다거나 남편과 사별하는 등의 우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해도, 굳이 미리 알고 괴로워할 필요는 없는 것. 그래서 고수들은 알아두면 좋을 것 이상은 물어보지 않는다. 그에 비해, 하수들은 알고 싶은 것이 쓸데없이 너무 많다. 이 남자와 결혼하면 이혼하지는 않을까, 나는 언제쯤 죽나, 늙어서 양로원에 가지는 않을까, 온갖 우울한 경우의 수를 끝없이 늘어놓고 그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한다. 한마디로 돈 주고 병 사는 격.
고수는 상황에 맞춰 점을 고르고, 하수는 점에 맞춰 상황을 짐작한다
고수가 점 보는 스타일은 한마디로 ‘그때그때 달라요’다. 바로 지금 이직을 할까 말까, 그 남자랑 사귀게 될까 아닐까 등 양자택일의 상황에 처했거나 향후 6개월 내 가까운 미래가 궁금할 땐 타로 점을 선택하고, 언제쯤 이직을 할 수 있나 혹은 이 남자와 결혼해도 될까 등 보다 먼 미래를 모색하거나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한 시기에는 사주를 본다. 인간관계의 숙제를 풀어야 할 때는 인터넷 동물점 사이트에 접속하며, 답답한 인생에 전반적인 카운슬링이 필요하다면 복닥거리는 사주 카페보단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점술가의 집을 찾는다. 그에 비해 하수가 점을 고르는 방식은 다소 생뚱맞다. 짝사랑하는 남자와 잘될지를 역술가에게 묻는다거나, 취업 문제를 상의하러 타로 카드 점성술사를 찾는 식. 상황의 특성과 점의 특성이 맞아떨어져야 속시원한 해답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나쁜 점괘, 고수는 대책을 세우지만, 하수는 비관만 한다
귀에 달콤한 칭찬부터 극악한 예언까지,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듣는 장소가 바로 점집이다. 고수의 남다른 점은 점괘를 발판 삼아 보다 생산적인 미래를 꾸려 보고자 하는 의지. 애인이 바람파울 거라는 말을 들으면 더 잘해주거나 바짝 감시 태세로 들어가면 되고, 취직이 어렵다는 말을 들으면 더 열심히 능력을 키우면 된다. 한편, 나쁜 점괘 한마디에 비탄 모드에 빠져 버리는 쪽은 전형적인 하수들. 의욕 상실 상태에 빠져 흐물거리다 보면 될 일도 안 되는 것은 당연지사. 정작 본인들은 팔자 탓으로 돌려 버리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고수는 유도 심문을 ‘행’하고, 하수는 유도 심문을 ‘당’한다
고수는 점 볼 때 말을 아낀다. 절대 자기 정보를 먼저 누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점괘를 들으며, 그(혹은 그녀)가 과연 능력 있는 점술가인지, 그저 말장난만 잘하는 점술가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한다. 그에 비해 하수들은 수다스럽기 그지없다. 두루뭉실한 말 한마디에도 “어머, 정말 그래요. 제가 어쩌구저쩌구~” 하고 맞장구치며 자기도 모르게 자신에 대한 이런저런 단서를 제공하는 패턴.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말에도 쉽게 속아넘어가는 순진한 스타일이라, “네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라는 식의 엉뚱한 말도 믿어 버리곤 한다.
점보기 전, 고수는 질문 리스트부터 준비하지만, 하수는 일단 찾아가고 본다
점 보는 데도 요령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질문거리를 미리 준비해 가지 않으면, 뻔한 이야기나 몇 마디 듣고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 아까운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고수들은 아예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 가는 용의주도함을 보인다. 한편, 하수들의 경우에는 일단 찾아가고 보는 식이다. “이직을 할 수 있나요?” 혹은 “언제쯤 결혼하나요?” 정도의 피상적인 질문거리야 있지만, 답을 들은 후엔 그뿐이다. 뭔가 미진한데, 마땅히 이야기를 이어갈 만한 ‘거리’가 생각나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