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재무 상담 받아보니

몇 달 전 1년에 10만원만 내면 재무 상담을 해주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에디터 또한 재무 설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예사로이 흘려들을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서비스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그래서 이제 막 재무 설계를 계획하고 있는 신혼부부가 자산 컨설팅을 받는 과정을 취재해보기로 했다.

첫 번째 미팅, 가계 재무 상황 파악부터

상담을 받은 강민석·이미순 씨는 작년 10월에 결혼한 신혼부부. 대기업 회사원인 강민석 씨와 학원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는 이미순 씨는 가정의 재무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산 운용에 대한 지식도 전무한 상태였다.

포도에셋의 FP 김경식 팀장은 먼저 재무 관리와 재테크의 차이점을 설명해주었다. 재테크가 자산을 늘리기 위한 단순한 테크닉이라면 재무 관리는 자신의 재무 상황을 파악하고 건실한 재무 토대 위에서 안정적인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현재 이 부부의 월평균 수입은 실수령액 기준으로 3백10만원 정도. 아파트의 전세금 1억원과 예금 9백만원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너스 통장에 1천만원 정도의 부채를 지닌 것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가계 지출 부분 상담에서는 먼저 월소득에서 모든 지출액을 빼보았다. 월 30만원을 저축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월 90만원 정도의 여윳돈이 있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남편의 수입이 매달 일정하지 않고(보너스를 받는 달과 그렇지 않은 달의 소득 격차) 아내의 수입은 두 달 전부터 생긴 것이라,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 상담은 앞으로의 현명한 자금 운용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상담 도중 택시를 즐겨 타는 남편이 교통비와 식비 등을 줄이겠다고 해서 매달 20만원 정도를 여윳돈에 더하기로 했다. 결국 월 1백10만원 정도의 자금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다음 상담을 기약했다.

두 번째 미팅, 재무 관리의 흐름을 바꿀 것

본상담은 2주 정도가 지난 뒤 이루어졌다. 그동안 부부의 재무 상황을 분석한 컨설턴트는 현재는 이자만 납입하고 있는 마이너스 통장 청산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년 4월을 청산 목표로 잡고 월수입 중 일정 금액을 부채 청산에 할애하기로 했다. 마이너스 통장은 이자율이 높고 부채 청산 없이는 새로운 재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

월급 통장의 관리도 개선하기로 했다. 상호저축은행에 CMA 계좌를 만들어 월급 통장으로 사용하고 생활비 통장을 따로 만들기로 했다. 신용카드는 쓰지 않고 생활비는 체크카드로만 사용해 계획적인 지출을 하기로 한 것도 큰 변화. 앞으로 CMA 계좌에는 생활비를 뺀 월급을 그대로 모아 조금씩 목돈을 만들어갈 예정이다(CMA 계좌의 경우 하루 단위로 이자가 붙기 때문에 수시로 돈을 입출금해야 할 때 사용하면 좋다). 종잣돈이 모이면 그때는 금리가 더 높은 상호저축은행의 정기예금으로 예치할 예정.

또한, 부부는 5개월 전 남편 이름으로 청약부금을 들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금리도 낮고 메리트도 없어 남편 명의로는 무주택 세대주만 가입할 수 있는 청약저축이 추천됐다. 소득 공제도 가능하고 금리가 더 높기 때문. 청약부금은 해약한 뒤 대출 상환금으로 쓰고 남편은 청약저축에, 부인은 청약부금에 가입하기로 했다.

위험 관리 부분에서는 부부 보험에 대한 조언이 있었다. 종신보험 같은 생명보험은 젊고 건강할 때 가입해야 보험료가 적기 때문에 하루빨리 가입하고, 반면 나이에 상관없는 손해보험에는 당분간 가입하지 않기로 했다. 부부의 연령이 어리고(28세 동갑)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 지나친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 사망 보험금은 1천5백만원 정도가 적정하다고 산정, 남편은 7만원 선 정도, 부인은 5만원 선 정도의 보험에 가입하기로 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긴 뒤에는 다른 정기보험으로 사망 보험금 부분만 보충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딱 필요한 만큼의 보장을 받기로 했다.

31세 이후 출산을 계획하고 있어 아직은 이른 감이 있지만 자녀 교육비 조성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안정적인 운용을 원하는 부부의 성향 때문에 장기간 돈을 묶어둘 수 있고 소득 공제가 가능한 장기주택마련저축이 추천됐다. 무주택이거나 전용면적 25.7평 이하 세대주만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통장을 개설하고 여유가 생긴 뒤 바로 저축을 시작하기로 했다.

※ 전문 업체에서 상담받을 것
현재 개인 재무 상담은 보험회사나 증권회사 등지에서도 행해지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개인 정보만 입력하면 재무 설계를 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 상담을 통해서 자산 컨설팅은 공인된 컨설팅 업체에서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험회사나 증권회사의 경우 자사 상품을 권장할 수 있고 무엇보다 자산 컨설팅에서 중요한 것이 고객의 이해와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초보일수록 컨설턴트와의 만남을 통해 경제 감각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종잣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투자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 아쉬웠지만 전반적인 재무 관리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는 것이 이들 부부의 의견. 추후 상담을 통해서는 종잣돈 마련 이후의 효율적인 투자 방법에 대한 상담도 이어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