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자 무속인의 ‘기막힌 부동산 투기법’
지난 6년 동안 서울 강남 노른자위 지역의 아파트와 상가를 무려 40채나 사들인 50대 여성 무속인이 세금을 포탈했다 국세청에 적발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무속인은 은행에서 134억원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줄줄이 사들이는 등 서민들은 상상도 못할 투기법을 사용해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근저당권 설정으로 은행에서 134억원을 대출받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방법이지 않습니까? 근저당권을 활용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전세를 놓으면 아파트 한 채 값이 충분히 나오잖아요. 이런 식으로 은행에서 계속 대출을 받아 아파트와 상가를 사들인 겁니다. 하지만 대출을 받은 과정이 실정법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무속인의 경우 건물을 팔아치울 때 거액의 양도차익을 얻고도 세금신고를 하지 않았어요. 따라서 양도소득세 탈루 부분에 대해서만 국세청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거죠.”
지난 6년 동안 근저당권을 활용해 은행에서 무려 134억원을 대출받아 가족들 명의로 아파트와 상가를 40채나 사들인 무속인 김정란(가명·56세)씨. 그녀는 2004년 11월부터 2005년 4월까지 불과 6개월 사이에 아파트 7채를 총 37억원에 팔아치워 13억원이 넘는 양도차익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13억원의 수익을 허위로 신고하면서 세금을 탈루하려고 시도하다 적발된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가 밝히는 것처럼 “속으로는 괘씸”하지만 은행 대출 과정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어이없는 결론이 나온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아 실업자와 노숙자가 대거 늘어나고 있는 요즘, 서민들의 억장을 무너지게 하는 이런 투기법은 과연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강남구에 거주하는 김씨는 운명상담소를 운영하는 무속인으로 IMF 사태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뚝 떨어졌던 1999년부터 개포동, 대치동 등 강남 노른자위 지역의 아파트와 상가를 대거 사들이기 시작했다. 2005년 4월까지 6년 동안 사들인 건물은 아파트 36채와 상가 4채 등 모두 40채. 이 중 김씨 본인 명의로 사들인 건물은 32채이며 나머지는 30대 초반인 세 자녀의 이름으로 구입했다. 세무당국의 자금출처 조사를 피하기 위해 구입한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최대한 설정해 10개 은행으로부터 134억원을 대출받았다. 은행에 내야 할 이자만 1년에 8억원에 달할 정도였지만 요즘처럼 강남권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시기에는 몇 배의 이익을 남길 수 있는 투기법이었던 것. 여기에 김씨는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 연간 소득을 1200만원으로 신고하는 불법행위까지 저질렀다.
“사실 이 케이스가 신종 수법은 아닙니다. IMF 이전에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유행했던 방법이죠. 그런데 IMF 사태 때 이런 무리한 투자를 감행했던 사람들이 모두 몰락했어요. 아파트 분양가가 전년도보다 떨어지는 등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산산조각 났고, 대출금리가 나날이 치솟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갈수록 불어나는 은행 이자를 감당할 수 없었던 거죠. 갖고 있던 부동산을 팔려고 해도 사려고 나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 망하는 건 당연지사였구요. IMF를 지나 부동산 가격이 다시 꿈틀대면서 이런 무리한 투자법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재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감정평가사는 이 무속인의 투기방법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통 36~50%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으려고 시도하다 불법행위로 적발된 케이스라는 것.
“예를 들어 3억원짜리 아파트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보통 은행에서 구입할 아파트를 담보로 잡고 최소 40% 이상은 대출해주기 때문에 은행에서 연 5~6%의 이자에 1억2000만원 이상을 대출받을 수 있죠. 여기에 요즘 시세로 보면 1억7000만원 정도에 전세를 놓을 수 있기 때문에 둘을 합하면 아파트 한 채 가격이 바로 빠집니다. 이렇게 사들인 아파트를 곧바로 3억5000만원에 판다고 하면 양도소득세를 정상적으로 다 낸다고 해도 약 2500만원을 짧은 시간 내에 수익으로 챙길 수 있는 거죠.”
이런 투기법은 부동산 가격이 짧은 시간 내에 급격하게 상승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요즘처럼 강남권 아파트의 가격이 한 달 새에 1억원씩 오르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나 가능한 투기법인 것. 부동산 거품이 꺼지거나 부동산 가격이 동결되면 은행 대출이자 부담 때문에 급격히 무너질 수밖에 없는 위험한 방법이기도 하다.
‘뻥튀기’, ‘물타기’, ‘숨바꼭질’ 등 주택담보대출 악용 심각
이 무속인의 사례처럼 요즘 들어 부자들이 재산을 늘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악용하는 케이스가 부쩍 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씨의 사례는 사들인 집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다시 집을 사재기하는 ‘뻥튀기’형에 속한다.
주택담보대출이 증여세 탈세에 활용되는 ‘물타기’형도 있다. 이 수법은 채무에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 점을 악용해 은행 대출을 끼고 증여를 하는 것. 예를 들어 5억원짜리 아파트를 자녀에게 물려줄 경우 증여세만 800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은행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3억원을 대출받을 경우 채무가 공제돼 증여세는 2000만원까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을 살 때 자금출처를 숨기기 위해 은행 대출을 활용하는 ‘숨바꼭질’형은 가장 흔한 방법 중 하나다. 소득이 없는 자녀를 위해 8억원짜리 아파트를 사주면서 5억원의 대출을 받는다. 부모가 이 대출의 원리금을 대신 갚아나가면서 세금을 탈루하는 것.
요즘 부동산 매매 현장에서는 ‘다운 계약서’와 ‘업 계약서’로 세금을 탈루하는 방식도 일반화돼 있다.
“‘다운 계약서’는 고전적인 수법입니다. 부동산을 사고팔 때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각서를 쓰고 실제 매매가격보다 훨씬 적은 가격으로 계약서를 쓰는 거죠. 요즘에는 ‘업 계약서’라는 정반대의 신종 수법도 나왔습니다.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3년 동안 부동산을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하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맹점을 이용한 거죠.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는 투기자가 1가구 1주택자의 집을 살 때 각서를 쓰고 실제 가격보다 훨씬 부풀린 가격으로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가령 2억원짜리 집을 4억원에 구입했다고 허위로 계약서를 쓰면 나중에 부동산 가격이 올라 4억원에 다시 팔아치웠다고 쳐도 2억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거죠.”
땅을 기고 있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고 있는 새로운 투기기법. 법망의 허점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그들만의 투자방법을 쫓다 보니 강남권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투기 바람 때문에 서민들이 실제로 살 집을 장만하는 게 나날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3년 내내 실패의 길을 걸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부동산 정책. 과연 이번에는 올바른 대책이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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