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혹시 원더우먼 병?!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겼을 때 나보다 더 잘해내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그 사람이 그동안 내가 해놓은 것을 보고 별로라고 평가하지는 않을까’‘업무를 넘겼다고 내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까’ 같은 여러 가지 두려움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사실, 후배와 부하직원들에게 자신이 하던 일을 나눠주는 일이 뭐 그리 어려운가 싶지만 원더우먼들에게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김소영(32세, 가명, 일본계보험사 서울사무소 근무) 씨는 같이 일하던 동료가 그만둬서 업무가 늘어난 지 세 달이 되어가지만 혼자서 꾸역꾸역 일을 다 해내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이 임시로 고용되었지만 대부분의 일은 그냥 제가 처리해요. 아르바이트생은 성실하긴 하지만 복사하고, 전화 받고, 또 잔심부름 하는 것 외에 다른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검증되지 않았잖아요. 제가 하면 모든 일을 빨리 진행할 수 있으니까 조금 늦게 퇴근하더라도 제가 하는 편이 마음 편해요.” 마음이 편할지는 몰라도 김소영 씨의 몸은 편하지 않다. 그녀는 오늘 오래된 문서 양식이 맘에 안 들어 다시 만든 후 동료들에게 나눠주었고(총무팀이 할 일이다), 서고의 오래된 서류들을 다시 철해 정리했으며(이것 역시 아르바이트생이 할 일이다), 회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불만을 보다가 답변까지(온라인 마케팅팀이 할 일이다) 올렸다. 물론 그녀는 동료 몇 명에게 ‘역시 김소영 씨야’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6시까지 끝내려고 했던 6월 말 통계 자료는 9시가 넘어야 끝을 낼 수 있었고, 치과에 가 보려던 계획은 다음 주로 미루고 말았다. 커리어 컨설턴트 김인숙 씨는 김소영 씨에게 할 일의 리스트를 먼저 정리할 것을 권한다. “중요한 일부터 순서대로 차근히 써 나가세요. 문자로 써놓으면 간단하고 덜 중요한 업무가 무엇인지 좀 더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 다음 몇 가지 일들은 아랫사람을 교육시킨다는 생각으로 일을 맡겨보세요. 남에게 일을 넘긴다는 생각으로 맡기면 불안하고 사람을 못 믿게 되니까요. 일단 시작해보면 하찮은 일 몇 개 맡긴다고 해서 당신의 업무가 망가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오히려 중요한 업무에 더 신경을 써서 퀄러티 높은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도요. 김소영 씨가 만일 서고 정리를 아르바이트생에게 시켰다면 그녀는 6시까지 더 정확한 통계 자료를 낼 수 있었을 겁니다. 심지어 중요한 업무를 놔두고 서류 정리를 한 김소영 씨보다 아르바이트생이 더 정리를 잘했을 수도 있습니다. 설사 서고 정리가 잘못되었다고 해도 맘에 안 드는 부분은 지적하고 다시 시키면 됩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생이 다시 하는 동안 김소영 씨는 치과에 갈 수 있었을 겁니다. 퇴근 후 시간 활용도 능력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