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만들던 내아버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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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아! "얼렁 일루 온나.'" 작은 납작한 채반위에.하얀 쌀밥 한대접이 김을 모락모락 뿜어내며 얌전하게 얹히고.길쭉한 보시기엔 시퍼런 배추김치.납작한 보시기엔 걸축하게 뽀글뽀글 배춧잎 넣고 끓인 청국장이 하나.이른봄 찹쌀풀먹여 고이 말렸던 가죽 자반이 귀히 튀겨져 또 한보시기 담겨졌다. 작은 채반은 뽀얀 광목보자기 축늘어지게 덮어 숙이 머리위에 올려지고.이리 찌그러지고 저리 찌그러진 노란 주전자엔 따끈따끈한 숭늉이 찰랑찰랑 소리를 내며 작은손에 들려졌다.
엄마는 못내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채 끙끙대며 아버지 점심 이고 사라지는 숙이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섰다. 숙아! "니 가다가 넘어지모 절대로 안된데이" "삐쭉한 돌미(돌멩이)에 걸리 넘어지모 크일난데이" 점점 작아져 까만 점이 되어가는 숙이 뒤통수를 그러고도 더 한참을 바라보고 섰던 엄마도 시야에서 멀어지고...숙인 하얀 나비고무신 신은 발을 부지런히 떼어 놓는다. 어깨도 아프고..똬리 얹은 머리도 아프고..채반잡은 팔은 더 아프다.
십리는 걸어온것 같은 숙이 작은 눈에 벌건 불옆에서 이리저리 뭔가를 들고 왔다갔다 하시는 아부지 모습이 어슴프레 들어온다. 까맣고 작은 눈이 빤짝 빛을 내며 걸음도 빨라지기 시작한다. "아부지..이거 받아주요." "팔 아퍼 죽겠어요"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목소리로 한껏 어리광을 부리며 점심 채반을 내리시는 아부질 빤히 올려다 본다. 초롱초롱한 눈속에 큰 아버지를 다 담으며..
"빨리온나..밥묵자." "밥묵고 어서 챙기 올라가라" "예 아부지" 아부지 옆에 쪼그리고 앉아 청국장에 쓱쓱 비벼 옆도돌아보지 않고 퍼넣는 밥숟가락이 갑자기 바뻐지기시작한다. 빨리 먹고 할일이 너무 많다. 조기도 봐야하구..요기도 봐야하구.. 아버지 한지 떠는 작업장에 오면 숙인 구경꺼리가 너무 많아 작은다리가 쉴새없이 왔다갔다한다. 어린 숙이눈에 젤루 신기하게 들어오는건...커다란 사각채를 지붕에서 끈으로 메어 달아둔 채반이 살랑살랑 딱풀섞인 물에 풀어져 흐물흐물한 끈끈한 종이를 걸러 올리는 것이었다.. 박자라도 맞추는듯 아버지 팔이 이리저리..몸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나면 한장의 한지양만큼 걸러올라오는것이다. 고 작은 눈에 더 신기한게 하나가 더 있었다. 커다란 철판.... 어떻게 생겼다고 설명을 해야할지 막막하긴 하지만 위에는 하나에서 시작해 내려오면서 쭉 펴져 두갈래로 갈라진 넓다랗고 길쭉한 철판...빤들빤들하게 길이 든 철판사이에 불을 데면 뜨끈뜨끈한 그판이 금방이라도 불이 붙을것 같은 모습으로 화기를 뿜어댄다. 채반에 걸러진 종이를 철판위에 내려 붙이면.............차차차착............요란한 소리를 내며 수증기를 뿜어대는 한지를 쓰윽쓰윽 비로 쓸어내리면 눈깜짝할새에 문종이(한지) 한장이 반듯한 모양으로 착 달라붙어있다. "아부지""아부지" 저게 다 된문종이라요? 구래.. 짧은 대답소리가 귀속으로 들어올쯤 숙이는 주섬주섬 가벼워진 점심 채반을 챙겨 이고 집으로향해 발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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