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설레이게 멋스런 토(흙)기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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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 떠올리게 하는 원추리가 긴 꽃대를 사슴 목 마냥 뻗어 올려 진황색 탐스런 꽃들을 조롱조롱 달고 서있는 가로수 길을 지났다.
빗물 머금은 초록잎새 사이로 빠알간 좁쌀같은 꽃잎단 싸리가 예쁜숲 이룬 긴 도로도 지났다.
짙은 초록잎으로 성금성금 언덕배기와 나무위를 기어오르는 칡 넝쿨의 빈틈없이 자라오르는 강인한 생명력이 가슴저리도록 섬찟한 나무숲도 지났다.
꼬불꼬불 길따라 내눈속에 머문 아담한 집한채. 눈부시게 광채를 내며 당당하게 서있는것도 아니면서 알록달록 삐죽삐죽 어여쁜 동화속에 나오는 어여쁜 집도 아니면서 눈물나도록 내 가슴 콩닥콩닥 설레이게 하는 너무나 예쁜 허름한 기와집.
숭숭 씀바귀 노란꽃 기와틈새로 피었던 토(흙)기와 제실 짹짹짹 참새 하얀 아침햇살받아 쉴새없이 포르륵거리던 토(흙)기와 제실. 아버지의 투박한 손이 삐죽올라와 노란꽃피웠던 씀바귀 슬슬 뽑아 뒷곁으로 던져버리고 쓱쓱 비질해 깔끔하여 고상하게 기와무늬 드러나던 너무나 눈부셨던 기와집.
내눈속에 쉼없이 기와지붕 청소하던 아버지 모습이 점점이 커졌다가 작은 점보다 작았다가.... 카메라앞에 얼굴 내미는 커다란 모습으로 다가왔다 긴터널속으로 사라지는 자동차처럼 속절없이 멀어지기를 반복하여 내마음 한자락이 토(흙)기와 지붕에 머물러 꼼짝할수가 없었다.
손때 묻은 격자무의 한지 문짝이 가까스로 동화속에나 나올법한 집 작은마당 노인장의 흰머리위로 옮겨지려는 내눈을 다시 붙잡아 끈다. 주춧돌위에 얌전하게 세워진 대들보위를 따라 올라가니 써까래가 와르르 내눈속으로 들어와 잠시 멍해지도록 강한 설렘의 전율을 느끼게 하여 잠시 나 자신을 추체할수가 없는 행복감에 사로잡혔다.
눈물이 찡하도록 과거속에서 아버지를 만나게 해주었던 작은 기와집. 한참을 격자무늬와 대들보와 얼룩얼룩한 기와의 너무나 고상한 무늬와 써까래들이 내 머리속을 헤집고 다녀 설레이는 하루를 마감하며 행복함을 느꼈다.
긴어둠이 차곡차곡 내려앉는 이밤.. 모든이들에게 골고루 행복이 전해지기를 한없이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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