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 또 하루를 보내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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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생가를 방문하고..
바다를 덮는 큰 기틀이라도 밝은 햇볕에 한방울 이슬일세 그누가 잠깐의 꿈속세상에 꿈을 꾸며 살다가 죽어가랴.. 만고 진리를 향해 모든것 다버리고 초연히 내홀로 걸어가노라...
한 큰스님의 상좌 한 사람이 청량사라는 절에 머무르고 있었다, 한데 그 절은 너무 헐어서 비가 오면 법당 천장이 줄줄 새었다 . 양동이나 세수대야를 받쳐서 물을 받아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곳에서 도를 닦던 젊은 상좌는 법당을 개수 해야 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는 예술적인 재주가 탁월했다.학생 시절에 바가지 공예를 한 경험도 있었다. 상좌는 바가지 오십여개를 들어다 놓고, 수도하는 틈틈이 바가지에 그림을 그리고 예쁜 글씨도 써넣었다. 부처님의 가호때문인지 작품들 하나하나가 잘 되었다. 작품들을 보면서 스스로도 놀랐다. 중노릇을 걷어치우고 이러한 예술 행위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재미나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이 바가지 공예는 어디까지나 절의 지붕 개수를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 바가지를 네 발로 밟아라. 그는 자기의 작품들 가운데서 가장 잘 된 것 하나를 골라 예쁘게 포장을 해 가지고 큰스님을 찾아갔다. 큰스님은 여느때나처럼 수미산같이 가부좌를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큰 절을 한 다음 그는 작가 지금 착수한 갸륵한 일에 대하여 말씀을 드렸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느냐?"
그런데 큰스님은 차갑게 말했다. 그는 일어서서 바가지 작품을 밟았다.깨지지 않자 큰스님이 소리쳐 말했다. "더 세차게 밟아!" 그의 가슴과 머리통이 깨어지는 둣 싶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큰스님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놈아,잔재주가 많으면 중노릇하기가 힘들어.." 소설가 한승원 님의 <스님의 맨발>에서 발췌했습니다.
궂이 표현을 하자면 엎어지면 코 닿을데 있는 성철스님의 생가를 그냥 지나치기엔 넘 아쉬워서 발을 들여 놨습니다.. 아... 머릿속에서는 작으마한 집한채에 스님의 쓰시던 물건 몇가지가 봐관되어 있을줄로만 알았는데 여러채의 예쁘고 아기자기한 기와지붕을 인 건물들이 작은 절의 모양을 갖추고 있었네요..
스님의 유물을 전시해둔곳.. 얌전하고 깨끗하게 유리관속에 들어 있는 장삼한벌과. 까만 고무신과.. 실로 떠 신으셨던 양말.. 가슴이 쓰르르 쓸어져 내리는 느낌으로 앞에 섰습니다..
한군데도 성한데 없이 다헤진 옷에...누덕누덕 기워지 누더기 옷.... 까만 고무신엔 뒷꿈치를 천을 대어 얌전히 기워있고.. 양쪽 아빠발가락 앞에도 역시 천을 대어 기워져 있었습니다. 양말도 역시 그런 모습이었구요.. 가지려고 하는게 넘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 보았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한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길위 언덕에 빨갛게 벌어진 밤밭속 나이 드신 할머니 한분이 한자루의 밤을 주어 밀고 다니는 작은 수레에 싣고 비를 흠뻑 맞은 모습이 스님의 누더기옷과 신발과. 양말과함께 오버랩되면서 인간사를 생각하며 정신이 번쩍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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