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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밭을 보노라면...아부지가...
하얀 달빛아래 듬성듬성 까맣게 짜여진 문틀이 네모 반듯하니
달빛그림자를 드러내고 있다...
싸사삭...싸사삭....
얇으막한 한지 속에선 촛불 그윽한 불빛받아 그림자 하나가
쉴새없이 손바닥을 마주 비비며 새끼를 꼬는 모습이 비추인다..
아부지...
나도 함 해보고 싶어요..
일찍 자거래이..하품하지 말구..
여름내ㅡ봉숭화 채송화 가득 피었던 꽃밭에 쌓아놓은 짚동에서
몇묶음의 집단을 쑥쑥 뽑아 수돗물 슬쩍 묻혀 꽁지머리 잡듯
머리를 잡는다.
속에서부터 슬슬 훑어 내려 깨끗하게 목욕시킨 지푸라기를 얌전히
묶어 덜거덕 문고리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아부지가 머리를 숙인채 방으로 들어 섰었다.
달이 휘엉청 밝은 겨울밤 따끈따끈한 아랫목엔 옹기종기 아이들과
엄마가 막 삶은 고구마에 동치미를 후루룩 마셔대며 밤참을 즐기고,
미지근한 윗목으로 짚단을 슬쩍 가져다 놓으신 아부진 얼음서거럭 거리는 동치미
사발을 입으로 가져가신다..
하....
시원타...
이내 등을 보이시고 앉으신 아부진 처음매듭을 지어
새끼꼬는 작업에 들어섰다.
싸사삭...싸사삭...
가을 귀뚜라미 소리만큼 운치있는 소린 아니지만 한참을 쉴새없이
싸사삭 거리는 소리는 벌써 이리저리 뒹굴어져 잠속으로 빠진아이들에게
넘 편안하고 넘 아름다운 자장가가 되어 주었다..
엉덩이에 길게 새끼줄을 깔고, 발뒤꿈치로 꼬옥 눌러 가며 등위에 커다란 또아리로
새끼를 틀어 한아름이 되면. 어스럼 달빛은 벌써 긴그림자속에서 수줍게 바람소리를
삼키며 서쪽으로 발걸음을 하고 있다..
날이 희뿌연 새벽이면 문도 없고 울타리도 변변찮은 작은 창고엔
밤늦도록 싸싹싸싹 소리를 내며 제모습을 찾은 새끼가
긴 갈코리에 얌전히 걸려 먼저 걸린 것들과 주렁주렁 인물 자랑을 하고있는 듯하다
목도리에 귀마개에 버버리 장갑까지 끼고 나선 마당엔 벌써 새벽같이
산에 올라 땔감을 해오신 아부지 지게가 나무를 가득 싣고 턱하니 서있다...
어젯밤에 꼬았던 새끼줄이 탱탱하니 묶여져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쇠죽솥에 나무 고리로 쓱쓱 쇠죽을 푸고 계신 아부지 얼굴엔
구수한 냄새를 훅 뿜어 내는 하얀 김이 히끗히끗한 머리를 더 하얗게 만들어 놓았다..
나..
산을 오르던가...차속에서 바라본 산이던가...
소나무 빽빽히 우거진 산을 보노라면 가슴이 두방망이질 해대며
설레인다.
아부지 세상떠나신후 솔밭아래에서 흰 달빛받으며 촛불밑 윗목에서
꼬셨던 새끼줄을 얼마나 그리워 했는지...
갈비 긁으러 솔밭아래를 오르면 두줄 얌전히 놓고 나뭇가지 위로
굳은 모래바닥같은 산등성위 노란 솔갈비 착착 긁어 담으며 아부지 새끼를 그리워 했고,
죽은 솔가지 낫으로 탁탁 잘라 노란새끼줄 묶어 이고 올때도 솔밭아래서서
아버지 새끼를 그리워 했다..
솔우거진 산등성이 하늘과 맞닿은 솔가지엔
그밤 하얗게 비추이던 달빛이 자주 걸렸었고,
눈썹달이 걸려 풍경처럼 하얀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도 있었고,
반짝이는 별이 걸려 하늘과 닿는 길을 밝히기도 했었다.
난...소나무 가득한 숲을 보노라면
아직도 달빛속에 그림자 남기며 새끼꼬던 아버지가 보인다.
계수나무 아래 절구질 하는 토끼가 아버지 모습으로 보인다..
솔가지와 함께....
소나무 우거진 산을 바라보면
길다란 쇠꼬챙이 척척 찔러 가며 봉양(백봉령인지 정확히 모름)을 캐러
다니시던 옆집 아저씨 생각도 슬쩍 지나간다.
나 여적 소나무 가득 담은 산을 보노라면 가슴설레이어 꿈속에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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