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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개를 잡으며..
논두렁에서부터 살금 살금 잔디둑을 타고 한참을 오르면
잘름 잘름 물이 새파랗게 고인 못이 눈에 들어 온다
못아래 줄줄이 사탕처럼 엮여 있는 논으로 물을 빼다보면
꼬맹이 무릎위에 담기는 물이 수초를 가득안고 솔바람에 파문을 일으키며
찰랑거리고 있다.
지푸라기로 발등에까지 질끈 동여맨 고무신을 휘휘한번 흔들어 보고
살짜기 물에 발을 담그며 물안으로 들어선다.
여름 햇빛에 바짝 쪼인 물이 뜨듯하니 썩 기분좋은 느낌은 아니지만 발에 닿는 물은 시원해서 털썩주저 앉아버리고 싶어진다.
또랑으로부터 흘러들어온 송사리떼가 이리저리 떼를 지어 다니고,
까만 물잠자린 어찌나 날쌘지 아이들의 애간장을 태우며 이곳저곳으로 움직여 도망을 다닌다..
약간 주홍빛을 띤 잠자리는 쉴새없이 꼬리로 물을 치며 하늘로 날아오르고 또치고 날아오른다.
꼬맹이가 세월이 아주 많이 흘렀을 때 그것이 잠자리의 알낳는 몸짓이란걸 알았다...
삼(삼베짜는 원료)밭에는 키가 길다란 삼이 쭝긋쭝긋한 잎을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다.
다리를 비비 꼬고 숨을 헐떡이며 못뚝을 기어오른 꼬맹이가 삼밭가운데로 뛰어들어
이리두리번 저리두리번...
열댓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눈을 피해 급한 볼일을 해결할 곳이 삼밭 외엔 마땅한 곳이 없다.
몸이 자지러지게 흔들리고 세상에 부러울것 없이 시원함에 삼나무 사이에 앉아 옆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
눈이 왕방울 만한 시커머틱틱한 개구리가 폴짝 얼굴위로 뛰어오르고.노네각시가 슬슬슬 발등위로 기어 오른다.
옴마야....
무섭고 징그러운 벌레는 작다고 예외는 아니다.
흙이 무너지며 뛰어든 못에는 삼삼오오 아이들이 물방개를 잡느라 정신이 없다.
수초가 모닥모닥 난곳에 발을 쓰윽쓰윽 흔들면 몇마리의 물방개가 숨을 곳을 찾느라 발을 쉴새없이 흔들며 헤엄을 쳐댄다.
꼬맹이 눈에 띤 이상 두손이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다.
두손을 모으며 꼭잡은 물방개를 하얀 비닐에 물을 담고 줏어 담으며.
흙이 뿌옇게 흐려놓은 물속을 다시 손으로 저어대면 몇마리의 물방개가 물위로 쏘옥 올라온다.
때를 놓치면 흙탕물속에서 찾을수 없으니 날쌔게 잡아챈다.
비닐보자기를 들고 다니는 동생이 한마리, 두마리. 한마리, 두마리.제깐엔 제대로 세지도 못하면서 흉내만 내고 있다.
날이 어둑어둑 해지려 한다.
살갗에 와닿는 물이 흙탕물이어서인지 다리가 건질건질한게 쪼글쪼글하지만
간장에 달달 볶아 밥하고 먹을 생각에 발걸음이 급해졌다.
노을지는 늦여름 하늘아래 새틀같이 날씬한 구름들이 슬슬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있다...
늦여름의 하루가 섬뜰아래 긴 그림자를 남기고 사르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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