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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나 오늘 국방성금 가지고 가야되요.
잔돈 없응께 낼 갖고가라.
아부지..오늘 꼭 갖고 가야돼.....잉
이놈의 지지바가 낼 준다캉깨.
이심일 전부터 갖고 오라캤는데 꼬맹인 큰일났습니다.
미리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책보따리 매고 돈내라고
억지가 났습니다..
오늘 안가지고 가면?...꼬맹인 머리를 도리질 쳤습니다.
선생님의 그 가느다란 싸리나무 회초리가 눈앞에 왔다갔다 했습니다.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립니다.
한번 억지를 낸김에 끝까지 버티고 있기로 작정을 한 꼬맹인
마루에 턱 걸치고 앉아 발을 낼름낼름 흔들며 입이 댓발이나 나와서
징징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등뒤에서 엄만 자꾸만 눈짓을 해댑니다.
바위처럼 버티고 앉아 꿈쩍도 않는 꼬맹이에게 엄만 안달이 났습니다.
빨리 가라고 손짓을 마구마구하며 난립니다.
꼬맹인 그래도 꿈쩍을 안합니다.
일어나려니 멋적고,오기도 발동하고 눈물콧물흘리며 배짱좋게
다리만 욜랑욜랑 흔들고 있습니다..
참다참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신 아버지가
겨드랑이를 나꿔채 꼬맹일 마루위로 올려 세웠습니다.
이놈의 지지바야 낼 갖고 가라카는데 와이리 고집을 부리노..
부지깽이가 엉덩이에 일격을 가했습니다.
앙...앙....앙....집이 떠나가라 울음보를 터트린 꼬맹인
걸음아 날살려라며 학교로 내뺐습니다.
눈앞에 아른거린 선생님의 회초리가 제 본분을 못하고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눈치를 살살 보며 대문앞에 선 꼬맹인 집안을 빼꼼빼꼼 들여다 보다
작은집으로 발을 디뎠습니다
책보따리를 허리에 맨채 방으로 들어선 꼬맹이 눈에
손지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살금살금 뒤꿈치를 들고 다가가서 지갑을 집어 들었습니다.
지퍼를 살며시 열고 안을 들여다 보니 백원짜리가 몇개 얌전히 들어 있었습니다.
순간 한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오원짜리 눈깔사탕도 생각나고, 월남방맹이(꼭지 달린 사탕)도 생각나고,
입안에 군침이 도는 유혹에 슬며시 100원을 집어 들었습니다
갑자기 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순간을 빨리 벗어나기위해 고무신을 들고는 골목을 숨이 차도록 뛰었습니다.
정신없이 뛰다보니 손에 든 100원짜리 동전이 눈깔사탕이며 월남방맹이를 사먹을때까지 둘데 없어 처치곤란이 되버렸습니다.
입안이 단맛이 고이도록 황홀했던 순간은 어디가고
이제 자꾸만 도깨비한테 끌려가는것처럼 무서워서 다리며 손이
벌벌떨리며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딘가 두리번거리는 꼬맹이 눈에 한참 노란 왕관꽃을 단 감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목이 된 감나무뿌리가 땅위로 솟아나와 다시 땅밑으로 얼기설기
들어간게 여럿보였습니다.
손을 한번 쑤욱 넣어보니 숨기기엔 딱 안성맞춤인 곳이었습니다
땀에 흥건히 젖어 있는 동전을 손에서 떼어내 뿌리 밑으로 살짝 밀어넣었습니다.
동전은 들키지 않게 숨겼는데 아직도 꼬맹인
벌벌 떨려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가슴을 움켜 잡았습니다.
털썩 주저앉아 감꽃을 한아름 옷에 싸서 방으로와 잠을 자고난 꼬맹인
그 다음날에도 100원짜리 동전을 끄집어낼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서워서 거길 볼수가 없었습니다.
오랜시간이 지난 후에도 꼬맹인 그곳을 들쳐볼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그 기억도 희미할때쯤에 살며시 손을 넣어보았습니다.
파내도 파내도 까만 흙만 손에 잡혀 나왔습니다...
100원의 찬란했던 꿈은 감나무거름이 되어 홍시로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아무도 모르고 지나간 일이었지만 너무 무서워서
훔친다는게 얼마나 가슴떨리게 겁나는것인지 뼈저리게 느낀날이었습니다.
아직도 고목인 감나무는 꼬맹이의 비밀을 묻고 유유히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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