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 피는 아카시아
참으로 많은 것들을 사랑했을 것 같다.
속세와의 결별선언에 이어
심장에서 뜨거운 사랑을 적출해 내고
백 팔 배를 방금 끝낸 여인,
그 눈가에 그토록 칭칭 얼켰던 것들이
하얀 꽃들로 피는 것인가?
봄 날을 다 보내고
사랑조차 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가시로 영글어
저물어 가는 법당 안의 여린 독경소리를
이슬비에 젖으며 듣고 서 있는 것인가?
빼꼼히 내다보는 노스님의 눈썹에도
하얀 꽃이 피고, 추억의 초롱불이 걸리고
사랑 없는 염불은
아픔도 모르며 참아내는 슬픈 외침같은 것이라고
사랑해 보지 않은 중생의 염불은
비 맞아 보지 못한 꽃 잎의 노래 같은 것이라고
초 사흘, 오늘 저녁엔
바람따라 고개를 돌리면
열려진 절방 문틈 사이로 아카시아가 늘어지고
희미한 달빛 아래 뽀오얀 여인,
작은 욕정 정도야 몰래 감춰 키우는 것이라
야음을 틈타 은은한 향기는 서서히 접근해 오고
가시 밭 길 속에서도 꽃 향기는 나는 법,
사랑하는 것들은 죄다 땅밑에다 휘감아 놓고
이 가슴을 끌어 안는 아까시 나무.
뿌리로 부터 휘감겨 오는 그 번민은
꿀을 찾는 것인가?
독을 품는 것인가?
앞으로도 많은 것들을 사랑해야 할 것 같은데.
-----석청-----
공기가 찬 골짜기에 쪼롱쪼롱
복주머니처럼 매달린 아카시아가
벌에게 꽃술을 내어 맡긴채
진한 향기를 내뿜고 있었습니다..
오월의 막바지에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에 잠시
정신을 빼앗겼습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많은 것들이
생각났습니다..
사랑하지 않을수 없는 자연을
무지무지 사랑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