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남북 이산가족들이 중국 비밀 상봉을 위해 사선을 넘고 있는 가운데 남북이 일부 특정 인사들에 대해서는 금강산 공식 상봉행사와는 별도의 상봉을 당국 차원에서 사실상 주선하고 있어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중견 그룹의 K 회장은 지난 2001년 12월 일주일간 북한을 방문했다.
대북 투자 목적이었지만 남포지역 방적공장에 2000만원 상당의 물품 지원이 전부였다.
K회장은 대신 북한의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사실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방북을 한 것이다.
이를 위해 K회장은 수억원의 별도의 금액을 방북을 주선해 준 개선무역 총회사측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중견 기업 H사의 K회장도 남북 정보기관의 협조 하에 지금은 김일성대 교수로 성장한 아들을 중국에서 만났다.
대부분의 이산가족들이 당국간 공식 상봉 행사에 선택되기를 기다리고 일부 이산가족들은 중국에서의 비밀 접촉을 위해 직접 위험을 무릅쓰고 있지만 이들처럼 경제력이 있는 이산가족들은 당국의 허가를 받고 가족을 만나고 돌아오고 있다.
한 주선단체 관계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간다"면서 "그러나 고향에 직접 가지는 못하고 고려호텔 등지에서 가족들과 만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선단체 대표는 "북한의 민경련이나 아태평화위, 조평통 등의 초청과 우리 당국의 방북 승인을 통해 정식으로 방북하는 형태를 취한다"면서 "이를 대가로 수억원이 북한 당국으로 건네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상상할 수 없는 돈 들여 고려호텔 등지에서 만나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기업 활동의 성격이 강한 만큼 상봉 행사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이산가족들 사이에서는 남북 당국이 이산가족을 내팽개치는 것도 모자라 차별이라는 또 다른 고통을 주는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산가족인 인천의 최두순씨(70)는 "몇년 전부터 북한의 여동생을 만나는 것을 포기했다"면서 "돈이 있어야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면 우리 같이 돈 없는 사람에게 이산가족 상봉은 가당한 일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에 사는 정문숙(75) 씨도 "그렇게라도 만나고 돌아와 부러울 뿐"이라면서 "그러나 돈 없고 빽 없는 것도 서러운데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도 되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따라 남북 당국이 이산가족 문제를 서로의 이해에 따라 다루고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천만 이산가족 재회 추진위원회 이재운 위원장은 "남북 당국간의 공식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문제가 많다"며 "나이든 이산가족들이 하나 둘 숨져가는 촌각을 다투는 마당에 한가로이 100명씩만으로 한정해 공식 상봉행사를 치르고 있르는 것이 과연 인도주의라고 볼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가 우리의 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면서 북한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지만 좀더 현명하고 적극적인 대처가 아쉽다.
"돈이 있어야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면 돈 없는 사람은"
한편 남북 이산가족간 비밀 상봉을 주선해 오던 남측 민간 단체 관계자가 지난 2000년 실종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 2000년 5월 31일 중국에서 이뤄지는 남북 이산가족 접촉을 주선하던 민간단체인 '한겨레 상봉회' 김모 대표가 실종됐다.
김씨는 당시 북한 이산가족 5명의 상봉을 주선하려다 북한과 인접한 중국 단둥에서 괴한들에 의해 납치됐다.
정부까지 나서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몸값을 요구하는 소식만 몇 차례 들렸을 뿐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김씨의 동료인 심모씨는 "납치된 뒤 두 달만에 2만달러를 요구하는 전화가 와 300만원을 넘겨 줬다"며 그 뒤로 "신의주를 통해 평양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이 사건을 보고 받고 김씨를 수소문 하도록 민간단체에게 협조를 구했던 통일부 관계자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서 기억이 안난다"면서 "그러나 중국에서는 사람이 실종되고 행방불명 되는 사례가 당시도 많았었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접촉에 돈 거래 뒤따라 납치, 구류 등은 예사
비공식적인 이산가족 접촉 과정에서 일어나는 신변상의 문제는 다른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한 주선 단체 관계자도 "우리 단체와 손잡고 일하던 사람도 죽었고 또 다른 중국 동포도 행방불명 됐다"면서 "이런 일을 하다보면 납치와 구류 등의 일은 예사다"고 말했다.
이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이산가족 접촉에 돈 거래가 뒤따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각 주선 단체에 따르면 상봉의 경우 각 단계에서 이뤄지는 활동비를 포함해 최소 1000만원이, 생사확인에만도 1000달러가 각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비용을 둘러싼 사기와 협잡, 도주 등도 비일비재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주선의 어려움으로 한 때 40여개에 이르던 이들 주선 단체도 현재 12개 정도로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남북 이산가족간 비공식 접촉은 공식 접촉이 막혀있는 상황 속에서 이산가족들의 유일한 탈출구이기도 해 이를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CBS정치부 권민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