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진이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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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부터 써야 할까... 요즘 내 기분이.... 꼭 밑바닥 드러낸 우물같다고...그렇게 세번다언니한테 넋두리 한 것 같은데. 내 저 내면에 끝도 없이 잠수하다 보면 어느 틈에 아주 강하게 또아리 틀고 있는 어두운 면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는(그럴거라고 생각했던) 내 친정 할머니가... 지지난주 가족모임에도 잘 드시고 잘 앉아계시더니만. 요 며칠 안좋으시다길래 마음이 뒤숭숭하고 불안해서 수시로 '괜찮아? 할머니..잘 드셔?'하며 확인하곤 했다. 오늘 아침...친정언니같은 세째고모의 연락. '은미야....시간 되면 한번 내려와라...' '.흐흐흑...?! 왜!! 할머니...안좋아!!??' '음.....그래...안좋아.' '예전...할아버지때처럼....그때처럼... 그래??' '응....' 바로 어제도 남편한테 그랬는데... '난 말야...할머니 혹시 돌아가셔도...그 때..갑자기 돌아가신 할아버지때처럼 그렇진 않을거야.' 하며 몹시도 담담하게 말했는데.... 하나님보다 더 우선순위에 둔 우리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비보에... 울다 까무라치고 손발이 오그라들고 얼굴 반쪽 근육이 경련을 일으켜 달달 떨리고..응급실에 누워서도 그저 이게 꿈이기만을 바랬지만.. 몇 년 전부터 마음 준비 할만큼 했던 할머니는... 담담하게 받아들일거라...그렇게 자신했는데... 고모 전화를 받자마자 내 짐작과는 다르게....그렇게 강하게 또아리 튼 '한'은 어딜 가고...그 깊이깊이 잠수한 내 마음 깊숙이에서 터져나오는 건 담담한 슬픔이 아니더라. 중증의 치매에 다른 자식들 얼굴조차 헷갈려도...돌아가신 우리 아빠 이름은 한번도 안잊으시고, '자식 아홉을 키웠다'며 죽은 자식이 남기고 간, 언니와 나를 막내라 하시더니..내가 낳은 딸 이름도 한번도 안잊으시더라. 아침부터 무반응에 숨소리조차 고르지 못해 고모들 애를 태우더니..출발하는 버스정류장서부터 하도 울어 온 얼굴이 퉁퉁 부은 내 몰골을 보시려 힘겹게 눈을 뜨며 '애들은....학교 갔나....?'하며 안부를 물으셔서 고모들을 놀라게 했다. 모든 자식들한테 '예진이'라며... 내 딸 이름을 갖다 붙이신 지....4년쯤.. 병원에 누워 힘겹게 숨고르기를 하는 할머니를 잡고 '하나님...우리 할머니 너무 힘들게 하지 마세요. 만약 데려가신다면....아주 편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주말에 일이 있어 다시 버스를 타고 올라오기 전....'할머니...할머니...저 갔다 다시 올게요' 귀에 대고 소리치니...할머니는 다시 힘겹게 눈을 뜨시더니....겨우겨우 한마디 하신다. '....예...진...이...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