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의 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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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둘째아이..그리고 여자아이의 말문이 훨씬 빨리 트인다고 주위 엄마들의 얘기가 통일된 반면, 그래서 기대만발이던 둘째의 입에서 그나마 두 단어가 붙여서 나온 건 3돌이 지나서였다. 첫아이 키울 적엔 '교육'에만 신경써서 뭐든 빨랐던 녀석의 행동이 그저 당연한 듯 감동할 줄 몰랐었고, 동생과 4살 터울의 '오빠' 역할만 강조하기 바빴었다. 입 무겁고, 나름대로 심지가 굳은 남자애들의 특성상...엄마가 그토록 닥달함에도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아 엄마의 욕심과 닥달이 큰 스트레스가 될 꺼라는 걸....아예....생각조차 안하고 지내다가... 말문 늦고, 8살로 접어들어서야 한글을 떼고 있는 딸아이를 학교에 들여보내 놓고서야 뒤늦게 '큰애가...혼자 다 알아서 했었구나. 큰애가 뭐든 잘했구나...'하며 후회와 고마움과 미안함...만감이 교차되며, 그동안 묵묵히 참아온 아이의 인내심이 엄마인 나를 뒤늦게 철들게 했다. 암튼... 말문이 늦게 트인 둘째 아이 입에서 '엄마~짜랑해~~'라는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시어머니 표현에 의하면 '쟤 입에서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말이 나온 게 5살이 넘어서였지? 아마?'  말문이 일찍 트인다고, 혹은 말문이 엄청스리 늦게 트인다고 그 아이의 어휘력을 결정짓는 건 아닌 것 같다. 말이 일찍 트이냐 늦게 트이냐는 그 아이의 지능과 관계가 있다고 아동심리학자들은 공공연하게 얘기하던데.  둘째 아이가...앞니 빠진 갈갈이 1학년이 되어 자기 몸통보다 더 큰 가방과 신발주머니를 챙겨들고 학교로 바삐 가던 아침. 불현듯 걸음을 멈추며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엄마....나무 그림자가 꼭 구름같어. 하늘엔 하얀 구름이 있고, 땅엔 회색 그림자구름이 있네?' '엄마~~이 나무엔 꽃이 활짝 피었어. 그치만 아직 저 나무엔 머리카락도 안났네. 대머리 나무다. 그치 엄마~~?' 라던가.. 초승달이 뜬 하늘을 보며 '하늘이 웃고 있어. 엄마~' 선뜻 이해가 안간 나는 '으응....하늘이 웃는지 어떻게 알아?' 다시 물었더니 '저것 봐. 달 모양이...웃는 입 같잖아. 그리고 달 위에 있는 별은....윙크하는 눈이야' '초등학교 언니'가 되었으니 이제 혼자 학교가도 된다는....자기는 다 컸다고 큰소리 빵빵 치는 딸아이.  양갈래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더 앞으로 묶으면 촌스럽고 유치해지니까 조금만 뒤로 묶어줘'라며 내 무릎 앞에 조그만 엉덩이를 들이밀며 요구하는 딸아이. 매일 아침...입은 옷과 어울리는 신발을 코디하는 딸아이. 2주째 배우고 있는 영어 알파벳으로 한껏 그림을 그려놨길래 번역좀 해달랬더니..그 밑에다 '나는 이예진. 우리 가족은 무지게처럼 너무 행복한 가족. 다른 가족은 이러질 안지. 우리가족은 행복한 가족. 끌' 이라고 써서는 현관문 자석에다 붙여놓으며 자기가 학교간 사이. 자길 보고싶으면 그 글을 보라는 아이. 아침에 내 손을 살짝 놓으며 '이젠 혼자 가두 돼. 엄마. 내가 너무 걱정되면...멀리서 보기만 해. 알겠지 엄마?' 하며 생끗 웃고는 나를 종종걸음으로 앞서는 아이. 그치만 학교 끝났을 땐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져서...엄마 얼굴을 봤으면 좋겠다는 딸아이.  아이들에게...학교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걸 가르쳐준 딸아이.  - '엄마~~내가 아까 왜 울었는지..알아?' '음....엄마가 오빠 혼낼까 봐 겁나서?' -'아~니~ 엄마가 오빠 혼낼 줄 알았는데....엄마가 오빠 잘했다면서 안아준 게 너무 감동스러워서...그래서 울었어. 너무 감동적이었어.'  태권도를 마치고 집에온 시간이 오후 6시 30분임에도, 아직도 환~해서 나가서 '야구'를 하며 놀아도 되냐고 눈치보는 아들녀석.  '초등학교 언니'가 되어서는 핸드폰도 사야 하고, 두 발 자전거도 배워야 하고, 인라인도 타야 하며, 그동안 사교육을 지양해 왔던 엄마를 설득하느라 전부 미뤄놨던 '피아노' '공부(?)' 등... '학원'을 손가락 꼽으며 6개나 보내달라는 딸아이.  겨우내 갇혀있던 두 녀석들이...환호성을 지르며 좋아라 하는 봄은 이러저러한 여러가지 이유들에서다. 나도 봄이 좋다.  딸아이의 수백 가지 이쁜 표현들을 만끽할 수 있고, 그 수백번보다 조금 더 넘어지며 이틀에 걸쳐 배운 딸아이의 두발 자전거로 누빌 수 있는 공원에서 이쁜 꽃을 볼 수 있어 좋고....엄마보다 백번 나은 아들녀석이... 야구를 하기 위해 '아직도 환~한' 시간대가 점점 늘어나서 좋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