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가 전쟁을 아느냐?(아랫집 자살소동 & 폭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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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백 하는 아이 둘을 키우며, 늘 전쟁 아닌 전쟁 속에 산다고 자조했었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이젠 조금씩 평화로운 분위기를 가끔...아주 가~끔씩!! 맛보고 있습니다. '엄~마~~옛날 얘기 해 줘~'하며 졸라대는 7살짜리 딸아이에겐 '옛날 옛날에...아주 머~언 옛날에...' 해가며 자기 어렸을 적 얘기를 옛날얘기 들려주듯 들러주며 은근히 '엄마가 너 키우느라 사실 엄청 고생했거든!!'을 강조하며 생색을 냅니다만, 아이는 자기가 저질렀던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들으며 엄마의 저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내가...그랬떠?(딸아이는 약간 혀짧은 소리를 냅니다)' 하며 까르르 웃어넘겨 버리지요. 일당 백...수준이 아니라, 일당 천..이라고 강조하고 싶은...정말...시댁, 친정 통틀어 '쟤는..정말...살다살다 저런 애 첨봤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게 만들었던 11살짜리 아들녀석에겐 아예 적나라하게 '엄마가 너 5살때까지...2시간을 연달아 자본 적 없어...육아일기에도 엄마 잔 시간을 써놨으니...이건 정확해!!'(그니까 나중에 너 혼자 잘났다고 엄마한테 대들지 마....라는 뒷말은 생략한거지요)하며 눈을 흘기면, 느물느물해진 아들녀석은 '엄~~마...그래두 지금은 안그러잖아~'하며 제 품에 파고 듭니다. 한동안... 그리 기억에 남는 아이들과의 전쟁이 없다...이젠 정말 우리집에 평화가 찾아왔나 보다..하며 한숨 돌리고 있을 때쯤이었지요. 불과 며칠 전. 볼 일이 있어 나갔던 밤에... 아이들 손을 잡고 동네 한바퀴를 돌아 '어깨 동무 새 동무..미나리 밭에 앉았다' 놀이에 열을 올리고 있던 중...아파트 입구에서부터 늘어선 119 차들과 엠블런스와 구조차들이 각 동 입구마다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걸 의아하게 지켜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바빠진 아들녀석이 물어온 소식으론 '가스는 잠갔다..아무 탈은 없겠지만 일단 병원으로 이송하겠다'는 무전기 소리와 '세상살이 각박해져 사람이 막판엔 나쁜 생각을 하게 된다'는 구조대 아저씨들의 해설을 종합해 보면...이건 필시 자살소동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에구야...쯧쯧..좀만..견디지...조금 더 참지..쯔쯔'하며 애들에게 들어가자..들어가자..재촉하고 집 앞까지 도착했는데... 그 '자살소동'의 주인공이...평소 안면이 있는...바로 우리집과 같은 라인의 몇 층 아래 살고 있는 사람이더군요. 제 생각으론 119 차들이 흩어져 이 동, 저 동 앞에 세워져 있는 이유는...아마...사람들 주위를 분산시키기 위해서였고, 실제 대기 차는 우리집 앞에 세워진 그 차인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한테 보일 일은 아닌 것 같아 얼른 들어가려 아파트 공동현관문 앞에 서 있으려니...급하게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구급차에 실리는 그 날의 주인공이.... 술냄새, 자살소동 벌이며 열어놨던 가스냄새, 토한 역한 냄새를 수반하고, 통곡을 하고 울며 응급조치 받은 손목엔 구조대 아저씨가 감싸 쥔 붕대가 감겨 급하게 차에 옮겨탔습니다. 그 일로 2~3일을 싱숭생숭하게 보내고 있는데.... 볼 일이 있어 나간 오늘 저녁에도 또 주위가 소란스러워 아이들과 쳐다 보니...엄마와 중학교 2~3학년으로 보이는 아들의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그 싸움의 모양새는 '엄마와 아들'의 싸움이 아니었고, 점점 커지는 몸싸움은 아들이 엄마를 벽에 몰아붙여 목을 조르는 가 싶더니...벗어나려 아들의 머리채를 잡은 엄마를...마치 유도의 한판승처럼 땅바닥으로 패대기를 치는 아들 모습은...신문, 티비에서 사건 사고로 다뤄지는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주위에 건장한 남자들을 흘깃거리며 '좀 말려달라'는 눈길로 몇 번 바라봤지만...아무도...그 누구도....그 싸움을 말리진 않더군요. 아마...그냥 단순한 투닥거림이 아닌...너무 커져버린 몸싸움에 자신들이 다치는 걸 원치 않았을 수도 있고, 혹시 끼어들었다가 해꼬지 당할까 두려웠을 수도 있지만...아들이...엄마를...그토록 때리는데... 우리는 정말 ...'어머머..어떡해...' '미쳤나 봐...미쳤어...' '저런 호로자식...' 발만 동동 구르면서도 애써 '우리한테만 피해 입히지 않으면 돼'라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었던 게 아닌가...씁쓸했습니다. 경찰서에 전화를 해야겠다..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즈음....그 엄마는, 그 모습을 보고 섰던 택시에 한참을 기대어, 때리는 아들과 몸싸움을 하는 도중 벗겨진 아들의 상의를 들고 하염없이 울고 있는데...아들은 벗어진 웃통 그대로 씩씩거리며 그냥 가버렸습니다. 다들 한바탕 세상과 전쟁을 벌이며 살아가고 있나 봅니다. 어떤 형태로든, 어떤 모습으로든....너무 치열해서, 하다하다 극단의 선택을 하는 우리네 이웃도 있고...엄마와 아들이...조직폭력배들이 하는 싸움 모양새처럼...치고 박고 싸워야 하는 전쟁을 치루는....사춘기를 그리 험하게 보내는..인생에서의 전쟁을 치루는 이웃도 있고.... 그 모습들을 마음 저리게...안타깝게 지켜봐야만 하는....별 수 없이 약하고 평범한 거의 대다수의 이웃들이..각자의 형태로 전쟁을 치르고 있나 봅니다. 어찌 보면...제가 어린 아이들을 키우며 치열하게 싸웠던 전쟁의 모습은....전쟁 중에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전쟁이 아니었을까,...싶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