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x & The City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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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로망을 집대성해 놓은 한 편의 드라마가 요즘 내 아침시간을 꽤 쏠쏠하게 잡아먹고 있다. 나도 모르는 내 맘을 어찌 그리 쏙쏙 잘 집어 내었는지.... 게다가 제목은 평상시엔 입에 바로 올리기도 남사스러운 단어조차 세련되게 느끼는 최면에 걸릴 정도이니....
주인공들을 보노라면 뉴요커들은 다들 그렇게 '당신을 사랑하지만, 날 더 사랑한다'며 사랑에 독립적이고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낼 수 있는 능력있는 커리어들을 지녔는지 감탄이 절로 나오고 갑자기 사랑에 목숨 걸었던 내 자신과 인생이 측은해지니 말이다.
지금도 부지런히 한 달에 10권 정도 목표로 잡고 읽는 책 중에서....항상 7~8권은 '자기 개발서'이니만큼, 가사에도 내 커리어를 높일 수 있게 척척 해 냈음 좋겠고, 재테크나 육아, 남편 내조나 며느리 역할도 누구의 손 빌리지 않고 척척 잘 해내는 능력있는 나 자신이었음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아무리 열정적인 일에도 슬럼프가 있는 것처럼.....그렇게 드높게 그려놓은 내 자아가... 요즘 엉망이 되는 걸 느끼고 다소 위기감을 맛보고 있다.
목숨을 걸었던 사랑에도...나름대로 내 소신을 다했던 육아에도...흔들리는 사랑에 소신이 없어지는만큼 비례에서...내 남편의 내조에도, 며느리 역할에도..............나 자신에도.
내 인생에도 누가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고 조명을 봐주고 카메라를 돌리고, '캇'을 외치며 'NG'를 설정해 항상 완성된 화면만 나오게 할 수는 없나. 스케쥴을 체크해 주는 매니저나 내 의상담당 스타일리스트나 메이크업 담당이 있어 뽀샤샤~한 모습만 잡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린 정말 말 그대로 '생활인'이라 나 자신이 아닌 남들의 무대를 돋보이게 해주는 아줌마 역할이니 내 아이들이나 남편, 시댁 식구들보다 내가 더 돋보이면 그건 결혼생활에서 'NG'인 것을.....(사회 분위기가 이렇게 설정해놓은 것을.....)
나중에 내 딸아이가 혹여나 '엄마~ '결혼'이란 건 뭐야?' 라고 묻는다면.... '모든 스텝들(아빠, 엄마, 오빠 혹은 주위 친가, 외가 친인척들)이 다들 알아서 해주는 너 인생의 주인공이었다가.....너가 다른 사람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스텝이 되어야 해...그게 결혼이야'라고 얘기해줄까? 아님...
'그 '섹스 & 더 시티'의 각각 개성이 뚜렷한 4명이 그리는 톡톡 튀는 대사만을 감상하고 거기 나오는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탐하고 '브런치'를 즐기는 생활에서 어느 덧 80년대를 휩쓸던 '사랑하는 사람아' 영화에 더 현실감을 느끼며 눈물 콧물 짜는 그런 삶이..... 결혼이야...'라고 얘기해줄까.......?
사랑에 너무 많은 걸 걸지도 말고(샬롯) 그렇다고 지나치게 모든 사물을 냉정히 볼 필요도 없고(미란다) 내키는대로 남자들을 갈아치우는 것도 안되고(사만다) 너무 너 인생에 치중해서 수많은 남자들에게 상처받거나 상처를 주는 타입(캐리)도 그렇고.....'
그러구 보면...우리네 삶에서두 완벽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다들 멋지고 당차고....모든 면에서 닮고 싶은 여자들이지만... 저들도 다들 단점은, 무수히 많은 장점들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니까.
아마....드라마를 벗어난 저 주인공들 역시 실생활에선 수많은 실패와 좌절과....자기 스스로에게의 연민과 패배감을 맛보며 살겠지.....??
그러구 보니 내 안에도 저 들이 골고루 분포해 있다. 캐리, 사만다, 미란다, 샬롯.
** 저렇게 많은 명품들이 있었나...싶을만큼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명품들은 수를 헤아리지 못할 지경이지만, 그건 주인공들의 악세서리 정도에 불과하고... 정말 중요한 건...자신의 치부까지도 다 드러내 보일 수 있고...그걸 왈가불가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로 봐주는 그런 친구들이...이 드라마의...진정한 명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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