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상황*****기억상실증
네버엔딩 스토리(한 여자 이야기) 2008/05/18 15:30   http://blog.azoomma.com/liebe980/276055

 


  남편, 두 아이들과 화목한 가정을 이끌던, 이제 막 중년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평범한 여자가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얼굴이 온통 주름 투성이에, 반반한 구석은 한군데도 없어지고 팽팽한 젊음도...촉촉하던 피부도....오히려 번들거리던 콧잔등마저....비닐을 씌워놓은 것처럼 푸석거리며 표피, 진피까지 자리잡은 주름이....피부 결결마다 나타나......

 하루 아침에 늙어버린 자신의 얼굴을 대할 용기가 없어 하루종일 아무 표정도 짓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면??

 

 게다가 피부 색이 방금 고온의 찜질방에서 담요 뒤집어 쓰고 나온 마냥 벌겋게 달아올라 하루종일 유지되는 상태가 되었다면....??

 

 아이 유치원 버스를 마중, 배웅 나가야 하는 기본적인 전업주부 외출마저 꺼려지는 중증의 대인기피가 생겼다면??

 

 그래서 보는 사람마다 '자기 얼굴이...왜 그래??' '언니....피부가 왜 그래요??'

 게다가 딸아이는 웃는 엄마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다 '엄마.....얼굴이...왜 이~렇게 됐어?' 라며 묻는다면??

 

 

 이건 영화 내용이 아니고 지금 현재 내게 일어나고 있는 실제상황이다.

 

 사실 피부에 비싼 마사지같은 관리를 받는 호사는 누리지 못했지만,  다행히 타고난 피부가 좋다면 좋아....사춘기 시절부터 피부 고민은 한번도 해보질 않았는데.....

 

 평소 잘 애용하는 홈쇼핑에 하도 좋다는 방송에 혹 해서....아니, 사실 몇번 봐왔던 '캐비어 75% 함유' 운운하는 그 제품을 눈여겨 보다....

 바로 직전까지 쓰던 스킨 로션까지 똑 떨어지고는 몇 번의 방송을 흘려보내다 결국 그 제품을 살 수 있었다.

 

 난 단언코 단 한번도 피부 트러블을 겪어보지 못했다.

 

 솔직히....싸구려 알콜 향이 솔솔 나는 제품부터....비싼 화장품 샘플까지...

 

 뭐 그리 차이나는 걸 못느꼈기 때문에....아니, 차이가 나는 걸 느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그러나 나도 이젠 나이가 나이인지라 슬슬 고급 기초라인에 관심이 생겨갈 무렵.

 

 그 즈음 눈에 자꾸 띄기 시작한 것이....캐비어 10~20%도 아닌....이 '캐비어 75% 함유' 이 제품이었다.


 

 그러나.....

 

 평상시 즐겨 먹던 메뉴가 그 날따라 땡기지 않아 우연히 주문해 본 식단에 '뜨악'한 경험처럼....(차라리 이건 일회성이니 비교가 안되겠지만)

 난 그 순간의 선택으로 내 피부를 마루타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바르자마자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따가움, 간지러움이 나타나....손 끝으로 얼굴 전체를 조곤조곤 눌러주며 '좋아지는 증상인가?' 했을만큼...

 피부 트러블, 화장품 부작용에 무지했던 나였다.

 

 결국은 위에서 쓴....[자고 일어나니 내 피부는 금방 10~20년을 늙어버린] 그 상태가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 하자면...난 그 증상을 겪었음에도....그저 그 좋다는 화장품으로 피부결이 조금이라도 좋아지기 위해 욕심을 부렸다.

 여자니까!!

 그것도....이젠 중년으로 접어든 여자니까!!

 

  아침, 저녁으로 바르라며 지들끼린 방송에서 서로 좋다 했으니까....나도 멍청하게 그런 줄만 알았다.

 그래서 아침엔 캐비어 화이트닝 제품을, 저녁엔 골드 캐비어 제품을....그렇게 꼼꼼히...정성들여 발랐다.

 

 3일 정도 후....도저히 내 피부는 '좋은 화장품을 발라 좋아지는 상태'가 아닌...최악의 상태가 되었다.

 

 저 위에 써놓은 그 상태......아니...좀 더 상세하게 쓰자면, 왼쪽 관자놀이가 가장 심해서 우리나라 전국 지도를 옆으로 누인 모양으로 벌겋게 부풀어 올라 껍질이 벗겨진 것처럼 쓰라리고 아픈 것부터 시작해서....

 온 얼굴 전체가....표피, 진피의 유, 수분을 전부 흡수해간 삼투압 증상에다, 이마, 콧잔등, 뺨 부위 전체가....이제 막 탈피를 시작한 뱀처럼....허옇게 일어나...껍질이 벗겨지고 있었다.

이 쯤 되니...당연히 무의식적으로 내 표정근은 마비가 되었다. 왜냐면....작은 표정에도 80대 할머니처럼 버쩍 마른 얼굴이 온통 주름으로 뒤덮였기 때문에.

 

 난.....심한 좌절감을 넘어...거의 공포심에 다다르고 있었는데....

 

 그 회사에다 이 증상을 말하면 어떤 조치를 취해줄꺼라...그렇게 마지막 멍청함을 발휘하고 있었다.

 

 피부과에서 진단을 받을 때엔 그런 대인기피가 일어나는 증상에선 조금은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검은 모자를 뒤집어 쓰고 남편 차를 얻어타고....병원에서 설명할 땐 왼쪽 관자놀이의 벌겋게 부은 부분은 거의 나아가고 허옇게 일어나 껍질이 벗겨지는 증상도 많이 나아가고 있을 무렵이었는데.....

 

 자기네 '규정'엔 그런 규정이 없댄다.

 

그래서...고객님이 '환불' 요건이 안됨에도 불구하고!! 자비롭게....'환불'을 해주겠댄다.

 

 난 당연히 거부했다.

 

 늬들의 자비를 구걸하고 있었던 게 아니야!! 난...정당한 치료를 원한거라고!!

 

 아!....치료하랜다. '의료보험 한도 내에서!!

 

난 또 너무나 멍청하게...그 의료보험 한도 내가 어디까진가 싶어 확인차 피부과엘 갔다.

 

진료비 2500원, 관자놀이 부풀어오른 부분에 바르는 연고비 1500원. 이게 다다.

 

 구설수에 오를까 싶어 심히 몸을 사린 피부과 의사는 '여러 경우를 봐왔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 백전백패다.'며 친절히 알려주었다.

 

 난....회사를 상대로 이길 생각일랑은 요~~만큼도 없다. 그러나 질 생각도 없다.

이건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

 내 피부를 돌려달란거다.

 

그래서...내 피부 위에서 하나하나 만들어져 갈....우리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희노애락을 함께 겪어갈...그런 주름을 하나하나 천천히 발견하고 싶은거다.

 

 이렇게....10~20년을 훌쩍 뛰어넘어...적어도 내 주름살에서만큼은 그 동안의 기억없이 순식간에 만들어져 버린 기억상실증이 걸리고 싶지 않은거다.

 

 이 빌어먹을 화장품 회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