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났을까!!
네버엔딩 스토리(한 여자 이야기) 2008/02/01 18:51   http://blog.azoomma.com/liebe980/266897

 집에서 간간히 누룽지를 만든다.

 

 후라이팬에 밥을 부침개처럼 펴놓고 최대한 약불로 15~20분쯤 한 두번 뒤집어 가며 구우면......애들 간식거리로 괜찮은 고소한 누룽지가 완성이 되는데.....

 

 어제는 울 딸내미 미술학원과 아들녀석 영어학원이 한 건물에 있어, 일정을 맞추어 같이 손잡고 수다를 떨며 가는 재미에......

 

가스렌지에 올려 놓은 누룽지를 까맣게 잊고....

 

 부랴부랴 얼른 바지를 챙겨입고...안감은 머리는 모자로 가린 채....

 우리 셋은 너무도 유쾌하게 학원으로 향했다.

 

 15분쯤 아이들과 부지런히 걸어가면 되는 딱 알맞은 거리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장난치느라 거리가 멀어지는 아이들 채근해 가며 부지런히.....학원에 도착해서 교실로 들여보내 놓고....

 

 난 한가롭게 잡지책을 펴들고 차례를 보며 '우리 아이들 공부 1등하는 비법'이랑 '재테크 전문가들이 올해 추천하는 아이템'이랑 뭘 먼저 볼까.......망설이며 펼쳐 든 찰나.

 

 그 때.....하나님이 보우하사....가스렌지 위에서 열심히 타오르고 있을 누룽지가 생각이 났다.

 

 

 아마......우리나라 중거리 달리기  비공식 신기록이.....그 때 달성되지 않았을까...?

 

 누군가 날 아는 사람이, 목숨 걸고 코평수 넓혀 쉭쉭거리며 달리는 그 때의 내 모습을 봤다면.....포효하며 도심을 활주하는 한마리 거대한 킹콩을 떠올렸을 수도....   

엘리베이터가 11층까지 올라가는 시간이....아마 내 인생에서 제일 긴 시간이 아니었을까...싶었고...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 제일 먼저 '불자동차가 와 있지 않나....' 두리번 거리며 혹은 '아파트 11층 즈음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진 않나....' 올려다 보고.....

 

 머리 속에선 이미 스프링쿨러가 작동이 되어 물바다가 된 집을 연상을 하며 '하나님 아버지...'를 수없이 부르짖고 있었다.

 

 덜덜 떨리는 손을 진정해 가며 두번이나 현관 번호를 잘못 눌러놓고 '아이고.....과열이 돼서 열리지두 않나...?' 혼자 지옥을 수십번 오락가락 했는데....

 

 신발도 벗지 않고 후다닥 뛰어들어가 가스렌지 불부터 끄고 보니.

 

 천지신명이 우리집을 보살폈는지....좀 많이 달궈진 후라이팬 위에선, 내가 평상시 구웠던 누룽지보다 훨씬 더 맛있고 고소하게.... 아주 바삭하게 구워진 누룽지가......

 

 평상시보다 색깔도 훨씬 맛깔나게 그렇게 구워져 오그라지고 있었다.

 

 내 예상이 그저 기우였음이 영쩜 몇 초 사이에 판단이 되고....그 때까지도 달달 떨며 진정이 되지 않는 마음을 혼자 다독다독 하며, 약간은 허탈한 뒷감정이 밀려 올 즈음.....

 

 너무 약오르게 잘 구어진 누룽지를 주섬주섬...'학원 선생님이나 갖다드려야지...챙기다가.

'아...15~20분쯤 구워서 반건조 오징어처럼 눅눅하게 굽는 누룽지보다....누룽지는 30~40분 정도 바싹 굽는 게...더 맛있구나....' 하는 것도 배웠고....(실제로 지난 시간은 50분을 약간 넘긴 정도-약 1시간-였다)

 

 평상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 아이들 곁엔  항상 보호해 주는 천사가 있다던데....'일당 백' 하는 우리 애들 덕에 특히 바쁜 우리집 천사님이....그 날은 정신없는 엄마를 대신해 우리집까지 굽어 살펴 주셨나 보다....싶어서 정말로 두리번 거리며.... 진땀을 식히고 있을 천사님께 감사를 전했다.


 

 ** 걸어가면 15분 정도의 거리였는데.......2~3분 만에 주파한 엄마의 신기록을 자랑스레 아이들한테 들려 주었더니.....결과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쉰 아이들의 머릿속엔, 그렇게 뛰어 가는 내 얼굴 표정과 모습이 상상 되었나 보다.

 딸아이는...흉내까지 내가며, 둘이 배꼽잡고 떼굴떼굴 구르며 웃더라.

암튼 지금도 그 덕에 온 몸에 알이 베어 로보캅처럼 움직인다.

 

우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