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내 인생 이야기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가족처럼 한귀퉁이를 지켜준 내 친구가 있다.
어찌 보면 나보다 더 날 챙겨주고 다독여주고 위해주고 북돋아주는 역할이.....
내 인생에서 그 친구가 주인공이 아닐까...싶을 정도.
그 친구 덕분에 난 어둡다면 어두웠던 내 어린 시절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 어둡던 추억 덕분에 늘 나 자신을 짓누르던 열등감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
그 친구 앞에선 지지리 궁상을 떨어도 뒷통수가 따갑지 않았고,
그 친구 앞에선 아무리 잘난 척을 해도 도끼눈을 의식하지 않아도 됐으며,
지겹도록 내 신세한탄을 해도 단 한번도 '나 바뻐~'라며 서둘러 전화를 끊어 서늘한 마음에 더 찬바람이 불지 않도록....항상 배려하던 친구.

그 친구에게....10여년 전 ... '나..결혼해...'라며 내가 살던 집 뒷정리를 부탁했었다.
그 당시, 그 친구 가족 전체가 이민을 간 관계로....비자 연장까지 해가며 내 결혼식을 보고 간다고 기다리던 친구에게....
밤을 새워 짐을 정리하던 내 친구가....그 당시 물었던 질문 중..기억에 남는 거 하나.
'너...시댁 들어가서....잘 하고 살 자신있어??'
난....왜....한번쯤 망설여서 그 친구 마음을 덜 섭섭하게 할 생각을 못했을까....
두번도 생각않고....'응!!...내가 잘 하면 되겠지...'
'너....OO씨가 잘해주지 않아도....버틸 자신..있어?? 너 많이 외로우면...나도 없는데...잘 참을 자신 있어??'
그 당시...거의 내가 목을 메어 결혼을 하는 걸.....제일 많이 걱정해 주던 그 친구의 진심어린 걱정이....그저..결혼에 들떠 잔소리 비슷하게 들렸던 거 같은데....
'응!!! 그러~엄....어차피 누가 누구한테 기대고 그런 거 다 약해빠진 감상이야..'

그런데....그 친구가...
그 후로는 나보다 더 험한 인생을 돌고 돌아 얼마 전 이혼을 당하고....내가 도와주지도 못하는 짐정리를 하다가 그 당시....10여년 전.....내가 결혼을 하고 미처 정리 못한 뒷정리에서 몇 가지를 챙겨 아직도 가지도 있었던 내 신발......
그 당시 너무 비싸서, 맞추고 난 후 기분이 나빠져 툴툴거리던 부츠를 오늘 건네 받았다.
'살 빼서....그 때처럼 이쁘게 입고...이거 신고 다녀....너 그 때 참 이뻤는데....' 하면서.

10분도 함께 있어주질 못하고....난 그저 집에 누워 있는 내 딸 아픈 것만 생각하고...
'얼른 가야해...' 하며 집 앞까지 온 친구를 뒤로 하고 서둘러 일어나 버렸는데....
그 친구가 그걸 챙기며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그런 소소한 얘기를 나눠보지도 못했는데....
더불어 그 때 같이 신고 다니며 '딱 한번밖에 안신었으니 맞으면 너 같이 신어라'며 자기 부츠도 함께 넣어준 걸 알았다면.....'너 신지...' 하며 한번쯤 사양할 껄.....
그 때...그 부츠와 함께 입었던 똥꼬 치마들의 안부라도 물어보며 5분쯤 깔깔거리며 웃다 보낼껄.....
그 부츠들과....그걸 신고 누볐던, 그저.....함께 어울리는 옷들을 고민하는 게 우리들의 일상이었던 명동 거리와 이대 앞 거리들의 잔상이....
이토록 서러운 한발, 한발로 남게 될 지...
.10여년 전엔 왜...감히....예상조차 못했을까.?
10여년 전.....그 부츠를 끌어안고 몇 시간째 뻥 뚫린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아직도 이러고 우두커니 앉아있는거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