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년차
네버엔딩 스토리(한 여자 이야기) 2007/11/28 19:11   http://blog.azoomma.com/liebe980/262344

  전업주부 경력 10년차 이상 정도의 아줌마들한테는 말 한마디도 섞지 말라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 집안 살림엔 전혀 관심조차 없고 육아면 육아,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 어떤 배려나 희생도 없는, 자각없는...지금이 다소 왜곡된 유교사상만 존재하는 조선시대라 착각하는 그런 $#^%$^&-- 괴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그 사람 나름의 논리는 이거다.

 

  전업주부 10년차 이상이면, 한 집안에서 뱅뱅 돌며 만나는 사람들이 10년째 한정되어 있다보니 생각의 폭이 딱 '고만큼!!'이라 목소리만 컸지, 도무지 논리적인 생각이라곤 못하는...그저 내 감정과 이성의 폭이 오로지 내 남편과 내 자식들로 제한이 된 아줌마들이라...

 

 도무지 그 어떤 합의나 벌어진 상황에 대한 이해력이 딸려 목소리만 높인다나.....??

 

 

암튼...내가 이제 채 한달을 못채우면... 그 사람이 그런 주장을 펼치는 대상이 된, 전업주부. 결혼... 만으로 꽉꽉 채운 10년차다.

 

  전업주부 연봉 운운하는 기사가 단골로 실리는 명절 즈음에, 그 인터넷 기사에 줄줄이 수백 개가 넘나드는 답변을 다는 반페미들의 주장을 보면....대체 그들 가족(여성)들의 생활상이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 지 의구심이 들 지경이다.

 


 

 그 마초들 눈에 비친 전업주부들의 하루 생활상은....아무 할 일 없는 한량들의 그것과 극히 다를 바 없을테지만!!

 

  아줌마 10년차...전업주부 경력 8년차인 내가 느끼는 노동강도나 정신적인 에너지가 소갈되는 느낌은..., 어째서....내 몸 하나 가꾸며 회사생활 할 때보다 100배는 더 힘드냐 말이다.

 

 결혼 생활 시작하며 이사 6번을 해도, 집 구하는 것부터 정리정돈까지...남편 도움 별로 청한 적 없이 살았고....시댁 이사 두번까지 내 손을 거쳐 정리를 했는데....

  결혼 후...아직까지 시부모님 생신이나, 명절, 제사, 온갖 주부들의 '생색내기에도 치사한' 당연한 일상에서 남의 손에 기대지 않고 내 손으로 120% 열심히 한다면 했는데....

 

 내 위치는 일반 회사로 치면 만년 '대리'로 진급은 커녕 어째서 점점 더 낮은 지위로 내려가냐 말이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갓난 애 둘 키우면서도 남편한테 목욕(...은 당연하고 손톱깎는 것과 양치질조차) 한번 청한 적 없고....시부모님께 '힘들어요~~' 넋두리 한번 제대로 말해본 적 없는데...

 

  내 욕심이나 꿈보다...남편 성공을 위해 살았다고 자부했고, 애들 정서관리를 위해 나 스스로를 희생했다고 자부했었다.

 


 

 

 갓 결혼한 새댁인 우리 동서가...이제 뽈뽈 기는 이쁜 딸 키우며 잠을 못자 '애 집어던지고 싶다'며 항변하다 애꿎은 나한테 고래고래 화풀이하는 상황을 접하면서...

 

 이제 겨우 결혼 1년차를 넘긴 동서는 '형님보다 제가 더 힘들어요!!'하며 주장을 해도...

 

 '그래도 '가족(?)'인데....너가 일 다하고 걔 시키지 마라..'.라고 손쉽게 일단락 지어버리는 남편 태도에서....

 

  바락바락 대드는 동서보다 '그동안 참고 산 너가 참아야지....그래도 걔 알고보면 그리 악한 앤 아닐텐데...'라며 어머님 앞에서 입안의 혀처럼 구는 동서 편에 서서 내 참을성을 탓하시는 시어머님의 태도에서....

 

 '난 너희 어머니나 인천 동서가 한번두 싸우는 거 못봤다'며.... 형님한테 '니가 뭔대??'라며 대든 동서와....이 악물고 바들바들 떨면서도 참은 나를 똑같이 동급으로 너무 간단하고 허무하게 치부해 버리는 시아버님 태도에서....

 

 그 동안의 '죽고싶을만큼'  힘들어도 '내 도리'라 생각해서 참고 넘겼던 10년 세월이 허물어지는 걸 느꼈다.

 

  '너 꿈이 그만큼 절실하지 못해 포기한 걸...우리때문에 너가 희생했다고 생각하지 마라!!'며, 수많은 밤....우는 애 안고 잠을 못자며 지새운 내 노력이나...겉으론 무심하게 보일 지언정....내 아이들의 높은 자아를 북돋아주기 위해 내가 했던 안보이는 노력들을 도매급 상품에 끼워주는 사은품 정도로 치부해 버리는 냉정한 남편 태도 앞에서....

 

 그 동안의 노력이....내 희생이....그렇게 값싼거였구나...그렇게 아무 의미없는 거였구나...

 

 어떤 일을 10년간 최선을 다해 꾸준히 하면 '프로'가 된다던 주장도....전업주부 앞에선 한낮 멋부리는 말장난에 불과한 거였구나....

 

  내가 잠 안자고 남편 깰까 봐...작은 방에 숨죽이고 밤 꼴딱 새워 우는 애 안고 서성인 덕분으로, 그나마 피곤한 몸 밤새 풀고 회사 나가 일 한 것도.....

 큰 애 5살까지...내 단 한가지 소원이...'하루에 깨지 않고 연달아 딱 2시간만 자보는 거...' 였던 것도...(이제와선 니가 언제??라고 하지만)

 

 인내는 쓰고....그 덕분에 열리는 단 열매는 남편이 따먹으면서...'그 인내를 누가 해달랬나?? 너가 스스로 한거잖아??'라고 하면....결혼 10년차 지난 후 마음 속에 보람이나 앞으로의 희망 없이 '악'만 남은 그 독하고 목소리만 큰 아줌마는....이제부터...그런 배려 따윈 스스로 팽게치고 '오직 날 위해 이기적으로 살아야겠구나...'.하는 왜곡된 결론만 눈앞에 남기게 되지 않나.....?

 

 그런데....나 혼자 그리 힘들게 싸우고 있는 줄 알았다.

 

 나 혼자...조금 더 '냉정하고 차디 차 배려가 없는...' 사람들 속에서 힘들어 하는 줄 알았는데....

 

 요즘 슬슬 들려오는 말들이...결혼 10년차에 접어드는 전업주부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어째서 다 비슷비슷한 세월들과, 비슷비슷한 맘 고생과... 그래서 얻은 결론이 다 똑같아지는 지....

 

 우리나라를 감싸고 도는 기운이 이상한가...?

 

  막 결혼할 그 즈음에도...나라를 감싸는 기운이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 'IMF'의 감시를 받아 모든 경제활동을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더니만....

 

 결혼 10년차...전업주부 경력 10년차에 접어드는 아줌마들이 마시는 공기가....이렇게 허무하게...마음이 이렇게 공허하게 만드는....그런 성분이 섞여 있나 보다.

 

날씨가 많이 추워 찬바람이 불어쳐도...창문을 열어 환기를 좀 시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