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환갑
네버엔딩 스토리(한 여자 이야기) 2006/07/22 02:14   http://blog.azoomma.com/liebe980/229376

 제겐....'엄마'가 있어요.

 

 중학교 시절까지 입에도 담아보지 못했던....엄마인데도.

 

 물보다 진하다는 혈육인 관계로...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은미야...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꼭 공부 더 열심히 해서 대학 가...엄마가 너 학비 책임질꺼야.  할머니 눈치 보지 말고....꼭 열심히 공부해...' 하며 제 앞에서 울다.... 다시 떠났죠.

 

 그 때까지 공부를 곧잘 했지만, 바로 위의 언니가 너무 좋은 성적인데도 불구하고 할머니와 삼촌과 싸우며  집에도 못들어오고 대학 문제로 싸우고 있어서....거의 포기하고 있었거든요.

 

제 친구들은 집에서 제발 대학만 가라....대학만 가라....하며 채큰을 했지만...

 

 생각이 짧고 잔정이 없는 할머니와.....한술 더 뜨는 막내아들인 삼촌은...행여나....

없는 집에서 대학을 '감히' 갈까봐 그 당시 모의고사 점수가 '고려대' 안정권이었던 언니를.....몰아세우고 있어서....(대학 가지 말고 빨리 돈벌어서 집에다 보태라고 강요하고 계셨으니...)

 

 언니처럼 전투적이지 못하고 고분고분했던 제 성격은...그 치열한 싸움을 보면서 애초에 대학의 꿈을 서서히 버리고 있었는지도 모르죠.

 

 고등학교에서 전교 5% 안에 들던 제 성적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한번은 바로 전 모의고사 성적이.....2등에서 352등으로 350이나 떨어진 적두 있었구요.

 

 거의 자포자기할 즈음....그렇게 '소공녀' 동화 속 주인공처럼 '엄마'가 제 앞에 그렇게 나타나셔서 구원의 손길을 보내주시긴 했지만.....

 

 엄마도.....제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고 시댁서 '아들 잡아먹는 년' 소리 들어가며 버틸 내면의 힘이 없던지라....쫓기듯 서울로 가서 몇 년 후 소개로 만난 어떤 아저씨와 새 가정을 이루고 사는 걸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믿고 도전해도 되는건지....아님 또 언니처럼 헛꿈만 꾸다 상고로 빠지게 되는 건 아닐지....불안해 하며 고 3을 보냈었어요.

 

 다행히 엄마는....그 아저씨에게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하는 속에서도, 예전 공장다니며 벌어놓은 돈서부터, 생활비로 받은 돈에서 약간의 횡령(?)으로 재테크를 하고 계셨고, 언니와 저의 대학 등록금은 대주실 수 있는 형편이었는데.....밝힐 수 없는 약점을 가진 돈인 걸 아는 외가쪽 친척이 그 돈을 떼어먹는 바람에.....다시 저와 언니는 좌절할 수 밖에 없더군요.

 


 

 이러저러한 세월이 지나....

 

 엄마의 도움으로 언니와 저는 결혼을 하고 이젠 두 아이들까지 키우며 예전의 힘든 세월을 추억으로 떠올리고 살 수 있어요.

 

 엄마가....음으로 양으로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시거든요.

 그런 엄마가.....며칠 전 환갑을 맞이하셨어요.

 

 자식 입장 말고....엄마 입장에서 보자면....육십갑자 한바퀴 돌아 환갑까지 온 인생 중에서 정말 자기자신을 위해 산 세월은 거의 없어요.(얼마 전 노래방을 생전처럼 가 봤다고...이런 별천지도 있구나...하시더라구요)

 

 그런 우리 엄마가 너무 불쌍해서...성대하게 치르게 하고 싶었는데.....

 맘처럼 그렇게 못해드렸어요.

 

 엄마가 이제라도 건강을 신경쓰고 잘 지내시다 칠순땐 자식들이 힘을 합쳐 아주 성대하게 치러드리고 싶어요.

 

 불쌍한 우리 엄마....

 사랑해.

 그리고... 건강해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