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밤 자기 전 안부전화 하는 어느 집 며느리가....'그~~렇게 착하고 부러울 수 없다'라는 몇 번의 시어머님 언질을 끝까지 모른 척 할 '부은 간'이 아니라서, 며칠 전부터 매일밤 자기 전 안부전화를 드리고 있다.
우리 시어머님은 없는 집에 시집오셔서 살림 일으키시랴 일평생을 억세게 살아오신 분이라....보통의 어머님들처럼 조곤조곤 아기자기한 면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사내 대장부(?)이신데.....
며칠 전 안부전화에서 '죽고 싶다'는 말씀을 반복하시며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고 계시길래.... 심각하게 듣고 있는 며느리 입장에서 뭔가 도와드릴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그나마 유일한 즐거움이신 손주들 재롱을 좀 많이 보시면 나으실까 싶어서 그동안 생각해 두고 있었던 몇 년 뒤 계획을 대충 말씀드리며, 도련님한테 들은 얘기도 있고....이제 좀 쉬시면 좋겠다는 솔직한 심정을 여쭈었더니.....
꾸준히 '나중엔 같이 살아야 한다'...라는 세뇌를 항상 받고 있었기에, 언젠간 모시고 살 계획을 항상 염두해 둔 나와는 달리...
갑자기 어머님이 펄쩍 뛰시며 '너희가 돈이 없어 서울에 와서 살 집이 없어도 난 늬들 우리집에 들일 생각없다....혹시 들인다 해도....들어가야지~~한다고 들어올 수 있는, 그런 너희 맘대로 들어올 수 있는 그런 집이 아니다....형제들끼리 무슨 얘기가 있었길래 '모시니 안모시니' 이런 얘기를 주고 받게 된거냐?? 늬들이 날 모셔?? 뭣 때문에 벌써 딴 생각들을 하고 난리야? 무슨 이상한 말을 듣고 나한테 얘기하지 마라.' 하신다.

휴.....어머님은 철저하게 자식과 부모간을 비즈니스로 인식하고 계신가 보다.
내 이기적인 마음을 접고(우리끼리 편하게 살면 좋겠다는...) 시부모님 한 평생 힘들게 사신 거 불쌍해서라도...인간적인 연민으로라도 '앞으로 모실 때 편하게 모셔드려야지....마음을 다잡고 다잡았더니.....연달아 내뱉으시는 뒤이은 말씀에도 내내 노한 게 가시지를 않았다.
?????
전혀 그런 식의 얘기가 아닌데...왜 자꾸 말 한마디 한마디를 그런 식으로 풀이를 하실까...생각해 보니, 어머님은 '내가 한 평생 일궈놓은 재산을 아들 며느리가 '모십네...'하며 다 빼앗아 갈꺼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히신 것 같다.
그래서 어렵게 꺼낸 맏며느리의 요청도 그리 가시 돋히게 들으시고 내내 언성을 높이시며 역정을 내신거고....'좀 편하게 사세요'...라는 부탁도 '이제 그거 저희 주세요...' 라는 버젼으로 들리시나 보다.
'어머님...아범도 어머님 고생하시는 거 마음 아파하고...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생각하면서 고민하고 있어요.' 라는 말은
'어머님....아범도 어머님 재산 이제 저희 주시고 앞으로 저희가 해드리는 밥 그냥 얻어드시면서 그리 사세요' 이렇게 들리시는 것이고....
일하는 스타일이 늘 불만이신 도련님 일도...'어머님.....지금 도련님도 자기가 직접 맡아서 하면 지금보다 훨씬 잘 할꺼예요.'라며 시동생 편을 드는 말도
'어머님....이제 저희가 드리는 용돈이나 얻어 쓰시고 가게는 도련님 주고 이 집은 저희가 가질께요.'라고 번역해서 들으시나......??
수백억 자산이 되는 계열사 분리해서 하나씩 달라는 현대 '왕자의 난'도 아니고.....(만약 합친다면) 지금보다 약간 넓은 집에서(24평이 32평 되는) 시부모님 모시고 산다는 거....사실 팔자 편한 지금으로썬 나한텐 대단한 희생이자 수백번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내뱉을 수 있는 말들인데....
그게 왜....돈에 눈이 먼 나쁜 X이 되어야 하는거지....???
내 순수한 마음을 몰라주시는 어머님을 원망해야 하나....아니면 시부모님 안모셔도 된다는 해방감에 '감사합니다!!'며 부르짖어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