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지 않니...??
네버엔딩 스토리(한 여자 이야기) 2006/05/08 12:12   http://blog.azoomma.com/liebe980/223910

 난....그 아이 입장을 이해했다.

 그래...적은 돈으로 시집이란 걸 오려는데...안힘들고 안어렵겠니...?

 

 그런데 그 아이 입에선 자기 입장을 변호하는 그 이상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언니...글쎄...집이 얼마나 이상한 지 아세요? 처음부터 8천만원 갖구 구할 집이 없어요...집에 들어가 보면 어두컴컴해서 기분이 이상한 그런 집....정말 맘에 안들어서 그래도 억지로 억지로 구한 집이 겨우 그런 건데....그래서 1억 3천 달라는 거 깎아서 1억 천만원만 줬는데...

 베란다도 별로고 거실이 좁아서 말두 못해요.....조금만 더 주면 구조도 괜찮은 집 구할 수 있었는데.....

 하지만 시아버지 뭐라는 줄 아세요...? 아시죠. 언닌??

 하루종일 그 돈 대출받아 너무 힘들다고....그래서 그 말 듣기 지겨워서 차라리 결혼하지 말까..생각두 했었다니까요...'

 

 '...응....그래...아버님 그런 소리 하시는 거...그냥 그러려니..하고 넘겨. 다른 건 다 샀니?'

'오빠가...글쎄 쓸데없는 텔레비젼 큰 거 사자고 해서 너무 화가나 죽겠어요...'

'걔가 원하는 게 딱 그거 하나면....그거 그냥 사 줘...'

'글쎄...어머님이 그런 말 하시는데....기가 막혀서 이젠 화도 안나요...오빠한테 포기했어요. 그냥 저는 저...오빠는 오빠...그렇게 살려구요.'

 

'우리 엄마가 뭐라는 줄 아세요...? 자기(시어머님) 입으로 '우리가 다해준다' 해놓고 이거 저거 신경쓰게 만든다고....결혼하지 말래요.

 제가 '정말 나 결혼하지 말까..?' 했더니 그제서야 엄마도 기분 가라앉히면서 '너가 정신차리고 살아야겠다' 하던데요..뭘...'

 

 나도 딸 있는 입장에서....자기 딸 내주는 부모 심정이 어떤 건지는 안다..

 곱게 곱게 길러서 빼앗기는 기분이....정말 얼마나 불안하고 허무할 지...

 

 그런데....아무리 그래도 시댁에서 결혼식장비, 식비, 버스 대절비까지 다 대주며 결혼을 하자는데....그리고 대출까지 받아가며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 집치곤 좋은 빌라를 구해주셨는데.....나 같음 너무 고마워서 큰절이라도 할 것 같은데...

 

 그 아이는....너무 짜증이 난댄다.

 시댁서 가까우니 맨날 부르실까봐 결혼하자마자 학원 끊어서 다니고 공부하면 남편 밥도 못챙겨주니까 시부모님 챙길 생각 같은 건 아예 안한댄다.

 

 그 만한 집이 그리 맘에 안든다고 투덜거리던 아이가 살 집을 어제 보러 갔다.

 시부모님도 못보고 계셨다가 우리가 가본다니 함께 나서서 그 집을 들어서니....내가 들어온 말들과는 다르게 너무 좋은 집이었다.

 거실 한복판에 어색하게 자리잡은 2인용 쇼파에 대해 물어보니 남편이 집에 와서 드러누워 있을까봐 2인용을 들여놨댄다.

 텔레비젼 냉장고 규격만 맞춰...어디서 한두번 들어본 것 같은....그런 걸로 들여놨고 세탁기랑 책상을 들여놨는데.....이제 다 샀다고 한다.

 

 그 아이한테 들은 말이 없었으면 차라리 이렇게 밉지는 않을텐데....

 잘 해오고 못해오고....그걸 따지자는 건 아니지만...남의 눈에 티끌만 보이고 자기 눈의 대들보는 못본다더니...정말 딱 그 짝이다.


 

갑자기....우리 시부모님이 불쌍해졌다.

그리 바리바리 챙겨주시고 좋은 말 못듣고 새며느리 손에 밥 한끼 제대로 못얻어드실까봐.....너무 마음이 아파졌다.

 

 토요일 밤....어머님 손을 잡고 얘기했다.

 '어머님....둘째 결혼시키면서..그나마 어머님 마음을 알았어요....저 보실때도 이런 마음으로 결혼시키셨죠??' 했더니....

 '너 땐 아무것도 몰라서.. 너희집서 우리집 많이 배려해 준다는 거 고마운 거 모르고 결혼했다...너 그동안 잘하는 거 몰랐고 너 시집올 때 잘 해온 거 몰랐는데....참....마음이 그렇다....

 하지만..둘째아이 집서는 우리가 다 해주니까 고맙다고 생각하겠지....둘째 아이도...고마워 하겠지...' 하신다.

 

 그 아이....특별히 예뻐하지도...미워하지도...그냥 언니 동생처럼 지내자..생각했는데.

 잘 안될 거 같다.

 

그래도 나 겪던 설움은 겪지 않게 해야지..배려하려 했는데...잘 안될꺼 같다.

 

 시어머님 앞에선 입 안의 혀처럼 놀다가....뒤 돌아서선 10년 산 나도 생각못한 시부모님에 대한 말들을 쏟아낸다.

 

 시어머님 눈은 속일 수 있어도 내 눈은 못속이지....

 너는 너...나는 나...이렇게 살아야 하는 게 맞지만...너한테 최선을 다해서 배려한 그 마음도 모르고 끝까지 불만이고....시동생을 '봐준다'는 식으로 대하면....내가 가만 못있지.

 

 싫은 건 싫은 거지만....고마운 건 고맙다고 알게 가르쳐야지.

 꼼수 쓰는 잔꾀가 큰 수한테 못당한다는 거...가르쳐 줘야지.

 

 철 없던 내가..동서보면서 철 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