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덩달아 마음도 들뜨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던데....
난 요즘 왜 이리 심란하고 뒤숭숭하고 가라앉아 버리는지 모르겠다.
올 초 남편과 결혼 후 처음으로 그렇게 심하게 싸우고...남편이 내게 뱉어버린 말들로 충격을 받아 한참을 우울해 했었는데....
특히나 내 정신적인 멘토셨던...그리고 일찍 돌아가신 아빠 역할을 대신 해주셨던.... 할아버지 1주기 제사를...안가면 안되냐며, 본사에 볼 일이 있으니 겸사겸사 시댁으로 같이 올라가자는 싸움의 발단이...자꾸 절망적인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 같다.
거기다 싸움이 커지자, 내 딴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던 시댁 행사며 도련님 챙기는 것까지.....전부 한 마디로 '이제까지 한 게 뭐 있냐?' 로 함축 되었다.
얼마 후 시동생 결혼준비로 시어머니와 여러 말들이 오가고....우리 때와는 너무 다른 처우에 불만이 생겼지만....대체로 잘 참고 넘긴다고 생각했었는데....자꾸....비교가 되는 말들이 들려온다.
친한 친구 왈...'그거...감시 카메라가 있냐 없냐의 차이야...너희는 친정부모 없고 걔넨 있잖아....??'
'그래...? 그러네...그 차이네....'

지난 주말, 남편 친구 부부 동반으로 세 가족이 모여 넓은 집을 가진 친구 집에서 모였다.
여자들은 아무 스트레스 없이 집에서 '애만' 키우고 있다고 믿는 가부장적인 남편들이 대부분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 부인들은....내 사는 얘길 양념으로 주고 받으며 '측은하고 불쌍하게 사는 여자' 라는 식으로 단정적으로 얘길 하고 있었다.
'다들 그렇지 않아...? 다들 나처럼 살지 않아...?' 하는 물음에 눈까지 동그랗게 치켜뜨며
'누~~가?? 누가 그렇게 살어??' 되묻는다.
게다가 뒷 말이 더 충격적이었다.
'난...은미씨처럼 살으라면...못살지...살 자신 없어....'
내 삶이....누군가 대신 살라 하면....그 껍데기마저 벗어던지고 싶을만큼 형편없나....?
그래도...누군가는...내 삶을 부러워 하지 않을까.....??
'왜...?'
'난...솔직히...내 생각은....남편이 혼자 놀러다닐꺼면 왜 결혼해서 같이 살어? 아니면 애들을 봐 주고 내 시간을 주던가...? 시댁은 지나칠 정도로 자주 갔으면서...처갓집두 안챙기잖아...? ,또....아니라면 미안하지만...너희 시부모님은 너 약간 함부로 막대하지 않아?? 뭐 한 가지만이라도 충족되어야 그거라도 보고 사는 거 아냐??'
내 최대 목표가, 남편 성공 시키는 거...아이들 잘 되는 거....
다들 그걸 목표로... 자신만의 생활은 뒷전이고 일단 나 빼고 다른 가족들 우선으로 살지 않나.....??
결혼 후 이제껏 미장원 간 횟수를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고.....결혼 9년동안 내 자신의 발전만을 위한 시간 투자나 금전적인 투자를 평균 내보면... 한 달에....1~2만원 남짓.....??(기본적인 스킨 같은 건 상품으로 받은 것 가끔 조달해서 쓰고, 옷은 1년에 고작 두 세벌 사 봐야....1~2만원 짜리니까)
아..시간적인 건...오로지 개인적인 시간...나 혼자만의 외출이나 시간은 글쎄다.

하긴....이런 여자들의 푸념에 남자들은 말한다.
해!! 하라고!! 누가 못하게 했냐..? 라고....
그래...애 둘 다 데리고..내가 집안일에 일체 신경쓰지 않게...너희집은 너가...우리집도 너가....다 신경쓰고 챙겨가며 할 일 다 하면서...(돈은 최대한 적게 쓰면서) 그렇게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요즘 하는 것마다 시큰둥하고 맘이 자꾸 떠나 있어서 어제 홈쇼핑 골프채 광고를 보던 남편에게 슬쩍.....'나두 골프 배워야지..(나중에)' 하며 떠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약간 짜증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야...나두 요즘 돈이 없어 못배우고 있는데...무슨...' 이런다.
그 말에 덧붙여서 '나중에 나한테 배워...'
'나.... 운동 다닐까..? 수영 좀 배워야지...' 하면 대뜸 '집에서 해..집에서....러닝머신 있잖아? 아니면 동네 한바퀴 돌아...' 이러면서 남편은 수 개월째 헬스를 끊어 다니고 있고, '디자인 하는 거 배우고 싶어...' 하면 '이젠 늦었지...너가 뭐 지금 배워서 뭘 하려고??' 하면서 남편은 대학이며 대학원을 다닌다.
' 내 월급 너가 다 갖잖아? 요즘은 한 돈 백만원 생활비로 주고 남편들이 관리한다는 사람 많더라...'

대화를 어떤 식으로 해야 이런 답답한 문제들이 해결이 될까?
여자는(내가 아는 거의 모든 여자들은)...정말로 돈을 펑펑 쓰면서 혼자만의 호화로운 여행을 꿈꾸는 게 아니라.....한 푼을 안써도 좋으니 혼자만의 여유로운 외출(동네 한바퀴만이라도)이 하고 싶은거고, 처갓집에 펑펑 안써도 좋으니 가끔이라도 전화 나몰래 한 통화만이라도 하면 좋은거고....자판기 커피 한 잔 뽑아 놓고 아이들의 문제를 상담하고 싶어하는 게 그런 게 꿈이고 행복인데 말이다.
아....어쩌면....
남자들은 여자들이 일요일 오후처럼 아마 집에서 아무 생각 안하고 잘 잠 다 자고 일어나서...'자아...이제 슬슬 애들이나 뭣좀 먹일까...?' 하면서 밥 떠주고 퍼져 있다가, 돈 쓰러 가게 가서 먹을 꺼 잔뜩 사와서 배 터지도록 먹고, 티비 좀 보다가 청소 빨래는 청소기 세탁기가 저절로 다 알아서 해 주고, 저녁도 '나와라 뚝딱' 하면 차려지는 요술식탁에.....거기다 내 하고 싶은 취미나 여가 활동을 하다하다 지쳐서 심심해지니까 그제서야 옆에 있는 남편에게 슬쩍 '아구....나 심심해 죽겠으니 나가서 놀구 싶어' 이러는 줄 아나 보다.
맨날 말하는 '총알만 안날라 다니는 전쟁터'로 남자들이 출근을 하면, 여자는 그 후에 '총알'만 없는 전쟁터에서.... 남자보다 여자들의 편두통이 확률적으로 훨씬 많다는 이유가 되는 삶을 치열하게 함께 살아내고 있다는 걸......남편들은 진정 모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