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그제....날씨가 꾸물거리며 아침이 저녁같은 날 이른 아침...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바쁘게 학교갈 아이 옷 챙겨놓고 남편 와이셔츠와 바지 다려놓고 남편 도시락 챙겨놓고 과일과 마를 함께 갈아 마쥬스 만들어놓고 아이 밥 챙겨놓고....기타 등등.
정신없이 남편과 아이가 함께 갈 길을 재촉하고 있는데...
남편이 먼저 나가고 현관문이 닫혀서 아이가 뒤따라 나가려고 하고 있는 찰라 ,남편이 다시 열더니 그 사이로 장미꽃 한송이를 휙 던져놓는 겁니다.
아이와 저는 순간 얼굴을 마주보다 제 화색이 도는 얼굴 표정을 쳐다보며 '엄마는 좋~~겠다.' 며 싱글거리는 아이를 등떠밀어 보내놓고...
아주 소중한 선물을 혹시라도 다시 떨어뜨릴까봐 조심스럽게 그 장미꽃 한송이를 집어들어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향기도 맡아보고 음미를 했습니다.
그 날 아침일찍 멀찍이 있는 은행에 볼 일이 있어 아직 잠이 덜 깬 아이 밥 서둘러 먹이고 부랴부랴 챙겨서 아파트 계단으로 또각또각 몇 걸음을 내려가는데....
뭔가 이상한 게 발견되더라구요.
우리집이 3층이라 2층...1층...계단을 내려가며 보니 집집마다 현관문에 장미꽃 한송이와 아파트 분양광고지가 한 부씩 꼽혀 있더군요.
아침에 남편이 집어던진 그 꽃 한송이는 남편이 그 전날 쑥스러워 미쳐 못 건낸 애정의 선물이 아니라...남편 입장에서 보면 바쁜 아침부터 귀찮게 누가 현관문에 꽂아놓은 광고지같은 의미였던 거지요.
'그럼 그렇지...'
제가 택시까지 집어타고 간 그 은행은 남편 회사와 가까이 있어서 바쁘게 은행 볼 일을 마치고 근처 시내에서 아이 신발도 겸사겸사 봐두고 딸아이 핀이며 끈이며 악세서리까지 고른 시간이 다행히 점심시간 전이었기에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 남편~~ 은행왔다가 볼 일 보고나니 이 시간이네. 바쁘지 않으면 사무실 잠깐 들를께. 밥이나 같이 먹자'
문자를 보내고 5분쯤 후에 남편이 문자를 보내왔더군요.
딱 한마디....
'그냥가'
..................................
'그럼 그렇지.....'
그래도 간만에 받아본 꽃한송이가 제 기억에 참 오랫동안 남는 광고전단이었으니...그 아파트 분양은 성공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