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도 1학년, 엄마도 1학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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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이 블러거님들 중에도 올해 처음으로 학부형이 되신 분들이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1학년 된 아들녀석이 있는데요... 사실 그 전까진 간 큰 엄마 중 한명이었어요. 유치원도 6살에 6개월쯤 처음으로 보내다 너무 공부를 시키는 것 같아서 떼려치웠고 7살에 본격적인 유치원 생활을 경험한 아이는...그 담임 선생님께도 '아이가 정 못 따라가서 수업하시는 게 힘드시거든...말씀하시라'며 배짱을 부렸었죠. 그 내면엔....아이가 공부로 어릴 때부터 스트레스 받는 게 싫어서가 첫째 이유였고 두번짼....은근히 내 아이를 믿는 구석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냥저냥 정말 아무것도 안시키고 그 흔한 학습지 하나 시키지 않고 책 한번 제대로 사주질 않고 학교 입학을 시켰습니다.
그.러.나..... 뒤늦게 직시한 현실은, 제가 상상했던 순진하고 순수하고....약간 과격하게 말하면 멍청하기까지 한....호락호락한 그 무엇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 나름대로의 교육방법이 있었고 제 교육철학도 나름대로는 분명했으며 '교육'이라는 게 한글 한 자, 수학의 숫자 하나와는 뭔가 다른 그 무엇이었기 때문에 전반적인 이해도만 높여 놓으면 큰 무리가 없을 줄로만 알았더랬지요.
책도 비싼 돈 주고 사주진 못해도 또래 아이못지 않게 많이 읽어주었다고 자부했고 그림도 누구못지 않게 스케치북 20권은 6세때까지 제가 그려준 그림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노래도....밥도 안하고 하루종일 아이와 율동을 하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노래를 부른 적도 있었고 놀이터에서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관찰을 하느라....고생은 했습니다만...
유아교육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유달리 교육열이 높지도 않은 엄마가, 그 눔의 교육철학 하나만 믿고 아이를 전적으로 제 믿음에 끼워맞춰 세상을 보여줬던 그 밑바닥엔 아주 큰 구멍 하나가 나있었나 봅니다.
학교를 들어선 아이는 첫날부터 빈틈 투성이로 보였고, 그나마 성의를 보인답시고 입학 첫날 한 것이라곤 끝나고 나올 때 90도로 인사하며 '안녕하세요...잘부탁드립니다...'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지요.
준비물을 준비하러 이틀에 한번 꼴로 둘째 아이를 안고 이리뛰고 저리 뛰어야 하고 숙제나 평가를 봐주느라 아이 노는 시간은 하루 2시간도 채 안됩니다.
이제 겨우....한달 반.... 아이는 단순하게 '재밌어' 이렇게 표현하지만...제 마음은 왜 이렇게 자꾸 찬바람이 휭휭 불어닥치는 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아닌데....이건 아닌 거 같은데....하면서도 예전서부터 뭐라도 하나 시키지 않은 게 참 후회가 되고 피아노나 미술학원엘 보냈어야 했는데....하며 하루에도 몇번씩 후회합니다.
아이 그림수준은 제가 봤을 땐 예전과 비교해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는데...감탄감탄 하는 제 앞에서 선생님은...' OO이 그림 수준이 우리반에서...하위에 속하거든요...' 합니다. 심화학습이라 하여, 저랑 남편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하는 문제들(이거 절대 과장 아닙니다. 오죽하면 제가 친척들한테 문제를 내봤겠습니까....어른들도 순간적으로는 다 틀리더군요)도... 다 맞는 아이가 반에서 4~6명 정도는 나온다 하니....이만하면 제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심정도 어느정도는 이해하시리라 봅니다.
자모회는 비공식적 모임이라 하여 아예 입밖에도 꺼내지 못하게 되었고, 매일 교실 청소며 최소한의 금액으로 아이들 필요한 물품을 사주는 것조차 아예 금지가 되어 버렸어요. 그러니까 이제까지 한달 반정도 엄마들이 한 노력은 결국 욕만 먹고 만 거죠.
요즘 아이들 수준이 높다 높다 해도...어느 정도 시켜야 저도 한참을 고민해야 풀수 있는 문제를 1학년들이 척척 풀어버리고 그토록 자신감에 차 있는 것일까요.....?
오늘은 이런 고민에 휩싸여 봅니다.
이제부터 시작인데...그렇게 믿었는데.... 남들은 이미 50미터쯤....100미터쯤 앞서 달리고 뒤꼭지가 희미하게 보이는 기분....그거 아시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