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어머니...우리 시어머니.. | ||
| ||
제 남편의 어머니....즉, 저의 시어머니...
처음 결혼해서 시집살이 했을 땐...어머니도 저도 서로가 처음이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서로의 가치관이나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어머님이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한마디에도 서러워 허공만 보고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고... 그 시원시원하고 털털한(좋게 얘기하면), 사내대장부 같은 성격 덕에...오해도 많이 했고, 솔직히 아직도 안풀린 앙금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남편이 보는 어머님과 제가 보는 어머님의 감정 차이가 많이 나도 너무 나서, 완전히 다른 사람같은 느낌을 받은 적도 많았고... 그런 이유로 남편 등 뒤에서 눈을 흘긴 적도 부지기수였지요.
그나마 분가를 하고, 처음에 서로의 거리가 너무 없었을 때 불편했던 감정들이 사라지고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출만큼의 거리가 생겨나자...오히려 더 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뭣 모르시는 분들은...제가 시댁가면 하루종일 종종 거리면서 죽어라 일만 하는 줄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사실 좀 위험할 정도로 잠도 너무 푹~~~자고(?), 꽤도 많이 부리고, 우리집서와는 다르게 남편을 부려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오히려 더 편한 점도 많지요.
시집살이 하면서 제가 시부모님 앞에서 보였던 행동들....(남편의 아침밥은 찬밥이 아무리 많이 남아도 꼭 새밥으로 차려줬으며, 남편이 씻을 땐 치약 하나까지 짜놓고 수건들고 밖에서 기다렸으며 속옷도 다려입히고 발냄새도 좋아서 남편이 신었던 양말을 아까워서 못씻고 들고다닌 적도 있구요....어디 1박2일로 가는 일정엔 필요없다 해도 김밥을 종류별로 싸주고, 남편 사진을 제 물건 어디에다 달고 다녔고, 제가 임신 막달로 접어들어도 집안에 들어온 남편에게 뭘 사오라고 부탁해서 내보낸 적도 없었지요....)을 아.직.도 그렇게 하는 줄 믿고 계시는 시부모님은....'우리 며느리같은 며느리 못봤다'며 주위에 자랑일색이십니다.
전혀 그러고 있질 않는 저는...양심에 가책은 좀 받을 지언정....부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 시어머님이, 아들을 보는 입장에서도 요즘 남편답지 않게 부인인 제게 너무 무심하게 보이시는지....참 미안하고 무안해 하시며 돈을 쥐어주시거나, 제 꼬질꼬질하고 꾀죄죄한 옷차림을 조금이라도 커버하고자 가끔 옷도 사다주시지요.(제 늘어나고 구멍난 속옷을 보셨는지...지금 입고 있는 속옷도 시어머님 선물입니다)
어쩌다 오는 아들네 집에 하룻밤 주무시고 해가 뜨기도 전에 가신다 서두르시는 내면엔...물론 그 날의 스케쥴이 잡혀있어서도 있지만...제가 불편할까봐 그리 하신 것도..잘 알고 있구요. 시댁에선 특별한 반찬 하나 없는 저녁밥상에서...'맛있다...맛있다..' 하시며 먹는 사람은....시어머님 한 분 밖에 없습니다.(아..가끔 시동생도 거듭니다.)
며느리 붙잡고 하소연하는 나약한 시어머님과가 아니라...오히려 늘 씩씩한 성격때문에...제가 속상한 일이 있어 힘이 쭉 빠지면 시어머님께 전화를 드려서 힘을 얻곤 합니다. '어머니~~~~~'하고 부르는 그 날의 제 톤에 따라서 전화한 이유를 대충 짐작하시지요.
그런 시어머님의 생신이.....오늘입니다. 주말에 가서 이미 선물과 생신상을 허접하게 봐드리긴 했지만....아무래도 앞당겨 한 생신이기때문에...오늘 하루종일 기분이 찜찜하고 불편하네요.
참...어렵고 불편한 관계 뿐인 며느리와 시어머니... 그래도 볼때마다 쌓인 정이 무섭다고....시부모님과 시동생도 이젠 제 반쪽 가족다운 정이 들었네요. 어머님....쭉~~~건강하시고...오늘 하루만이라도 좀 편하게 앉아계세요... 사랑해요....진심으로.
***내년엔....아범이 월차를 내더라도 꼭 생신날 가뵐께요...약속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