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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아들녀석이 친구 좋아하는 거야 시리즈(?)로 글을 올리면서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꺼구....문제는 그 후환이 저한테도 미친다는 거지요. 깨끗하게 정리된 집안 꼴을 못보고 호호 불어 닦은 유리창이며 거실 덧문도 우르르 애들을 몰고 왔다가면 어느새 덕지덕지.... 온 사방에 지 들의 흔적을 남기며 영역표시를 하고, 요즘 한창 유행하는 정체불명의 딱지 때문에 태권도 이단 옆차기를 동원해서 싸울 때엔....아..정말...없어져 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특히나 단짝친구인 한 아이와는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을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유치원이면 유치원, 집이면 집, 태권도 학원이면 태권도......어디서나 부인할 수 없이 눈에 띄는 커플처럼 붙어앉아 닭살을 떨어댑니다. 관심을 보이며 지나가는 이웃들이 이구동성 '쟤네들 사겨요??' 물으면 그 엄마나 저나 고개를 끄덕이며 시인을 해버리지요.
그런 친구의 아빠가....두어달 전...실직을 하고 주방장이던 전공을 살려 가게를 열고 싶지만 때를 기다린다며 임시방편으로 동네어귀에 잠시 차린 포장마차 근처에다 지들 아지트를 만들고, 그래도 사람 맘이 그게 아닌지라... 번듯한 대형 고급일식집의 주방장이었던 그 집 아저씨의 착잡한 맘을 몰라주고.... 고 녀석들은 쥐구멍 드나들듯 들락날락.......
요즘 한창 유행하는 딱지도 하루 수십번씩 맡겼다 되찾고 입이 심심할 때마다 우리집 음식처럼 마음대로 집어먹는 폼새가 영.....실례라서....
얼마 전 아이를 불러다놓고 조곤조곤 얘기해 주었지요 '승윤아....원래... 아빠들은 가족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돈을 벌어다 주면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인데 그 아저씬 얼마나 속상하시겠어...? 그 아줌마도 그렇고....돈이 아무리 잘 벌린다 해도 그렇게 밖에서 고생하시는데...너가 힘들게 하면 안되지....' 했더니 이해를 했는지 마는지...암튼 표정 하나는 심각해지더라구요.
승윤이 친구야 그래도 7살이니 유치원 끝나고 좀 놀다가 태권도 학원을 가고...대충 해결이 되는데...문제는 4살바기 여동생이 매일을 하루종일 밖에서 놀고 근처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하다보니 피부가 건조한지 아이 살결이 제 피부보다 꺼끌거리길래.....
며칠 전서부터 기분 안나쁘게 눈치를 보면서 우리 딸내미랑 집에서 놀게 했거든요. 제가 제 아이들도 제대로 못보면서도 오지랖은 넓어서, 애들이 고생하는 꼴을 못보고 우리집에서 걷어먹인 경력이 3년이 되어가는데.... 그 경력을 십분 활용해 4살짜리 동생을 요며칠 잠깐씩 봐주고 있지만...오늘은 제 남편이 출장간 틈을 타...두 아이들을 불러들였습니다.
점심, 저녁을 먹이고 책을 읽어주고....우리집 아이들과 어울려 놀게 하다 저녁 늦게 목욕탕에다 물을 받고 목욕을 시켜 카모마일 오일과 로숀을 발라주었지요. 물론 뽀샤샤한 새 옷도 갈아입히구요.
10시가 가까워지자 불안해진 그 엄마는 싫다는 두 아이들을 거의 끌다시피 해서 집으로 데리고 갔고....남은 승윤인 골똘히 생각하더니.....
'엄마...엄마는 그 아저씨랑 아줌마 너무 바쁘니까 힘들게 하지 말라고 했지?' - '응' '그럼....그 아저씨랑 아줌마 바쁘니까...엄마가 OO랑 OO(그 친구랑 동생 이름) 오늘처럼 우리집에서 하루종일 봐주면 안돼??' - '.......엉?' ' 그럼 그 아저씨랑 아줌마 안힘들꺼 아냐??' '(욘석아....니 엄마 힘든 건 어떡하구??) 음...글쎄......'
아까 목욕탕에서 잠수놀이를 하다, 숨을 못참고 솟구치는 그 친구의 머리에 받혀 승윤이가 흘린 코피와....4살짜리 친구 동생과 예진이가 아침부터 같이 놀다가 끈적거리는 걸 묻혀서 해치운 이불 두 채가 언뜻 생각이 나면서....선뜻 승윤이의 기대처럼 '그래...그러자'는 대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워낙 알뜰하게 아끼며 살면서도...수단이 없어 늘어난 빚과 이자를 지금껏 갚았고, 이제 슬슬 안정되나...싶자....덜컥 실직을 해서 아이 놀이방 하나 맘대로 못보내고 하루종일 아이가 나와서 노는 걸 뻔히 알면서도... 우리 아이의 제일 친한 친구인데....그렇다고 우리 아이들까지 있는데 대책없이 '봐주마'고 건의를 할 수도 없는 상황....
시댁에서 얻어온 보온파스를 그 아이 옷에 붙여주는 걸로 안쓰러운 마음을 추스려 왔지만....
암튼...꼭 잘 되고 부~~~자 되어야 하는 사람들이 제 주변엔 너무 많습니다.
부~~자 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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