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인생과 철학을 논하던 대학 재수시절...
힘든 시기를 같이 보낸만큼....참 친한 친구 한명이 있다.
친한...이런 말보다 더 도를 넘어서, 서로의 삶에 가장 깊숙히 관여하고 서로가 너무 친해서 다른 친구들과 관계가 서먹해질만큼....너무 잘 아는...그래서 가장 마음이 쓰이는 그런 친구...
그런 친구가...'이혼'을 결심했다며 전화가 왔다.
아무 일이 없더라도 그 친구와 전화를 하면 기본 2시간은 채워야 어느 정도 말문을 열고..본격적인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을...그런 할 말 많은 친구인데 그런 친구가 이혼을 하겠다니 나로써도 큰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었는데...
그 친구는 자기 말을 들어주고 수긍해주고 '그래...이혼할 만 하다...힘들었겠다...결정 잘했다'며 지지해줄 사람이 필요했었나보다.
그 친구 예상과는 다르게...난 펄펄 뛰며 소리소리 지르고 악을 써대며 반대를 했다.
아이들에게 무관심하고, 친정부모에게 성의없고, 자신에게 무심한 그 남편과 이제 더이상 살 이유가 없다며 버틸대로 버텨봤다고....그게 이혼사유였다.
그래도 애들 아빠니까 이혼하면 안된다....바람을 핀 것도 아니고...널 폭행한 것도 아니고...애들한테 폭력을 휘두른 것도 아닌데...그 이유만으로 아이들에게서 아빠를 빼앗으면 안된다....내 이혼반대사유였다.
결혼이란 건...분명... 남자, 여자가 함께 살며 행복하자고 내린 결정일텐데....
아이들을 낳고 두 아이를 업고 지고 다닐 수 있는데가...얼마나 된다고...
두 아이 몸무게를 합치면 대략 25킬로 되는 아이들을...그것도 사이사이 아이들 시중을 들어가며 맘 놓고 갈 수 있는 데가 얼마나 된다고...
결혼생활을 하며 자신의 삶을 다 포기하고 오로지 아이들에게 주파수를 맞춰 5~7년을 살게 해놓고...다리와 날개를 다 꺾어놓고....이제와서 날아보라니....
그게 싫었으면 그 전에 자기가 만끽한 삶을 부인에게도 조금만 나눠줘도 그렇게까지 무기력해지지 않았을 것을....
남자들에게도...아이를 키우는 모의 훈련과정을 수료해야 결혼자격이 주어져야 한다.
집에서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으면 저절로 커지는 게 아이들이 아닐텐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그 책이랑 영화에서 그러잖아...이혼한 친구가 다녀간 그 문을 닫고 새삼스레 자기 가정이 그렇게 소중해 보이더라고...
남들은 그래....그저...남얘기 쉽게 하고 못살겠으면 이혼해라...이렇게 하지만..막상 이혼하면 이혼했다고 뒤에서 손가락질 하고, 그저..남얘기하듯 쉽게 떠밀거든..'
하며 좀 더 생각하라는 뜻에서 비유하는 말을 받아치는 친구 왈...
'그렇게 버텼더니...결국...그 여자 자살하잖아....죽었잖아....나도 내가 어떻게 될까봐...죽을까봐... 이제 못살겠어...' 한다.
죽을만큼 힘든가...?
행복하려고 한 결혼을 버티기가....정말 죽을만큼 힘들어지는가...??
그 친구 성격상....이혼을 한다고 지금보다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뻔히 알면서도...끝까지 반대를 못하고...'그래...나중에 또 통화하자'며 흐지부지 끝냈다.
나보다 더 마음이 여린 친구...
남편 마음에 상처가 될까봐 맘 놓고 독한 소리 한번 내뱉지 못한 친구...
손끝이 야물어서 알뜰살뜰 깔끔하게 살림을 가꾸진 못해도..이제껏 제대로 된 외식한번 안하고 밥만 차린 친구...
덩치가 자기보다 큰 아들녀석 둘을 이고지고 다니며 몸살을 달고 사는 친구....
1년만에 만나고도 4시도 안되어 남편 밥차려야 한다고 서둘러서 가는 친구...
그래....니 결정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