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전쟁을 아느냐
네버엔딩 스토리(한 여자 이야기) 2004/09/21 18:41   http://blog.azoomma.com/liebe980/160473

 조금 전 밖엔 천둥 번개가 치며 소나기가 잠시 쏟아졌고 밖에서 아들녀석과 함께 놀던 아이들을 우르르 몰고 우리집으로 전부 피신시켰다.

 

 목욕하는 걸 좋아하는 아들녀석의 제안으로, 7살짜리 2명과 6살짜리 1명 남자아이들은 목욕탕에 물을 받아 낚시 놀이와 장난감 몇 개를 넣어주는 것으로 처리(?)했고, 7살과 4살 3살짜리 여자아이들은 베란다에 있던 미끄럼틀을 작은 방에 매트를 깔고 넣어주는 것으로... 만족한 결과가 나왔다고 내심 흐뭇해 하며....주섬주섬 온 사방에 널려있던 옷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목욕탕에서 한 아이의 장난으로 두 아이가 뜨거워 죽겠다며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고 그걸 무마시키고 나오자 마자 작은 방에선 여자아이 둘이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미끄럼틀 하나로 아이들의 입을 막기엔 역부족인 것 같아 얼른 블럭을 꺼내어 집을 대충 만들어 주고 '자자...이제 싸우지 말고 놀아...'라는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홀딱 벗은 남자애들 셋이 우르르 물을 줄줄 흘리며 나오더니 '아줌마~~~ 다 했어요~~~~~~' 한다.

 

 '그래 그래..잠깐만....'하며 감기끼가 있는 아이들 걱정에 얼른 수건으로 몸을 감싸주고 머리를 닦고 있는데...말리는 머리에선 거품이 북적북적 오르는 셋을 다시 조르르 몰아 목욕탕에 몰아 넣고 깨끗이 씻기고 베이비오일까지 발라 준 후 옷을 입히고 있는 와중에....먼저 뛰어간 아들녀석이 떠들썩한 작은 방에서 공포에 질린 얼굴로 뛰어와 다급히 부른다.

 

'엄마 엄마....예진이가...예진이가....끼어서 안빠져..'

 

 표정으로 봐선 그냥 손이 안빠지거나 발이 안빠지는 작은 일이 아닌데...(그때까지 목욕탕 물소리와 아이들이 너무 소란스러워서 딸아이의 울음소리가 묻혀지는 바람에 그냥 작은 일이거니..했다)

 

 후닥닥 뛰어 작은방으로 건너가니 이미 딸아이는 울부짖음으로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상황은...아이들의 작은 책상과 한 세트인 의자 다리가 사각으로 사방이 연결되어 있는 그 사이로 아이 머리가 들어가 빠지지 않고 있었다.

 

 '예진아...예진아..엄마 왔어..괜찮아...많이 놀랬지? 엄마 있으니까 이제 빼줄께...'

 말은 이렇게 했지만...사이즈를 보니 머리를 억지로 집어 넣은 후 돌릴 수도, 뺄 수도 없었고 아이는 바닥에 구부정하게 그 의자 다리 사이에 머리를 끼운 채 많이 놀란 듯 했고, 의자를 들어 아이의 자세를 바로 잡은 후.....그 다음엔 뭘 어떻게 해야 할지...수 초 사이에 수백가지 생각들이 흘러갔다.

 

 잠시 진정이 되었던 아이는 다시 울음이 커지고 머리가 아파오는지 내내 '엄마...아포...엄마 아포...'하며 낀 머리를 더 끼도록 의자를 밀어내기 바빴는데, 이마 피부가 벗겨질까봐 쏠려있던 머리카락을 최대한 억지로 흐트려 피부를 가리게 했다.

 

 둘러싼 아이들이 놀라서 우왕좌왕하고, 그 소란으로 딸아이가 더 놀랄까 걱정이 되어 일단 웃으며(억지로 웃었지만. 내 얼굴 근육은 아마 경련으로 부르르 떨렸을 꺼다)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의자를 아예 목 부근으로 내린 후 머리 싸이즈와 비교를 하고....얼굴을 손수건으로 싼 후 마름모 모양 사이로 아이 머리 모양을 맞춘 다음 의자를 들어올리자 '뿌지지'하는 소리가 나며 머리가 쏙 빠져나왔다.

 

 119를 부를까 말까 망설이는 와중에 그래도 수월하게 해결되어 한시름 돌리고 있는데, 한숨 돌리자 마자 아이들은 배고프다며 성화라 우유를 부은 코코아 한잔씩 다 돌리고....몇몇 아이들은 그 사이를 못참고 자기 옷에...바닥에....쏟고 있었다.

 

 두 잔씩 다 마신 아이들은 이제 뭐 또 놀꺼 없나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텔레비젼에 오락기를 연결해서 오락을 하거나 블럭을 바닥에 쏟아붓고 만들거나 식탁에 앉아 코코아 분말을 손으로 찍어먹고 있는 아이들....제각각 나름의 놀이를 찾아 '잠깐' 놀았다.

 

 6시가 아이들 놀이 시간의 마지노 선으로 정해놓은터라 우리집 아이들만 남고 아이들이 돌아간 후...집을 둘러보니....이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휴~~~~에구...머리야~~~~~

 

 이걸 쓰는 도중에 발음도 제대로 안되는 딸아이가 쪼르르 쫓아와 '엄마...오빠  코~~ 자..'하길래 가보니 평소와는 다르게 쇼파에서 잠든 아이 이마가 뜨끈뜨끈하다....열이 오르는 감기인가 보다.

 

 이 전쟁은 어디서, 언제쯤, 어떻게 끝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