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은 다 잘했고, 니 자식만 잘못했다??
네버엔딩 스토리(한 여자 이야기) 2004/09/20 23:00   http://blog.azoomma.com/liebe980/160334

  (이건 전적으로 내 아이 엄마인 입장에서 생각한것이니...아마 내 입장만 생각하고 오해했을 수도 있다는 걸 미리 인정한다.)

 

 아이가 7살로 접어들며 서서히 유아티를 벗고 제법 사내아이 티가 나기 시작했다.

 장난도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고난위도의 장난으로 업그레이드 되었고, 자기 의견도 많이 강해진데다 제법 설득력까지 갖춰져서, 내 말문이 막혀버리면 '엄마'라는 신분을 백분 활용해 소리를 빽빽 지르며 월권행위를 한 후에야 아이의 고개가 수그러진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나름대로 지들끼리 노는 무리가 있는지...한번도 큰 소리가 나지 않고 잘 지내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어떤 친구들과는 5분이 멀다 하고 싸우고 다시 돌아서서 금방 헤헤거리는 그룹이 있다.

 

 그나마 아들녀석의 제일 친한 친구라고 첫째 손가락에 꼽히는 친구와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싸우더니 6개월쯤 지난 요즘에서야  슬슬 의견 조율이 되어가는지 싸우는 횟수와 빈도도 많이 줄고 싸웠다가도 크게 감정이 다치는 일도 없고, 집으로 직행하는 일 없이 바로 그 자리에서 타협점을 찾고 있다.

 

 처음엔 삼총사로 셋이 어울려 다니며 잘 지내던 중, 한 아이가 슬슬 이 아이들 틈에 낄 틈이 없는지...주변을 겉도는 모양을 보여, 처음엔 단짝 친구 엄마와 아이들을 타일러도 보고 일부러 놀러도 가게 하고 자주 어울리게 했지만, 아이들만의 세계가 따로 있는 터라...예전처럼 친하게 어울리진 못했다.

 

 다 같이 아이들 키우는 엄마인데...혼자 겉도는 그 아이 엄마 맘을 쉽사리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한아이는 제쳐 두고라도, 겉도는 아이가 울거나 그 엄마가 우리 아이의 문제점을 지적하곤 했을때 처음엔 무조건 아들녀석을 붙잡고 혼을 냈다.

 

 '왜 자꾸 친구를 따돌렷!!!!!! 엉!!!!!!'

 

 '너 그러면 다른 친구랑도 못놀게 할꺼얏!!!!!! 엉!!!!!!!'

 

 '걔가 얼마나 속상하겠어????? 입장 바꿔 생각해 봐!!!!!!!'

 

 '한번만 더 그런 소리 들리기만 해봐라....너 아주 죽을 줄 알엇!!!!!!!!!'

 

 이미 목소리 크기로는 공증받은 목청으로 고래고래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 펄펄 뛰며 자식 교육 잘못 시켰다고 혼자 머리 싸매고 몸서리도 쳐보고, 얼마 전엔....(여기서 말하기도 창피한 일이지만) 그 엄마의 말만 듣고, 유치원에서 막 돌아오던 아이를 집으로 끌고 와, 빨래 방망이와 모양새가 비슷하게 닮은 울릉도산 안마기로 아이 엉덩이를 때린 적도 있다.(그 날도 역시 내 자식교육 탓을 하면서...)

 

 그런데....

 

며칠 전....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모여 또 툭탁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던 그 아이 엄마 왈...

 

'승.윤.이.가 너무 폭력적이지 않어??'

 

'.........?? 저 또래 남자애들이 다 그렇죠 뭐....'

 

'그래?? 그래도 내년에 학교들어갈 아이가...말로 설득하기 전에 주먹부터 나온다면..문제가 있는 거 아냐??'

 

'아직 7살인데...자기 감정표현을 그렇게 잘 할 수 있는 아이가 뭐 많이 있나요..? 다 그렇잖아요..왜...'

 

'....그으래?? 다 그래?? 우리 아이가 어울리는 다른 모임 아이들이 있는데...걔네들하고 놀면 저렇게 안싸워...'

 

(그럼 우리 승윤이만 문제가 있단 말이네?? 결국......)

'우리 승윤이도 놀면서 맨날 싸우는 친구들도 있고 또 어떤 아이들하고는 하루종일 놀아도 한번도 안싸우는 친구들도 있고 그래요....그냥 아이들 특성이거니..하고 멀리 봐주세요...언니..'

 

'7살이면 자기 감정 다 표현하잖아?? 승윤이는 일단 화가 나면 주먹부터 나오더라..??'

 

(음..이 언닌 지금 내가 넙쭉 업드려 '죄송해요 언니, 우리 승윤이가 문제죠..'라고 나오길 기대하네??')

'.........그래요? 7살인데...그냥 아이일 뿐인데...아이들이 대부분 그렇지 않나요.....?'

 

'그렇다면 나도 이젠 -친구가 때리면 너도 같이 때려라- 이렇게 가르칠 수밖에 없어...화가 나도 자기 감정을 표현하게 가르쳐야지...'

 

 하지만 우리 아들녀석이 지금 다니는 태권도장에 처음 가게 된 이유가...그 아이에게 뒤돌려차기로 두 대를 정통으로 얻어맞고 난 뒤인데.....?? (그 아이 엄마 아빠와.. 내가 앉아서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일어난 일이다)

 

 가해자로 몰린 마당에, 굳이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맨날 툭탁거리는 세 아이 중 유독 그 아이 혼자만 울며 집으로 가고, 남은 두 아이가 친해지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일단 친해진 두 아이가 의견조율을 하는 건, 울며 집으로 가는 그 아이보단 쉬운 일일 것이고...다시 싸움꺼리가 생기더라도 편먹기(?)도 쉬워진 후일 테니까....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그 아이 엄마야....매일 두 아이가 자기 아이를 따돌리는 것처럼 보이고...싸우더라도 2대 1로 싸워 자기 아이가 절대적으로 열세인 모양새를 보며 속이 터지는 것까지는 충분히 공감을 한다.

 

 아직 7살인 아이들 인격은...이제 서서히 여물어져 가는 과정일 뿐인데...이미 고정되어 버린 것처럼 단정지어, 팔꼬고 다리 꼬고 앉아 내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전적으로 우리 아이만 잘못되었다는 식의 충고를 받아들일 만큼, 내 맘이 그리 넓지는 못해서 약간 떨떠름하게 마무리가 되었는데....

 

 오늘 마주친 그 언니의 눈에는 싸늘한 기가 맴돌고, 간단한 눈인사만 할 뿐 예전의 그 호감가는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었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더니....

 

  왜 아이들을 아이들로 바라보지 않고, 단 몇 가지 눈에 띈 점만 가지고 그 아이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양...단정지어 말할까..?

 

 내가 보기엔....그 아이나 내 아이나....화가 나서 표현하는 방법은 폭력 말고는 다른 수단이 없더구만..

 

에구...씁쓸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