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때문에....
네버엔딩 스토리(한 여자 이야기) 2004/09/18 15:18   http://blog.azoomma.com/liebe980/159993

 오랫동안 들여다보진 못했지만 걱정해 주는 친구두 있고 신경써서 전화해주는 언니두 있고...

 어렸을 적부터 손잡고 소꿉놀이한 친구들도 아닌데....감정만큼은 그 못지 않게 따뜻하네요.

 고마워~~~~~친구야...

 고마워요.......언니..

 

 

 시할아버님 제사를 그나마 예전보단 비교적 간소하게 치른 후 새벽에, 원주에 일이 있어 하루동안 내려와야 했던 도련님과 함께.... 안개로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새벽길을 달려 집에 도착했어요.

 집에 오자마자 '와~~~집이다...쉬자'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닌 아줌마라 바리바리 싸들고 갔던 짐들을 풀고 정리한 후 잠자리에 들었지요.

 

 비몽사몽간에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이 유치원 보내고 늦은 아침을 도련님 앞에 대령한 후, 밀린 집안일을 마치고는 좀 쉬었음 좋으련만....

 

 자기 컨디션을 되찾은 팔팔한 딸내미가 놀아달라 조르는 통에 놀이터로 끌려나가 약먹은 병아리처럼 벤치에 쪼그리고 앉아 반나절을 쳐져 있다가 제법 오랫만에 온 도련님을 그냥 보낼 수 없어 밖에서 식사를 대접한 후 밤엔 다시 예전에 약속했던대로 밤중에 운동을 나갔더랬지요.(사실 며칠 되지 않은 야밤의 운동 덕에, 살이 다시 포동포동 오르고 있어요...이유인 즉, 밤에 하는 운동만 믿고 평소 식사량보다 양을 많이 하고 간식도 사이사이 먹어준 덕분입니다.)

 

 몸을 며칠 고되게 한 탓인지 수요일부터 슬슬 머리 속이 흔들리며 깨질 듯 아파오고 컨디션도 영 엉망이었지만 운동을 같이 하는 이웃 언니가 주는 약 한알에 약발이 받아 다행히 징징거리며 다니진 않았어요.

 

 그래두 이젠 연세가 연세인지라....하루만 힘들어도(이렇게 말하면 제사 한번 치러놓고 엄살이 오래두 간다...고 생각하실 지두 모르지만 6남매의 맏이이신 우리 아버님 형제분들과 우리 식구들과 딸린 식구들 오셔서 먹을 거리를 제 혼자 만들어야 하는 수고는,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거든요.) 그 피로를 풀기엔... 평소대로 움직이며 풀려면 이박삼일은 걸려야 겨우 제 컨디션을 찾을 수 있게 되나 봅니다.

 

 어제 밤엔... 아이들을 대동하고 운동을 나간 세 아줌마들이 생전 맞아본 기억이 없는 폭우를 맞으며 산책을 했어요.

 사실 운동보다는 그나마 밤늦은 그 시간이...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낼 수 있어 결혼후 한번도 맘 편히 자신만의 시간을 즐겨본 기억이 없는 저로써는 요즘 그걸 가능하게끔 도와주는 남편이 그렇게 이뻐보일 수가 없거든요.

 

 물에 빠진 생쥐꼴 바로 직전의 모습으로 천막친 벤치에 앉아 우리만의 수다를 떨며 비를 훔뻑 맞고 노는 아이들을 여유있게 바라볼 수 있는 맘의 여유도.....간만에 정말 시원스레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한잔의 커피 운운하고, 온갖 코믹 댄스를 추며, 생전 그런 모습이 있었었나...할만큼 발랄할 수 있었던 것도...사람들 없는 아파트 공원에서 단촐한 우리들만의 댄스 파티를 벌일 수 있었던 것도....다 그 비때문이라고....

 

  남편과 아이들을 족쇄처럼 한 발에 걸치고 그나마 나머지 한 발도 시댁과 친정이라는 강요받은 책임과 의무감으로 맘편할 날 없이 살림에 찌든 아줌마들이....11시가 훌쩍 넘은 그 야밤에 메뚜기 유재석의 춤을 추며 비를 맞고 깡총거릴 수 있는 여유도....결혼 후 7년동안 단 하루의 자유도 누려본 적이 없어 답답했던 마음까지 다 씻어버릴 수 있었던... 단 5분동안 맞았던 그 비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