꺅~~~~~~~~꼴까닥!!
네버엔딩 스토리(한 여자 이야기) 2004/09/08 00:39   http://blog.azoomma.com/liebe980/158248


 사실....요며칠 기분이 좀 안좋았어요.

맨날 얼굴 보는 남편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그 이유가 좀 말하기가 껄끄러운 거거든요.

 전...벌레라면 기절 안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좀 심하게 싫어하는데...

 며칠 전 주방 쪽에 작은 귀뚜라미가 한 마리 출현을 했고 전 당연히 (남편 입장에서 보면 호들갑을 떨며) 좀 치워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거실 복판에서 대자로 누워있던 남편이 아주 귀찮아 죽겠다는 듯이 '야 야 야..됐어 됐어'' 하며 돌아눕는 겁니다.(되긴 뭐가 돼?? 내가 안됐는데....??)

 제가 어쩔 줄 몰라하며 난처해서..뻘쭘하게 서 있었더니 그래두 아들이랍시고 7살짜리 아들녀석이 '엄마..내가 잡아줄께..'하면서 더이상 멋있을 수가 없게 당당히 휴지로 그 귀뚜라미를 잡더라구요.

 

 문제는...그 다음날...

 세탁기 근처에서 괴상하게 생긴 벌레(저걸 사람들은 돈벌레라고 부른다던데..)가 출몰했고.....전 온 몸에서 그 벌레가 진화를 거듭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잠시 공포에 떨다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호락호락 도움을 받아들일 남편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경험상 알고 있기에....그걸 그냥 약으로 뿌려 죽여버렸습니다(눈을 감고 뿌렸는데..눈을 떠보니 죽어있더군요)

 

 더 큰 문제는...그 죽은 사체를 어떻게 처리할 지가 관건이었습니다.

남편은 더이상 저의 보디가드가 되어주질 않고...아들녀석에게 그 벌레를 잡아달라는 말이....차마 나오지 않기에...

 오늘..... 세탁기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내내 이 저조한 기분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남들 눈엔...참 유난스럽고 별스럽게 보이는 거 다 알지만...

그래도 고쳐지진 않고 전 이 고민을 며칠째 안고 끙끙거려야 할 지.....

 

 예전 서울 시민으로 살 때..아파트에서 바퀴벌레가 나온 적이 있어요.

워낙 오래된 아파트라...각오는 단단히 했지만 그래도 제 유별난 공포는 자는 남편을 깨워 바퀴벌레좀 잡아달라고 애원했는데...남편은 며칠 전 그 반응을 똑같이 그 때도 보이더라구요.

 전 그 바퀴벌레를 어제의 그 돈벌레처럼 처치한 후...남편에게 치워달라는 말이 무시당하고...싱크대 뒤에서 죽은 바퀴벌레가 무서워 그 쪽은 살면서 청소를 아예 하지 않았드랬습니다.

 

 그런 엽기적인 일을 제가 손수 자행해 봐서인지......참 걱정입니다.

이제부터 세탁기 주변은 청소를 안하고 살까봐....아니, 못하고 살까봐....

그 쪽은 쳐다보기도 싫고, 가는 건 더 싫고....

 

부디...남편이 이 글을 읽고 오늘은 가뿐하게 세탁기 근처로 갈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남편~~부탁이야...

 

 내가 다른 건 안시키잖어...

 

이제까지 설거지를 해달래나....청소를 해달래나....애들 응가 기저귀를 갈아달래는 것도 아닌데.....

 

 제발 벌레만 좀 치워 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