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며칠간의 스케쥴
네버엔딩 스토리(한 여자 이야기) 2004/09/05 00:12   http://blog.azoomma.com/liebe980/157535

 제가 블러그에 들르지 않는 데에 다소 오해가 있으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는 관계로...그 동안의 스케쥴을 보고하겠습니다.

 

 원주로 이사온 지 5개월이 더 지났지만...아이 병원가느라 잠깐 나간 거 외에는 외출다운 외출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말만 원주시민이지...전...그저...우주 공간에 우리집만 둥둥 떠있어도 될 그런 환경에서 살았거든요.

 

 아~~주 먼 외출이래봐야...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가게가 전부이고...반찬거리나 쇼핑을 할 때엔 남편이 운전기사를 자청해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이마트에 가서 그 주에 필요한 생필품을 잔뜩 싣고 오는 그런 생활이었으니...

 그런 이유로, 저보다도 원주를 잘 아는 서울댁들이 즐비하고 아무리 어디 어디라고 초대형 건물주변을 기준으로 물어봐야 제 대답은 당연히 '잘 모른다'였습니다.

 

 하긴...제 성격이 그리 활동적이지 않고 정적인 걸 선호하는 취향이고보니(여기에 대해선 반박성 글들이 올라올 지 모르지만...정말임!!) 고향에서 20년을 살다 와도 무슨 건물이 어디 있는지 잘 모릅니다........솔직히 전혀 모른다는 쪽이 더 정확합니다.(학교와 집을 왕복하는 거 외엔 해본 게 없음....소위 범생이었음)

 늦바람이 무섭다...?

옛말 그른 거 하나 없는 것처럼...그 눔의 늦바람은 재수하느라 서울에 상경해서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해서...없는 살림에 잘난 척 하느라 유학을 앞두고, 뜻 맞는 친구들과 나이트를 전전하기 시작하고 그 즈음이 바로 남편을 만난 시기였으니....제 꼬라지가...원래 제 모토와 180도 다른 '야행성' 버전이었거든요.

 멋내느라 얼어죽는다고...미니 스커트에 부츠에 허리까지 오는 머리는 퍼머를 하고 열 손가락에 매니큐어가 안칠해지면...외출을 안했습니다.

 

 명동이며 이대 앞 성신여대에 단골집을 정해놓고 1달에 한 두번은 쇼핑으로 풀 코디를 했고 남편과 사랑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던 그 해 겨울엔 나름대로 집 근처까지 연락처를 물어본다며 쫓아오는 남자들 두어명은 거느렸던....

 지금 생각해 보면 제 인생에서 그나마 제일 잘 나가던 시절이었던 것 같네요.

 

 지금 현재의 '밭메다 바로 달려온 분위기'의 제 실체를 이미 봐버린 아컴 언니, 친구, 동생들은...이런 말문을 떼게 되면 전부 사기라고 할 진 모르지만 암튼....그런 잘 나가는 시절의 추억은 말 그대로 추억으로만 남고...

 

 전 원주에서 20년을 살아도 다시 그 20살때까지 살던 고향처럼 '잘 모른다'는 대답만 할 것 같았는데...

눈뜨고도 장님노릇을 하는 저를 답답하게 여기던, 평소 잘 어울리는 엄마들이 원주 장터 구경을 시켜주겠다며 끌고 나간 게 첫째날의 행보였습니다.

 

 생전 처음보는 장터 구경으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더덕이며 꿀참외며 싱싱한 고등어와 이면수 그리고 천원마트에서 신나게 필요한 생필품들을 사재기(?)하고 아이 가을옷도 몇 벌 장만했거든요. 시내에서 유명하다는 칼국수도 얻어먹고 딸아이 핀도 몇 개 사고 그동안 못했던 아이쇼핑은 그 날 원없이 하고 들어와서....

블러그에 들를 기력이 없이 '쫙' 뻗어 아이들과 함께 자버렸습니다.

 

 둘째날의 행보는 첫째날보다는 간단했는데, 아는 엄마의 실직한 남편과 장사를 해보겠다고 사업상담(?)차 그 집에 들러 반나절을 허비하고 집에 돌아와 부리나케 밀린 일을 하고...그 날부터 시작한 밤 10시에 헤쳐모여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 3일째인데...지금 온 다리근육이 땡겨 앉은 자세로 설설 기어다니며 청소를 하고 움직일 때마다 제 입에선 심상찮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옵니다.

 아이 둘 다 남편에게 떼어놓고 현관문을 닫으면 뒷꽁지가 땡기고 아프지만...아줌마 둘을 꼬득여 시작한 운동이니만큼...열심히 해서 다음에 언니 동생들을 만나면...

 

그 땐 몸짱아줌마 리베로 거듭나겠습니다.

 

** 운동도 운동이지만...그 밤에 운동으로 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기쁨은...안겪어본 사람은 모를 해방감 그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