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쓰는 언어가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되었다고 한다.
어느 새 우리는... 초특급, 울트라, 엽기, 슈퍼, 스펙터클 등등의 보다 강렬한 단어를 쓰지 않고서는 그 의미전달이 다소 빛바랜 듯한 느낌을 갖기에 이르고, 나아가 생활 전반에 쓰이는 말조차 단순히 '힘들다. 어렵다'는 말로는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그.러.나......
두 아이들과 하루종일 입씨름, 몸씨름, 두뇌씨름을 하다 보면....난 '전쟁'이라는 단어 외에는 별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둘째라는 서열과, 딸이라는 생체학적 특징으로 볼 때 말을 특히 빨리해야 정상인 예진이가.... 이제서야 슬슬 말을 배워야겠다는 목적의식이 생겼는지.....24개월이 지나며 뒤늦게 말문이 터져 요즘 한창 그 아이의 수 백, 아니 수 천번의 질문을 감당하기도 버거울 지경인데....
미운 7살(때려 쥑이고 싶은...이라는 악명이 붙은 마의 7살)의 고비를 이제 반을 겨우 넘긴 승윤이는, 엄마의 성격 테스트를 하루에도 수차례씩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아예 고분고분 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고 오히려 자기 생각을 엄마에게 주입시키는데 주력한다.
친구 좋아하는 아빠 성격을 빼닮은 승윤인... 유치원 가방을 팽게치기가 무섭게,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친구집으로 직행하기 때문에 그 친구 엄마 보기가 이젠 민망해, 아이들을 불러내 아파트 공원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두 아이 성격자체가 한 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평가하기엔....산만하고 지나칠 정도로 활동적임-- 개구쟁이들이라, 큰 아인 그 공원의 쇠기둥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꼭대기까지 기어오르고 '왜 그 기둥에 올라가지 말아야 하냐면....'으로 시작된 설득을 몇 시간씩 해도 소 귀에 경을 읽고....둘째 아인...약간 쑥스러워 하면서도 모든 사람의 시선을 받는 걸 즐기는 '공주과'라, 그 공원 정중앙에 있는 조형물 바로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엉덩이를 삐쭉삐쭉'하는 춤을 추는 공연을 한다.
(이런 써커스를 방불케 하는 공연이 이루어진 지...보름 정도 되었다.....아파트 할머님 할아버님들은 벤치에 앉으셔서 두 아이의 공연(??)을 관람하시며 너무 높이 올라가는 큰 아이 걱정도 하시고 이뻐도 해주시는 다양한 반응을 보이신다
.)
큰 아이는 너무 치열하게 여름을 보내고 있는 증거로 온 몸을 상처투성이로 만들더니 급기야 며칠 전부터 코 밑과 귀가 헐어, 귀에선 진물이 흘러나오고 피가 비쳐 부랴부랴 병원을 찾았더니....외이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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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야금을 튕기고 난을 치며...한복을 입고 대청마루에 발을 늘여놓고 사는 게 어울린다고 예전 한 친구가 그렇게 얘길 했줬었는데....
결혼전까진 나름대로... 인상이 참 차분해보여 어르신들은 며느리 삼고 싶다는 내심 흐뭇한 평을 받으며, 교양과 품위와 지성을 겸비하고자 노력(노력만!!
) 했는데....
지금.......?
난 본의아니게 조 것들이 날마다 펼치는 써커스의 단장이 되어 그 공연을 지켜보며 불그락푸르락 하는 감정조절에 실패한 표정을 짓고 쳐다봐야 하는가 말이다.
내가 맨날 주장하는 거....
하루종일.. 지저분하면 지저분해지는대로 족족 씻기고 향기 좋은 베이비로션 바르고 다듬어서 이쁜 옷으로 위 아래 코디해서 앉혀놓으면....
그냥 내 옆에서 동화책이나 읽고 얌전히 앉아있어주면 얼마나 좋아...?
여전히 과일장수 트럭 아저씨 마이크 소리보다 크다는 내 목소리로 바락바락 지르며 두 아이들을 불러대고....그래도 승윤인 그 쯤되면 내 옆으로 와주는 반면, 예진이는 꼭 저 만치서 몇 마디 말대꾸를 더 한다.
'엄마 미어....엄마양 안 노아......빠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