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담풍할테니 너는 바람풍해라.
네버엔딩 스토리(한 여자 이야기) 2004/08/09 16:39   http://blog.azoomma.com/liebe980/149393

 

 내 어릴 적을 떠올려보면....

 추억이란 건 모든 걸 아름답게 미화시키는 작용이 있는 지...그리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런 씁쓸한 기억들도 가끔은 아련하게 떠오르게 마련이다.

 

 여기서 한번 언급한 적도 있는 똑부러진 우리 언니와는 다르게 난 어딘가 약간 모자란(?)듯한...시원시원한 걸 바라는 어른들의 눈엔 그저 답답하고 속터지는 아이였다.

 

 한 가지 질문을 하면 언니는 '네' '아니오'식의 간단 명료한 대답을 하고 자기 의견을 피력해 어른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걸친 반면....난 '그러니까....그럴 수도 있지만...그건 아닐 수도 있고....'하며 장황한 대답을 늘여놨으니...지금 생각해도 그리 영리한 아이는 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모자란 구석이 있으면 뛰어난 점도 있는 아이들의 특성상....

 그리 잡다한 생각들을 머리속에 담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자니 늘 공상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살았고 미술이나 글짓기 같은 창작 영역엔 약간은 뛰어난 소질을 보였나 보다.

 

 지금 되돌려 봐도... 언니와 너무 비교되는 학습능력상(여기서 굳이 변명을 하자면....그렇다고 죽어라 공부 못하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난 늘 관심 밖이었고 혼자 조용히 있는 걸 좋아하는 그저....있는지 없는지 모르는...순한 아이였다.

 

 그 당시...내 입장을 전혀 이해못하고 그저 어른들의 기준에서 날 다그치는 그런 면들을 소름끼치게 싫어했는데....

 그래서 그런 거 하나하나 기억해 뒀다가 내 아이에게는 절대 그러지 말자고 그 어린 나이에도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다짐했는데.....

 

 우리 큰 아이...

 승윤이가 내 얼굴모양을 고대로 빼다 박았더니...성격도 내 어린 시절과 너무 똑같아 가끔 내 성격 그대로를 투영해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고 난 또 그게 싫어 필요이상으로 펄펄 뛰며 다그치고 혼내는지 모른다.

 

 내 어린 시절을 재연하는 아이 마냥....

가끔 자기 생각에 빠져, 내가 말하는 소리를 못알아 들어 청력 검사도 해봤고, 냉큼 명쾌한 대답이 그 아이 입에서 안나올 땐....내 스스로를 컨트롤 못할만큼..심하게 혼을 낸다.

 

 내 아이....

나를 너무 많이 닮아 혼 나는 아이....

 

그래도 승윤아....

엄마는 바담풍 해도...넌 바람풍 해야지....

 

그래서 엄만 속상해.....

엄마가 이렇게 미련해서 속상하고...

네가 엄말 너무 많이 닮아...그래서 슬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