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서기...2001년...2월 경 쯤....
남편 회사에서 종합검진을 받는 덕택에 빌붙어 종합검진이란 걸 받아보았습니다.
평소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던 터라, 무슨 재밌는 놀이 하듯이 검진을 즐겼(?)습니다.
남편과 반나절을 깔깔거리며 웃고 소곤거리며 떠들고....
그런데 남편에겐 끝났다 하더니 병원에서 절 잠깐 보자는 겁니다.
여의사 하는 말이....
'다시 검사해 봐야 할 게 있어서요....'
무슨 걸쭉한 약을 거의 한 컵을 들이키게 한 다음, 커다란 기계 위에 누워 제 몸을 이리 훑고 저리 훑고 하는 기분나쁜 기계만 째려보고 있는데....
거기서 무슨 이상이 발견되었다는 겁니다.
덜컹...
순간 전신에서 힘이 50%는 빠졌지만...비교적 의연하게 여의사를 따라 들어가 가슴을 풀어헤치고 초음파로 심각하게 보던 의사 왈...
'여기 지금 보시는 게....종양 같은 게...보이거든요...?'
- 어디요??
'제 소견으로는 양성으로 보이지만....정밀검사를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손수 제 손을 잡고 그 조그맣고 매끈거리는 덩어리를 만지게 해 준 다음 초음파 사진을 직접 뽑아 몇 번이나 다시 --별로 만져지지도 않는 아주 쬐끄만 덩어리를 '이 정도면 많이 큰거다'라며 겁을 주고는-- 확인을 하더라구요.
나중엔 남편과 같이 확인을 하고 여의사는 '제 소견으로는 '섬유선종'이 확실한 것 같지만...정밀검사를 권한다'는 선고(?)를 받고 약간 찜찜한 기분으로 병원을 나섰습니다.
그 외에 걸리는 사소한 것들이 몇 가지 더 있어 남편으로부터 '그 정도면 종합병원이다'는 진단까지 덤으로 받아야 했습니다.
저랑 한 집에 살았던 고모가 '지방 덩어리'라고 했었던 조직을 떼어보니 '유방암'으로 판명이 되었던 안좋은 추억이 있어서 아마...혼자 별별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했습니다.
그 후...3년여의 시간이 흘러...오늘...
(저 솔직히...오늘에서야 얘기지만 요즘 기분이 영..오락가락 하며 저기압을 유지하고 있었어요.)
그 선고(?)를 받았던 쪽 가슴에 자꾸 통증이 생기고, 신경쓰이는 간헐적 신호도 있어 애들 얼굴을 볼 때 예사로 보이지 않았거든요.
다시 검사를 받고 그 눔의 양성종양을 수술로 떼어버리기로 결심을 한 날.....
남편과 병원을 찾아 10만원이나 한다는 정밀검사를 받아보기로 했지요..(그 옆 산부인과에선 4만 5천원이라는 비교적 싼 가격을 제시했지만 X-레이로만 한다길래 외과로 옮겼습니당)
지금 와서 떠올려봐도 그렇게 자애롭고 친절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여의사 선생님께서 걱정스럽게 이리저리 촉진을 하고 사진을 찍고 초음파를 보시더니....
제 걱정을 일순간에 해소시켜 주시는 말 한마디....
'누가 이걸 섬유선종이라구 해??'
-'OO병원...'
'이상하다...그 병원 그렇게 엉망으로 보는데가 아닌데....'
'이게 무슨 섬유선종이야...? 그냥 말랑말랑한 지방덩어리구만...이것 봐...이렇게 누르면 납짝하게 눌리잖아...그냥 봐두 지방이라구 안보여??'
'?????'
'하긴....화질이 좀 안좋은 기계로 얼핏 보면...섬유선종으로 보이긴 하겠다...화질이 안좋은 기계로 보면...'
제가 지금껏 묵직하게 느껴왔던 가슴쪽 아픔은, 유선이 부어서 그런 거라는 진단과 함께 3년간 기분나쁜 종양이라고 알고 있었던 섬유선종도 말랑말랑한 지방덩어리라는 명쾌한 진단을 받고 날라갈 듯한 기분이 되어 거듭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병원을 나섰습니다.
그 동안...수시로 가슴이 아팠는데....
스트레스나 과로가 원인이라니....
이제 아이들 얼굴을 사심없이 볼 수 있다는 기쁨과, 야단을 치고 펄펄 뛰면서도 '늬들 나 없으면 어떻게 살래?'하는 망측스런 상상을 안해도 된다는 해방감에 오늘 샴페인이라도 터뜨려야겠습니다.
이제와서야 얘기지만...
저 사실 그 동안 가슴이...가슴이....
좀 아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