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인터넷 속 또 다른 나의 발견] 향수 & 한 여자 이야기


	이름만 들어도 마음 설레고 아름다운 곳이 바로 강릉이다. 강릉으로 가기 위해 대관령을 넘을 때마다 이용하는 영동고속도로는 참 견고하게 지어진 도로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곳에도 어느새 새 길이 생겨 옛길에 대한 기억은 더욱 아련해진다. 대관령 구간 옛길은 횡계에서 시작되는데, 어쩌다 차가 한 대 지나갈 뿐 까마귀들만 '까악 까악' 울리고, 여름 휴가철이면 차가 들어설 곳이 없을 만큼 벅적대던 대관령 휴게소도 대여섯 대의 차량이 한가하게 고갯마루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다.

강릉은 시원한 바다가 있어 좋고 그만큼 맑은 공기가 있어서 좋다. 또 겨울이면 겨울 바다가 있어서 좋고, 여름이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단오제가 있어서 좋다.
강릉단오제는 유교와 샤머니즘이 아주 절묘하게 결합된 축제로, 1967년 1월 16일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되었다. 옛날에는 단오제를 지내는데 열흘이 걸렸고 무당이며, 지방관리, 시민 등 수백 명이 제사에 참가했다. 물론 관중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지금은 대표적인 지방의 축제로 단오제가 열리면 강릉이 한번 들썩 떴다가 가라앉는다고 한다. 사시사철 바다를 보려는 사람들, 싱싱한 회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니 단오제라 하여 특별하게 사람이 모이는 걸 인식하지 못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신주라고 해서 신에게 드릴 술을 빚어(강릉에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쌀을 내 음력 3월 20일에 술을 빚는다) 제사를 지내는데, 사람이 참 많이 모여요. 매년 그게 구경이지요. 그런데 이 구경꾼은 대개 강릉 사람들이고, 5월 1일에 열리는 단오제 때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참 많이 와요. 지역경제도 살리고, 전통문화도 살리고, 이거야 말로 일거양득이지요. 허허….”
강릉에 사는 최운경 씨는 사람 모이는 게 좋다면서 강릉단오제에 대한 설명도 곁들인다.
강릉단오제는 음력 5월 1일을 전후한 며칠 동안의 행사만은 아니라 음력 3월 20일 전부터(시민들이 쌀을 모으는 날부터) 시작되는 것이니 따지고 보면 두 달은 족히 걸리는 강릉 시민들의 행사다.
신주로 음력 4월 1일과 8일에 제를 지내고, 15일에는 대관령 국사성황사에서 제를 지낸 후 신대(신간목)를 베어 대관령 국사성황을 모신다. 제를 지낸 일행들은 강릉으로 돌아와 성황사에서 제를 지내고 4월 27일에 굿을 하고 음력 5월 1일에는

드디어 본제를 시작해 며칠동안 무당굿이며 관노놀이로 축제를 즐기는 것이다. 이런 축제는 5월 7일 대관령 국사성황을 보내드리는 제사로 끝난다.
굿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5월 1일 본제를 꼭 보기를 권한다. 부정굿을 비롯해 청좌굿·달맞이·세존굿·조상굿·성주굿·천왕굿·심청굿·칠성굿·손님굿·계면굿·십이산신굿·꽃노래굿·거리굿 등 다양한 굿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릉단오제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홍길동전>을 쓴 허균이 1603년 강릉단오제를 직접 보고 쓴 것이 남아 있을 만큼 유서가 깊다. 허균은 강릉단오제에서 제사를 받는 대상이 신라의 김유신 장군이라고 썼다. 어려서 김유신은 명주(강릉)에서 유학하며 무술을 익혔고 삼국을 통일한 뒤 죽어 대관령의 산신이 되었는데, 이 신이 영험해 해마다 5월이면 대관령에 가서 신을 맞이하고 즐겁게 해준다고 했다. 신이 즐거우면 풍년이 들고 신이 노하면 반드시 천재지변으로 나타난다고 믿었기 때문에 명주 사람들은 노래하고 춤을 추며 신을 흥겹게 맞는 의식을 거행했다.

강릉에 가면 볼 것도 많다. 우선 첫 손으로 꼽는 곳이 정동진이다. 정동진역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운치가 넘친다. 드라마 '모래시계' 탓인지, 선물 파는 행상들의 물건 중에 모래시계가 가장 많은 것도 재미있다.
강릉에 가면 선교장과 허균의 생가만큼은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선교장은 조선 말기의 사대부 저택이다. 안채는 효령대군의 10대손인 이내번이 창건했으며, 사랑채인 열화당은 이내번의 손자 후가 순조 15년(1815)에 건립했다. 각 건물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며 조선 후기의 주거생활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되는 저택이다.

경포대 옆 초당순두부 간판이 많은 초당에 가면 허균의 생가가 있는데, 이곳의 아름다움은 단연 '고요함'이다. 꽃 만발한 화단에서 꽃들만 아우성이지, 바람 소리조차 이곳에서는 조용하게 문지방을 넘나든다.

변산반도에 있는 채석강을 강이라고 알고 있듯이 소금강을 강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소금강은 강이 아니다. 오대산의 일부로, 그 생김새가 금강산과 비슷해 작은 금강산이라는 뜻으로 '소금강'이라고 부를 뿐이다.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소금강은 너무 예뻐서 눈길을 빼앗긴다. 경사도 그리 급하지 않다.
요즘은 구룡폭포까지만 올라갈 수 있는데, 그곳까지는 그저 산책하듯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완만하다. 설악산의 그 비탈을 생각했던 사람들로서는 조금 시시할 수도 있지만, 계곡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쏙 빼놓고 걷는 재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어쩌자고 산은 높이 치솟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지, 그 편견부터 버려야 할 것 같다.
산에서 내려와 냇가에 발을 씻고 앉아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 두 분이 도시락을 드시다가 불쑥 다가온다.
"식사는 하셨수?"
"아뇨…."
"그럼 잘 됐네. 우리 두 늙은이는 도시락 하나면 되는데 우리가 두 개를 싸왔거든. 이거 남는 도시락이니 자시우."
"어이쿠, 고맙습니다."
걸인 차림으로 나타난 이몽룡이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웠던 것처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밥을 맛있게 먹었다. 후식으로 참외까지 한 조각 주신다. 아주 달게 먹었다. 산이 아름답고 높지 않아서일까? 소금강에서의 인심은 더더욱 후해지는 것 같다.

강릉을 대표하는 초당순두부

경포호를 낀 소나무숲 초당동에는 순두부, 모두부가 유명하다. 초당순두부는 아주 소박하다. 맛이라면 그저 고소한 맛이 조금 도는데, 그것도 그리 진하지 않아 자극적이지 않다.
초당순두부가 유명한 것은 간수로 동해의 청정한 물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콩을 불리고, 콩을 갈고, 콩물을 걸러내 끓이다가 간수를 넣게 되는데 간수의 양이 조금 더 많으면 두부가 만들어 질 때 단단해진다. 또 조금 모자라면 너무 물러진다.
이곳 초당의 순두부집들은 제각각 예부터 전해내려 오는 방식으로 순두부를 만든다고 하는데, 간수를 넣는 양이 다 달라 어느 한 곳도 그 맛이 같지 않다고 한다.
초당 할머니 순두부 집은 전국 각지에서 찾는 이들이 많은데, 이 집은 두부 맛도 맛이지만 막된장에 박은 고추장아찌가 정말 맛이 좋다. 여기에 된장찌개와 비지장, 1년 묵힌 김치는 순두부의 맛을 더욱 깊게 한다.
몇 년 전 이곳에 왔을 때는 이른 아침이었다. 아침부터 순두부를 먹었는데, 강릉 경포대의 맑은 공기 때문인지 순두부의 맛은 끝내줬다. 그 이후로 이곳에 두 번 더 찾아 갔는데, 점점 은은하면서도 고소한 맛에 빠져들었다. 고소함의 정도가 진하지 않아 순두부에 품위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6월 22일(음력 5월 5일) 단오날이지요.

다른 지방에선 단오가 그리 큰 행사가 아닌 줄 알지만...제 고향 강릉에선 아주 큰 행사인데다..올해부터 '국제 관광민속제'와 겸하여 큰 축제의 장으로 열리고 있어요.

27일까지 하는 행사에 가족들과 함께 가셔서 보셔두 후회 안하실꺼예요.

각 나라의 음식과 춤을 함께 겸해 볼 수 있으니 일석 이조.

'마카 오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