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가 전쟁을 아느냐(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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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누구나 한번 쯤은, 무심결에라도 '이건 전쟁이야...'를 되뇌인 적이 있을겁니다. 여자가 결혼을 한 후, 아무리 한 집안의 며느리이자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이자.... 맞벌이 부부라면 회사의 일처리까지....몇 인 몇 역을 맡는다 해도...한 아이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사건의 수 만큼은 안될 겁니다.
극성스런 우리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라서(아니...제 개인적인 느낌상으론 아마 선두자리를 뺏기진 않을 것 같지만...) 요즘 저로 하여금 '인간의 인내심'을 시험에 들게 하고 있는 큰아이는, 이미 오늘도 온 집안을 한 차례 뒤집고 지금 막 친구집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했으며, 둘째 아이도 어김없이 제 기대치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큰아이의 체력은 또래 아이에게도 전례를 찾을 수 없을만큼 놀랄만한 기력을 과시하여서... 친언니 집에서 반나절만 있어도, 같이 놀던 제 조카는 (언니 말을 빌면) '승윤이랑 같이 놀면 재윤인 2박 3일은 자야 해....' 하더니...요즘 아들녀석과 함께 노는 친구는 체력이 딸려 아침만 되면 손이 떨리고 코피를 쏟는 등...피곤이 쌓여 과로라며 병원을 다니는 그 친구 엄마를 속상하게 합니다.
방금 전....휴지는 녹는데 왜 다른 종이는 안녹냐며(휴지나 종이나 둘 다 원료가 나무라고 전에 한 번 일러줬더니...) 응가를 한 변기 안에 휴지심을 넣어보는 실험을 한 죄값으로, 정오까지 평온을 유지하던 저의 표정에서 코평수를 넓히며 쉭쉭대는 표정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으며, 불은 분명히 물로 끄는데 왜 전기에 물이 닿으면 불이 나냐며 겁없이 드라이어 코드에 물을 떨궈 본 실험으로는, 그나마 겨우 교양과 기품을 유지하며 이를 악물고 있던 저의 목청에서 기차 화통을 삶아먹는 dB(데시벨..소리를 측정하는 단위)을 끌어내는 업적을 달성했지요....
둘째는 다행히...터질듯한 제 감정의 오아시스인 셈인데...(이렇게 말하면 '아..작은 앤 꽤나 얌전하고 순하구나'. 싶지만...이건 순전히 상대적인 비교입니당...절대적인 비교가 아님.) 한참 이성을 잃고 펄펄 뛰는 절 무안하게 만들며 최대한 안쓰러운 표정으로, 엄마에게 핍박받는 오빠에게 형제애를 발휘하여, 지 오빠의 등을 쓰다듬고 볼에 뽀뽀를 해주며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하는 등...자기 딴엔 갖은 위로를 해줍니다.
얼마 전... 지 오빠와 쇼파 위에서 장난을 치다 둘째 아이가 입부터 떨어져 피가 나고 띵띵 부으며 딱따구리 형상으로 변신하더니... 며칠 전 한밤중에 더위를 식히려 한 외출에서, --아직 달려나가는 가속도를 제어하는 능력을 갖지 못해-- 그대로 넘어져 나아지던 딱따구리 형상이 고.대.로. 복원 되었지요.
눈 옆도 덤으로 찧였는지 푸른 멍에서 이젠 연두색과 노란색이 아이샤도우마냥 절묘하게 그라데이션이 되었고, 오늘은 점심식사를 하러 온 남편이 식사를 마치자 마자, 자기도 먹던 수저를 팽게치며 '잘먹었습니다'는 대충 얼머무린 다음 의자에서 내리다 식탁 모서리에 뺨을 부딪치며 볼터치 자국처럼 멍이 들었습니다.
넘어지고 찧고 떨어지는 예진일 지켜보던 시동생 표현으로는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모르는 '폭탄'이라 합니다.
저는....울트라 메가톤급 수소폭탄 하나와...그보다는 조금 덜한 패트리어트 미사일 하나와....이렇게 날마다 지지고 볶으며 삽니다...
참...사는 게 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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