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가 전쟁을 아느냐(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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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테러에 피 튀기고 감옥에서 발가벗겨 사진찍히는 전쟁에 비하겠습니까만....
그래도 전 기분상...한 개인이 감당하기엔 지나칠만큼 정신없는 전쟁을 하루하루 치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 집으로 이사와....하루하루 행여나 먼지가 나.빌.래.라~~~ 먼지털이와 진공청소기와 물걸레와 마른걸레...암튼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청소도구를 마련해 집안단장과 청결에 힘쓰고 있지만.... 저와 한 집을 쓰고 있는 전쟁 동지들은....그런 청결에는 일말의 관심을 두지 않고 이제까지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게 문제지요.
이제까지 몇 번의 이사와 살던 집 중에 제일 낮은 층수라...나날이 느끼고 있는 먼지의 감도는, 노오란 꽃가루와 함께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어서 제 오기와 전의를 불태우는 충분한 동기부여를 해주고 있습니다.
제 꼬마 전쟁동지들은 뱃속에 있을 때부터... 꼬물거리는 태동 정도가 아니라...태어날 때 뱃가죽을 뚫고 태어나지 않을까...생각할만큼 워낙 활동적인 성격이었기 때문에... 지금 두 녀석을 관찰하면....그때부터 전 미리 마음의 각오를 다져두었어야 했습니다....
첫째 동지는 친구들을 부추기는 성격을 갖고 있는 것 같아서....분명 우리가 이사오기 전엔, 너무 얌전하고 엄마 치맛자락을 잡고 혼자 절대로 유치원을 못간다던 아이 한 명과, 남자아이가 너무 소심해서 태권도를 일부러 가르친다던 아이 한 명을... 자기 과로 만들어놓고 세 집을 번갈아 휘집고 다니며 우리나라를 지키는 '스파이더맨'이 되겠다 합니다.(얼마전 삼촌한테 받은 선물이 스파이더맨이었지요....^^;;;)...친구 엄마들이...부디 우리 큰애를 어여쁘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둘째 동지도 그에 못지 않아서... 평소엔 내숭을 떨고 앉았다가도 자기꺼 뺏기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아서...저희 어머님을 쏙빼닮은... 3옥타브를 넘나드는 풍부한 성량으로 상대방의 기를 일단 제어하는 전술을 구사합니다..
어제도 어김없이...전...온 집안을 대청소한 후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유리창과 거실 덧문을 말끔하게 닦아놓고 ...흐뭇하게 깨끗해진 집안의 여운을 커피 한잔으로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그 여운을 채 5분도 만끽하지 못하고....요즘 자기 발달항목에 딱 맞게 두 발로 통통 뛰는 연습을 하던 둘째 동지가...기침을 못이기고 좀 전에 먹은 우유를....학교다닐 때 칠판옆에 걸려있던 대문짝만한 우리나라 지도 크기로....바닥에 토해놓은 걸....스타트로 하더니... 부랴부랴 주유소 휴지로 바닥을 치우고 온 집안에 베어있는 냄새를 제거하려 환기를 시키는 도중...채 마시지 못한 커피를 쏟아놓고는....천연덕스럽게 까꿍을 제 앞에서 몇 번 해주고 작은방으로 쪼르르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그 때...첫째 동지는 무얼하고 있었냐 하면....장농 위에 고이 모셔둔..먼지 투성이의 옛날 장난감을 다 내려 탐사에 들어갔었지요.
어느 틈에 자리를 옮겨간 둘째와, 탐사에 몰두한 첫째의 내분이 일어났고....전 이미 인간의 선을 넘어 헐크로 변신중이었기 때문에...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 온 건....아마 작전참모가 귀가를 하고 꼬마 동지들이 그 작전참모 품에서 재롱을 떨 때쯤이 아닌까..싶습니다.
이미 종전된 후라...작전참모는...그 직전까지의 상황을 눈치조차 채지 못할겁니다. 저 전쟁동지들은....순한 천사와 양이 되어 참모 품에서 뒹굴고...전 예전의 사람 모습을 되찾아....미처 못한 청소를 끝내고 있었지요...
휴우~~~~~~~사는 게 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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