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아프다고 한바탕 소란을 피운 다음날 오후...
회사에 나간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남편의 절친한 친구들이 전부 가족들을 대동하고 모인다는데....자긴 와이프가 아프다고 답변을 미루고 제 의중을 떠보고자 전화를 걸어온겁니다.
여기 블러그에도 한번 올렸었지만...그 친구들이라면 남편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나갈 정도로 열성인데다 그 친구들을 만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남편의 취향을 잘 알고 있는 저로써는 망설일 여지가 없었습니다.(사실..저도 그 가족들과 친구이상의 친분이 있어 견딜만해진 통증으로...싫을 이유가 없었지요)
한 친구집의 옥상에 술자리가 마련되고 가리비 조개와 삼겹살 구이를 안주로... 둘어앉아 얘기를 나누던 중 성격 쾌활한 남편의 친구가 예전의 그 주제....즉, '진실게임'을 하자고 건의를 해왔습니다.
모이기만 하면 술자리 끝에 항상 하는 진실게임이지만 호락호락하고 가벼운 게임만은 아니라서 한번은 그 부인의 눈물까지 대동하고 골초남편의 담배까지 끊게 만든, 나름대로 위력있고 다른 가족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흥미있는 게임이 될 수 있었지요.
이제 그 친구의 술까지 끊게 만들 수는 없다며 '하지 말자'로 기울던 중...어쩌다 남편이 처음으로 진실게임 타자가 되었는데 술이 오른 남편의 분위기가 갑자기 진지해지더니 '예전 친한 직장 동료 와이프가 열이 있어 병원에 간다고 하더니 쓰러져 말 한마디 못나누고 혼수상태로 1주일만에 죽어 너무 놀란 적이 있는데...어제 저 사람이 아프다며 응급실에 가는데....애들 챙기면서 기분이 이상하더라'며 눈물을 보이는 겁니다.
그 직장동료도 본 적이 있었고 6개월된 딸을 두고 눈을 감은 그 부인의 그 때 심정을 생각하면 남편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었지만, 내 입장에선 어제 곤히 자는 피곤한 사람 깨워 응급실에 가며 내내 미안했고 짜증내면 어쩌나...눈치봤던 저와는 달리 남편의 속은 또 남편대로 그리 착잡했나 봅니다.
남편의 친구들은...그리고 다른 가족들은 그 친구와 그 친구 부인이 불쌍해 남편이 눈물을 보였다고 생각했겠지만...그리고 그 자리에선 저도 그렇게 몰아갔지만 제 마음 속엔 이제까지 남편에게서 들었던 그 어느 말보다 진한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무뚝뚝하고 잔정없고 아이들보다는 친구 우선이고, 첫인상조차 냉정하기 그지 없이 찔러도 피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게 생긴 남편이지만...제가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남편에게서 받았던 부드러운 그 속마음의 느낌이 고스란히 제게 전해지는 것 같은 그런 감동을 마음 속에 잘 저축해 놓아야겠습니다.

남편...
남편에게 불만을 말하라면...아마 책 한권은 나올꺼야.
그에 반해 고마움을 말하라면...단 몇 줄이면 끝나겠지...
불만은 일상이고 고마움은 이벤트라 그럴꺼야.
그래도...그래도...내가 선택해서 내 평생을 같이할 사람인데 그래서 남편을 사랑해야 할 사람도 난데 말야.
우리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살자.
사랑해...건강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