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배가 살살 아파오고, 거기다 몸살까지 겹쳐 하루종일 누워있는 게 일이었습니다.
최근엔 그리 아픈 적도 없었고 이사하고 몸을 그리 혹사해도 멀쩡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건강에 자신이 슬슬 붙을 때여서 아픈 몸에 더 큰 배신감이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견딜만 한데다가, 배가 아픈 것이라면.. 이미 큰아이 낳을 때 일주일간의 가진통까지 겪어봐서인지 무식하게 참을 수 있었지만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약국까지 아이와 함께 걸어가자니 그것도 못할 것 같아 남편이 올 때까지 자리보전하며 아직 말이 통하지 않는 딸아이에게 '엄마...배 아야~~해서 엄마 잉잉잉 울어...엄마 아~~ 춥고 배 아야~~해'하며 바디랭귀지까지 섞어서 말을 해줬더니 지딴에도 평소와는 다른 엄마가 뭔가 이상했는지 그리 떼를 쓰지도 않고 하루종일 잘 놀아주었습니다.
몸살약을 사온 남편 앞에서 너무 퍼져있는게 미안해 거실 쇼파에서 이불을 덮고 티비를 보던 중...갑자기 장이 꼬이는 것처럼 배가 아프고 식은 땀이 흐르는 게 그냥 참고 있을 진통이 아니라 잠들어 있는 남편을 깨워 병원 응급실에 가야 했습니다.
혼자 진단하기에는....분명 맹장은 아닌것 같고 장의 어느 부분에서 가스가 차오르다 막혀 꼬이는 것 같은....그런 진통이었는데....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형상이 될까봐 의사앞에선 그런 말은 차마 못하고... 묻는 말에 몇 마디 대답만 했더니...의사왈 '정확히 진단이 되지 않는 증상이고 지금봐선 섯불리 배를 여는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니 환자분 판단하에 그냥 돌아가셔서 예후를 보시던지 응급실에서 계시던지 선택을 하세요' 하는 겁니다.
집에선 그렇게 아프던 증상이...차에 오르면서 약간 진정되긴 했지만 분명 하루종일 아픈 배는 맞는데...아무 것도 아니라는 식의 진단이 다행이긴 하지만 그 응급실에서 아이들과 남편이 밤을 새우느니 차라리 아프더라도 집에서 진행시키자 싶어 그냥 돌아왔습니다.
어제 단 하루 청소를 하지 않은 집이라곤 믿기지 않을만큼 어질러진 집에서 그냥 그렇게 밤을 보내고 어제보단 많이 나아져서 허리도 쭉펴서 걸을 순 있는데....뭔가 좀 이상한 증상이 있기는 합니다.
대체 어디가 안좋아서 이런 복통이 있는지....
아들녀석은....목소리도 제대로 안나오는 제게 하루종일 심부름을 해주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내가 보기엔 나이가 더 많은 아빠보다 더 적은 엄마가 먼저 죽겠다...그럼 너무 슬플 것 같애...'하며 그러잖아도 기운없는 저를 맥이 쭉빠지게 만들고, 지금까지도 계속 아픈 배는 절 더 슬프게 합니다.
남편...
며칠 전...돈 많이 썼다고 바가지 긁은 거 미안해..
건강하기만 하면...돈이야 아직 젊으니 벌 수 있는데...그지?
매일 아이들 안고 기도하는 말처럼...어디 아프지 않고 어디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만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만 지내게 해주세요...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