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들어서면서 공기오염은 전 지구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공기의 오염으로 인한 인적.경제적 피해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그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추고 있으나, 공기오염 관리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후진국이다. 공기오염의 심각성을 살펴보고 그 대책 방안을 찾아본다. | | |
경상북도 골짜기에 위치하고 있는 영양군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K씨는 일년에 서너 번 서울에 올라온다. 주로 중앙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대개 서울에 있는 큰아들 집에서 묵는데, 교육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내려가는 편이다. 서울에 사는 아들과 딸이 서울 구경 시켜드리겠다며 며칠 쉬다 가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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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물어보면, 숨막혀서 못 견디겠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에 하루만 있으면 목이 케케하고 코가 막혀 불쾌하다고 한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며,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여기서는 못 견디겠다고 한다.
서울에 계속 살아온 사람들은 이 환경에 조금씩 적응되어 별 불편을 느끼지 못하지만, 시골의 맑은 공기 속에 살던 사람들은 서울의 탁한 공기를 금방 느낀다. 서울 사람들도 며칠 휴가 기간 동안 시골이라도 다녀오면, 비로소 공기가 다름을 체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먼지·아황산가스·이산화질소 등 대기 오염물질의 단위 면적당 배출량이 세계 최고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서울의 공기오염은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으며, 그 결과로 폐암 사망률과 호흡기 질환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
우리 나라 헌법에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 보존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선진국일수록 환경적 이해 관계를 경제적 이해 관계 못지 않게 삶의 질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그런데 공기오염 대책 마련에 비추어볼 때 우리 나라는 결코 선진국 대열에 끼지 못한다. 현재 정부가 특정대기유해물질로 지정해 집중 규제하는 오염물질은 25종에 불과하다. 미국 188종, 독일 174종, 일본 234종 등에 비해 너무 느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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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공기오염의 폐해 |
미국 브리검 영 대학과 뉴욕 대학의 연구진이 미국의학협회지(JAMA) 최신호에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공기 1세제곱미터당 미세 먼지 등 오염물질이 10마이크로그램 (1마이크로그램은 100만 분의 1그램) 증가할 때마다 폐암 사망자 수가 8퍼센트 늘어나며, 심장·폐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6퍼센트나 증가한다는 것이다.연구진은 1982년부터 1998년까지 조사 대상자들의 건강 기록과, 이들이 살고 있는 100여 개 도시의 대기오염 자료, 흡연 여부, 체중, 직업 등의 요인을 종합했다. 공동연구원인 뉴욕 대학의 조지 서스턴 박사는 “이번 연구는 미국 주요 도시의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거의 20여 년간의 자료를 조사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주립대학(UCLA) 보건대학원과 캘리포니아 선천적 기형 감시계획의 공동 연구진에서는 미국 <역학저널>에 ‘임신중 공기오염 노출 땐 심장기형아 출산율 높다’라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게재했다.
이 보고서는 1987년에서 1993년의 신생아 9000명을 대상으로 한경청과 캘리포니아 선천적 기형 감시계획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교통체증이 유발되는 곳의 일산화탄소와 오존이 선천적 기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측정됐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을 이끈 비트 리츠 박사는 성명에서, “자라는 태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물질이 공기 중에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리츠 박사는 “중요한 시기인 임신 2개월째에 이들 두 오염물질 가운데 하나에 더 많이 노출된 여성일수록 심장에 심각한 선천적 기형이 있는 아이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로스엔젤레스 타임스>는 2001년 12월 16자 신문에서, 미국·스위스·스웨덴·한국 등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본 결과, 스모그 등 공기오염이 저체중아 출산과 조산, 사산, 유아 사망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공중보건학과와 스위스 바젤 대학 연구원들은 1980년 이후 미국 86개 대도시에서 태어난 유아 400만 명을 조사한 결과, 숨진 유아의 11%가 공기 중 미세 먼지에 의해 변을 당했을 수 있다며, 미세 먼지 농도에 따라 유아 사망률이 적게는 10퍼센트, 많게는 40퍼센트 높아진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또 로스엔젤레스 대학과 캘리포니아 대학 과학자들이 1989년과 1993년 사이에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태어난 유아 9만7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임신 말기 6주 동안 미세 먼지에 많이 노출된 임산부의 조산율은 노출되지 않는 임산부보다 20퍼센트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미국 보스턴 소재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의 심혈관 역학실장 머리 미틀먼 박사는 미국심장학회(AHA)학술지 <순환> 2001년 6월호(6월 12일자)에, 오염된 공기가 심장마비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심장마비 환자 772명(남 489명, 여 283명)을 대상으로 심장마비 발생 후 4일 안에 면담한 결과, 이들은 하루 중 공기오염이 가장 심한 때 이에 노출된 지 몇 시간 안에 심장마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는 대기오염이 뇌경색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인하대 산업의학과 홍윤철 교수팀은 서울대·이화여대·단국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대기오염과 뇌경색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지난 1991년에서 1997년 사이에 서울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숨진 사람이 최소 241명에서 최대 428명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난 9월 10일 발표했다. 홍교수팀은 대기오염과 뇌경색의 연관성이 이처럼 높은 것은, 대기오염 물질이 인체내 혈액의 응고성을 높이고 혈액순환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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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공기도 안심할 수 없다 |
대기 오염의 심각성은 곧 실내 오염의 심각성으로 직결된다. 그리고 실내 오염은 건강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특히 하루의 90퍼센트를 실내에서 보내는 도시민들에게 있어서 실내 공기 오염은 아주 민감하게 다루어야 할 부분이다.
서울시립대 김신도 교수는 지난 3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아파트 주민들은 건축 내장재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나 먼지, 미생물 때문에 천식·알레르기 등을 앓기 쉽다”라고 말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윤규 박사팀은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의 실내공기에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여덟 배나 되는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지난 2월에 서울시가 발표한 지하철역과 지하상가의 공기오염 조사결과를 보면,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1·2·3·4호선의 열 네 개 역사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먼지의 오염도가 24시간 환경기준치 1세제곱미터당 150마이크로그램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세 먼지는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호흡기로 들어와 천식 등 만성 호흡기 질병을 일으키는 오염 물질이다. 1세제곱미터당 150마이크로그램 농도의 미세 먼지를 24시간 계속 들이쉬게 되면, 병약한 노인의 사망률이 증가한다고 학계는 보고하고 있다.
역시 지난 2월에 환경부는 수도권 스물 일곱 곳의 실재 공기오염도를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아파트·병원·유치원 등의 실내공기에 있는 병원성 세균이 바깥 공기보다 적게는 두 배, 많게는 여덟 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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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병원이 한 건물에 생활하는 4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만성 피로(92퍼센트)와 눈 충혈(69), 현기증(64), 기침(59), 메스꺼움(52)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이것을 빌딩증후군이라 부른다. |
세계보건기구(WHO)도 전 세계 빌딩에 근무하는 직장인의 40퍼센트 정도가 공기 오염으로 인해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실내 공기의 오염 물질에는 폐암을 유발하는 석면·담배 연기·라돈과, 만성 폐질환을 일으키는 일산화탄소·이산화질소·이산화항 등 연소가스, 눈·코·목 등에 자극을 일으키는 포름알데히드, 두통·구토·피로감을 유발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알레르기성 질환을 유발하는 곰팡이 세균, 건강에 해로운 중금속 등 다양하다.
승용차 안의 오염된 공기도 빌딩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창문을 꼭 닫고 도심에서 10분 정도만 있어도 승용차의 실내 공기는 매우 혼탁해진다. 이 때 차량 안의 탄산 가스량은 바깥보다도 세 배나 많아져 졸음과 함께 두통을 느끼게 된다. 이런 상태로 장시간 자동차를 운전할 경우에는 무기력증이나 현기증은 물론 다른 심각한 합병증까지 발생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건물 내 환경을 제 3의 피부라고 생각해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아직도 국내에서는 빌딩증후군에 대한 인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기 오염의 심각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영국·독일 등은 오염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 런던
런던의 경우, 고매연차 제한구역을 정해, 배출가스 기준에 맞지 않는 차는 아예 그 구역에 못 들어가게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고매연차 제한구역을 점차 늘여갈 계획이다. 또한 작년에 1000대 이상의 버스를 매연 배출량이 기존의 10퍼센트 이하인 신형 버스로 바꾸는 ‘클린업’ 프로그램을 실행했으며, 이것은 대기 오염을 줄이는 데 한몫 하고 있다.
2. 베를린
베를린의 경우도, 1987년 2월까지 시행했던, 고매연차 시 도심부 진입 금지 정책을 다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저유황 경유의 조기 도입 등도 적극 추진하고, 전기자동차·천연가스차 등에 혼잡통행료를 면제해주어 청정연료차의 이용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한 런던·베를린 등 선진국의 도시들은 숲과 공원을 가꾸는 데 열심이다. 현재 런던은 1인당 공원 면적이 7.28평, 베를린은 7.4평이 된다. 거기에 비해 서울은 4.58평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서울의 공원 면적에는 북한산 등 인접 산 면적까지 포함돼 있어, 실제 접근이 용이한 공원 면적은 훨씬 적다.
이외에도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굴뚝에 발암 물질 등 유해 물질을 측정하는 자동 센서를 설치하고, 그것을 통계, 개선 명령, 과태료 부과, 조업 정지 등의 근거로 활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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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공기오염 대책 시급하다 |
수도권 인구 2000만 명에 차량 250만 대를 넘어섰다. 대기 오염도는 세계 최고 수치이다. 이제 우리 나라도 체계적인 공기 오염 관리가 시급하다.
가장 시급한 것이, 오염 배출량을 제대로 조사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최근에 들어서야 유해 물질 배출량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아직 초보적 수준이어서 아황산가스·먼지 등 4~5가지의 일반 대기오염 물질 외에는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공장 굴뚝마다 센서를 다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굴뚝 센서를 단 곳은 전국 공장의 0.5퍼센트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나마 먼지·암모니아·아황산가스 등 일곱 가지 오염 물질에 대해서만 분석하고 있다. 전국 모든 대형 공장에 굴뚝 센서를 달고, 측정 대상도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등으로 학대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대기업이 앞장서서 청정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즉 공정 개선을 통해 오염 물질을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청정 생산을 시행하는 기업들에 한해서 직간접적 혜택을 주어 환경친화적 산업생산 구조가 갖춰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존의 공업단지를 생태공업공단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즉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오염물질을 이웃의 다른 공장으로 보내, 이 곳에서 제품 원료나 유용한 자원으로 재활용케 해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또한 공단 자체에 녹지 공간을 늘리는 등 환경친화적으로 조성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 밖에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고, 부실 소각로를 없애는 것도 중요 과제이다.
한편, 실내 공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특히 지하철역과 지하상가는 물론이고 종합병원·백화점·실내체육관 등으로까지 규제 대상을 확대해 일정 수준의 실내 공기를 유지하고, 이용자의 건강을 해할 우려가 있는 오염 물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각 가정이나 사무실 등은 여전히 사각지대이다. 여기까지 규제의 손길이 미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결국 개개인이 공기 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보이지 않는 영역의 가치를 평가하고 또 관리하는 안목을 갖추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공기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는 관심을 기울이는가가, 선진국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금 실내에 화초를 한 두 가지 기르고 있는가? 또 하루에 얼마나 자주 환기를 시키고 있는가? 오늘날 이런 데 대해서 전혀 무관심하다면, 충분한 영양섭취와 운동을 한다고 해도 건강한 삶을 누리긴 힘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