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다고 미리부터 얘길하고 다녀서인지...벌써 다 끝냈다고 보시는 블러거님들이 많은 거 같아 송구스럽습니당...이번 주말이 디데이여요....쩝
)
아이 키우기에 정석이나 왕도가 없다는 건 아들녀석 태어나 일주일도 지나기 전에 터득한 진리지만...그래도...그래도...분명 책에선 신생아들은 하루 18시간 이상을 잔다고 써있는데....
어찌된 일인지...밤을 꼴딱 새며 울어대더니 출산한 지 일주일을 채우고 지나가는 엄마의 컨디션을 고려해주지 않고 한시간을 내리 자지 않는 예민한 아이는 그때부터 시작된 고행을 말해주기엔 충분했던 거 같다.
정확히 15분 간격으로 깨서 사람을 모성본능 이전의 ...동물적 감각으로 미치고 환장하게 만들더니 올해 '남녀7세부동석' 원년인, 미운 7살로 접어들고 있다.
다른 건 제쳐두고라도...아이의 호기심은 만6년동안의 무시무시한 엄마 잔소리와 폭거적인 탄압(?) 그 이상의 무엇인지...도대체 제어가 안되고 그동안 뜯고 부순 가전제품만 해도 이미 내 손가락 갯수를 넘어가고 있다.
어젠...이사가기 전 들른 고모와 수다를 떨며 옷장 정리를 한다고 온 집안을 뒤집고 있을 때 인터폰이 울렸고 받자마자 관리실 아저씨의 다급한 소리..
'거기 505호죠?'
'네....'
' 빨리 좀 나와보세요....그 집 아드님이...OO물산 앞에서...' 여기까지 들었을 땐 아이가 다친 줄 알고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게 이미 머리속에선 싸이렌이 울리기 시작하더니..
'OO물산 앞에서 불을 냈는데....' '..........??? 부...불??' 순간순간 그 아저씨의 말을 자르며 내 간은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많이 번지기 전에 지나가던 택시기사분이 발견했어요...'
' 우리 아이는요?'
'애 둘이 지금 그 앞에 있고... 불은 거기 직원들이 나와서 끄고 있어요...'
아파트 5층에서 바로 내려다 보이는 위치라 인터폰을 집어던지다시피 하고 후다닥 내려봤더니 그 직원들이 물을 부어 잔불을 끄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그 자리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건물 옆은 공터와 약간의 텃밭이 있어 맨날 붙어다니는 옆집 아이와 사건을 저지른 모양인데 다행히 바람도 없고 빨리 발견해서 그나마 뉴스꺼리를 면할 수 있었다.
내려다보니 그 옆엔 기름통과 가스통이 나란히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영화의 한장면이 그려졌을 법도 한데...난 그걸 그리기 전에 베란다 문을 열어젖히고 이미 유명해진 목청으로 아이를 불러대고 있었다.
내려가서 사과드리고 아이에게 사건이 경위를 조곤조곤 물을 마음의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아이는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공범인 옆집 아이와 같이 올라왔고 옆집에 그 집 아이와 상황을 인수인계한 다음 헐크와 사람과의 경계를 넘나들며 씩씩거리는 날 그마나 사람답게 릴렉스시켜 준 건 함께 옷정리를 해 준 고모덕분이었다 (아들녀석 운수도 어제 그만하면 대통이다)
지금 생각해보면....그래두...사람들이 몰려들며 불을 끄고 어수선해서 놀랬을 아이에게...먼저 괜찮냐고 물어봤어야 했는데....
또 아빠 앞에서도 나불나불 고자질 하는 엄마가 얼마나 미웠을까....?
저녁 먹는 내내 놀란 여운이 남아..몇번 더 아이에게 눈을 흘긴 것도 같고...
아이나 엄마나 아직 미숙해.. 여물고 다져지려면 아직 더 많은 일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나 가르치는 일보다 배워야 할 일들이 더 많다는 걸 느낀 것도 항상 큰일을 겪은 후가 아닌가...?
시간이 약이라는 진리를 배운 것도...나 자신을 내가 이겼다는 느낌도...웬만한 건 이젠 일도 아니라는 대담함도....모두 아이를 키우며 터득한 진리인데....
아이에게 사랑한다고...그런 일 다 한번씩 겪으며 큰다고....야단을 친 후엔 다독여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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