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맞이
네버엔딩 스토리(한 여자 이야기) 2004/03/08 14:03   http://blog.azoomma.com/liebe980/119388


  남편보다 7살이나 어린 시동생이 올해로 29살이 된다지만 20살때부터 봐온 내 감각 속의 나이는 아직 결혼과는 별로 연관되어지지 않을만큼 어리게만 각인되어 있었다.

 

 우리 결혼 후... 시집살이를 하면서 큰 일,작은 일을 모두 나 혼자 담당하다 보니 한번은 시어머님 생신 날짜 계산을 잘못해 그 날 그냥 넘어가는 대형사고를 친 적도 있었고 아이 둘을 낳을 동안 심한 입덧과 육아 스트레스로 시댁 행사가 정말 버겁게만 느껴지는 일들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동서 보기를 제일 바라고 기다렸던 게 이 집안에서 나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동서를 본 후 그 일들을 전부 미뤄버리려는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니고 도끼눈으로 '동서!!'하며 큰형님 노릇을 톡톡히 하려는 권위주의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도 아닌....그저 시댁 큰행사를 치를 때 말동무나 온통 내게만 덤벼드는 아이들을 처리(?)해 줄 사람.... 정도의 욕심이었다.

 

 얼마 전....시동생이 여자친구를 집안에 정식으로 소개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시동생의 이상형이 김희선이나 고소영 같은 '여우같은 기집애(?)'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내심 걱정이 되었었는데....

 

  시동생과 함께 들어온 그 여자친구는 그 쪽과는 거리가 먼....착하고 귀염성있는 얼굴에 사근사근한 말투가 인상적인...스타일이었다.(요즘은 결혼식장에 들어가봐야 안다니까 나중에 혹시 대상이 바뀌면 이 글을 삭제해야겠다....쩝)

 

 손님 대접차 저녁 외식을 한 자리에선 아버님께 술한잔 따라드린다더니...냉큼 '아버님 저도 한잔 주세요'하는 발랄함을 보였고 주량을 묻는 어머님 질문에 '소주 두 병 반'이라는 솔직함도 보였다.

 

 동서야....

나 시집올 땐...뭘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힘들 때 힘들다고 투정부릴 사람도 없었고 특히나 심한 입덧과 몸살로 앓아누웠을 때도 방법을 몰라 징징 울며 시아버지 생신을 치러냈거든.

 

 시집이 큰집이라, 시할머님 계실 땐 특히나 명절내내 손님이 오시거나 시이모님들까지 오셔도 눈치가 보여 친정간다 소리 한마디 못하고 명절내내 묶여있어도....남편도 몰라주는 부엌데기의 설움때문에 음식을 나르며 혼자 울음을 삼켜도....아무리 아이가 울어대도 엄청나게 쌓여있는 일거리때문에 오히려 우는 아이에게 윽박질러도....남들도 다 이런 전쟁을 치르며 일 하겠지....그렇게 스스로를 달랬거든.

 

 그러니 동서야....

 너 시집와선 그런 일로 가슴앓이 안하게 내가 도와줄께..

남의 집안 사람이 된다는 게....나랑 사는 방식이 전혀 다른... 남편과의 의견조율 하나만으로도 벅찰 신혼에... 그 외의 문제로 상처입으면 평생 가슴에 남을 수도 있더구나...

 

그리고 동서야....

단지...같은 여자로 출발해서 내가 조금 먼저 도착한 것 뿐이라 너랑 나 사이에 오해가 생길 수도 있지만....내 몫까지 네게 미루는 치졸한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으니....

 혹시나 오해가 있더라도 주저없이 내게 물어보렴.

 

 내게 없는 애교와 붙임성으로 벌써부터 어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네 성격과 귀염성 있는 외모가 내 눈에도 이쁘게만 보일 뿐이란다.

 

 진심으로 환영한다...동서야...

예쁘게 사랑해서 행복하게 결혼하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