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전쟁을 아느냐(4)
네버엔딩 스토리(한 여자 이야기) 2004/03/03 01:57   http://blog.azoomma.com/liebe980/118794

  20개월된 딸의 눈엔, 세상은 온통 자기 맘대로 자기 의지대로 굴러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이제껏... --오빠와는 달리-- 맨바닥에 헤딩하는 횟수도 열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준수했고 아빠가 어제 깎은 엄지발톱의 잔해가 입속에서 발견되는 불상사도 없었으며 베란다 창틀에 핀 곰팡이를 갉아먹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찰흙놀이(응가 덩어리)를 하는 등....20개월 사는 동안 그리 기억나는 사고나 사건이 없었으니 슬슬 세상의 이치를 알아갈 개월수에 접어들어 요즘 약간 맘을 놓고 있을 때였다.

 

  이사 문제로 강릉서 원주를 일주일에 수차례 오가며 막판에 터득한 지혜랍시고 중간에 휴게소를 들르지 않으면 만원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는 얄팍한 수를 쓰다 20개월 무사고인 아이를 거의 잡을 뻔(?)한 사건이 있었으니.....

 

 졸릴 땐 아직 우윳병을 떼지 못한 아이에 생각이 미쳐 원주 시내를 빠져 나오기 전 우유를 산다고 안고 있던 아이를 가볍게 차에 내려놓고, 따라온다고 문을 잡은 큰아이를 만류하며 가게로 들어가 유유자적 과자와 음료수, 우유를 하나 사서 차로 걸어오는데....

 

 평소 아무리 아이가 울어도 그리 적극적으로 달래는 편이 아닌 남편이 웬일인지 운전석에서 내려 반대편 뒷쪽에 서서 당혹스러운 듯 딸아이를 안고 있었다.

 

 '좀 심하게 울었나보다'며 가볍게 생각하고 아이를 건내받아 자리에 앉으니...어째 큰아이와 남편과 딸아이의 분위기가 싸~~~하게 느껴지고...남편의 말이란....

 가게 가는 엄마를 따라간다는 아들아이의 극성을 만류하느라 차문이 완전히 닫히지가 않았고 동생이 그 문에 기대어 있다는 사실까지 챙기지 못한 큰아이가 문을 제대로 닫는다며 벌컥 열어제낀 차밖으로 딸아이가 떨어졌는데.....

 

 놀란 남편이 기어의 위치까지 확인하지 않고 무턱대고 내렸다가 그동안 밟고있던 브레이크가 아주 약간 밀리면서 바퀴가 몇센티 정도 굴러가고....그 밑에 아이의 손이 깔렸다는......기절초풍할 말을 들었던 것이다.

 

  작은 아이는 그렇다치고 당황하고 무안해 할 큰아이에 생각이 먼저 미쳐 '승윤아...네 잘못이 아니야...엄마가 제대로 안닫고 갔어...엄마 잘못이야...승윤인 잘했어..문 제대로 닫으려고 한 우리 승윤인 아주 잘한거야' 하며 아이를 쓰다듬자 그제서야 이미 아빠에게 한대 쥐어박힌 머리가 서러운 지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우리 차의 차체가 높으니 --일반 승용차가 아니라서-- 20개월짜리 아이가 아무런 무방비 상태에서 떨어졌다면 충격이 상당했을 것이고...그보다.... 그 작은 손이 차바퀴에 깔렸다면 뼈가 으스러졌을 수도.........??

 

 벌어진 상황에 비해선 너무 양호하게 안정을 되찾은 아이의 반응을 보며 강릉까지 오면서 그 작은 손을 잡고 '하나님...감사합니다'라며 기도를 하는 것밖에는 별다른 응급조치가 없었다.

 

 아빠 외의 다른 가족들은 이미 안정을 되찾은 뒤지만(남편은 바퀴에서 아이의 손이 안빠지자 그 당시 꽤나 놀랐나보다) 그래도 벌어진 사고가 있었으니 불안한 맘에 강릉에 도착해 정형외과를 들르니, 의사는 놀라면서도 '아이의 뼈는 아주 작고 유연해 그런 사고를 당해도 생각만큼 크게 다치지는 않더라'며 안심시켜 주었다.

 

 내친 김에... 아들녀석과 잡기놀이를 하며 깔깔거리는 딸아이의 손 엑스레이 사진까지 찍을 계획이었으나 깔린 손으로 자판기를 두드리며 노는 폼새가 전혀 환자의 분위기가 아니라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어디선가...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이들은 옆에서 보호해 주는 천사가 따로 있어 높은 데서 떨어져도 그리 큰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고...

 

 그동안 딸아이를 보호해 주신 천사님....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 그 다음날도 베란다에 놓인 책상 위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고 오늘도 틈이 별로 없는 가구 밑으로 다리가 끼여 안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 바로 이 유치원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이 사건이 벌어졌다...

 참고로 우리 아들녀석 사진은...조 위에서 머리가 제일 큰 아이..(햇빛 받은 아이 바로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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