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갑신년 해맞이
네버엔딩 스토리(한 여자 이야기) 2004/01/04 01:10   http://blog.azoomma.com/liebe980/111515

 

올빼미족이라면 남부럽지 않을 우리 가족이 새해에 대단한 결심 하나를 실천했습니다.

 

 11시면 초저녁인 아이들을 9시부터 얼른 자자 채근하여 12시 전에 재우는 쾌거를 이루었고 신년 벽두 5시 30분에 온 가족이 기상하여 결국은 동해안에서만 4만여명이 봤다는 새해...신년 해맞이 행사를 조촐히 갖게 된 것이지요.

 

뭐...이 쯤 말하면 잘 모르시는 분들은 내륙지방에 사나보다...하겠지만 저희 집은 경포에서 10~1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요.

 아이들 옷을 거의 이삿집 싸다시피 두툼한 옷들은 죄다 꺼내 입히고 그것도 부족해 보온파스를 몸에 하나씩 붙어주고는 아직 동이 트기 전 경포에 도착했습니다.

 

 작년에도 이와 같은 결심을 하고 해맞이 후 먹을 간식거리와 보온병, 컵라면과 아이들의 추위가 걱정돼 이불까지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잠이 든 후 일어나 보니 새해 해맞이는 고사하고 이미 중천에 뜬 해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더군요. (그 시각... 남편에 따르면, 우리 가족은 남편의 꿈속에서 해맞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작년에 한 번의 실패를 맛본지라 올해는 간편하게 과자 한봉지만 챙겨 옷들만 껴입고 나선 길은 그 시간에 이미 경포 진입로가 해맞이로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차와 강릉에 사는 분들이 아예 걸어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결국 해변에서 멀~~리 떨어진 4차선 도로에도 주차할 데가 없어 두바퀴나 돌고서야 겨우 주차를 시키고 다행히 그리 춥지 않은 날씨 덕분에 이불 하나 둘러싼 딸아이는 제가 안고 아들녀석은 아빠손을 잡고 그 많은 사람들과 함께 12지신이 있고 시끌벅적 해맞이 공연을 하는 곳으로는 진입할 생각도 못하고 다른 해안에서 멀찌기 떨어져 비교적 적은 인원의 사람들과 조용히 2004년 갑신년 원숭이 해의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했던 것이지요.

 

 날씨는 아주 맑았지만, 일년 365일중 수평선에서 바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 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고 수평선에서 한참이나 위...구름사이를 겨우 비집고 나오는 걸 보는 게 태반인데....그나마 올 해 1월 1일은 생각보다 수평선에서 가까운 곳에서 너무 이쁘고도 은은한 붉은 빛의 해를 보았습니다.

 

 구름뒤에서 어슴프레 보이는 붉은 빛을 우리 아들녀석은 깜깜할 때 왔으니 계속 '달'이라 우겨댔지만 저도 정말 오랫만에 보는 해돋이의 광경은 생각보다 감동적이었고 해돋이 직전 먹은 뻔데기의 여운보다 더 길게 제 기억의 영상속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올 2004년의 해돋이 감상문은 대충 여기까지입니다.

 

모든 분들의 마음 속에 기억될 2004년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후기 : 넉넉잡아 15분 걸리는 거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2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차들이...말도 못하게 많아 경포대 진입로서부터 그냥 주차장이나 다름없더라구요.

그래도 경기,서울서 7시간 걸려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암튼, 해맞이 이벤트와 직접 빚은 만두를 넣은 떡국을 먹었으니 한 살 더 먹은 건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