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되기
네버엔딩 스토리(한 여자 이야기) 2003/12/24 22:31   http://blog.azoomma.com/liebe980/110476


 올 크리스마스 선물은 무얼할까...두어달 전부터 우리 부부는 고심에 빠졌고 아이의 의중을 떠보기를 수십번 했지만 이거다..하는 구체적인 선물을 결정못한 채 오늘...즉, 이브를 맞이했다.

 

 급한 마음에 아침에 눈뜬 아이에게 얼른 '우리 승윤이...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 뭐 받고 싶어?'했더니....잠깐 망설이다 고개를 돌리며 '아빠!! 나 디지몬 어드벤쳐 책이랑 디지몬 테이머스 책이랑 디지몬 프로시티어 책 사줘' 이러는거다.

 

우리는 잠깐 침묵했고 곧 아이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자 다시 '내일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 오시잖아...그 때 뭐 받고 싶어?' 라고 또박또박 질문을 던졌다.

 

잠시 아이의 난처한 표정이 이어지더니...

'산타할아버지가 주시는 선물...아빠가 주시는 거  다 알어'

 

우리는 6살 난.....아직은 세상이 무지개 위에 지어졌다고 해도 곧이곧대로 믿을 저 아무 생각없는 아들녀석의 말 한마디에 몰래 준비한 깜짝쑈가 허무하게 물거품이 되는 걸 느꼈다.

 

아빠가 출근하시고 난 후...아이를 잡고 다시 물었다.

'산타 할아버지가 왜 아빠야...? 아니야...산타 할아버지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거 다 봤잖아...?' 일부러 표정과 액션을 오버해서 놀란 척 연기를 했더니....

 

'엄마!! 산타할아버지가....날으는 사슴썰매를 타고 오신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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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렇다.

그 육중한 몸매의 산타 할아버지가 전 세계를 혼자 사슴 몇 마리에 의지한 채 날라 다닐꺼라는 얘기가 얼마나 허황된 얘기인 지 아들녀석에게 얘기해 주면서도 몰랐던 것이다.

 

그래도...

아들녀석 간난아기때부터 다른 건 몰라도 정서교육에 내가 얼마나 힘을 쏟았는데....

 

다니던 유치원도 문제다 싶어 그만두게 하고 하루 2권씩 꼬박꼬박 책을 읽어주려 노력했고 비교적 많은 자연을 접하게 해주려 애썼는데....

 

아...또..아무 것도 모르는 것을 매일매일 무릎위에 누워놓고 '꽃밭에는 꽃들이...'를 얼마나 수없이 반복하며 그저...예쁜 생각만 하기를 소망했건만......

 

내 정서교육에 무엇이 문제길래 아직 6년도 살아내지 못한 아이 입에서....그런 현실적인 얘기가 쏟아져 나오는걸까?

 

그래도 같이 양말을 준비하고 산타할아버지 오신다고 일찍 잠자리에 들게 하는 이벤트를 해 주고 싶었는데.....

 

정말 썰렁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다.

 

***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그래도 뭔가 기분을 내야겠길래...

분위기를 잡으려는 남편을 꼬셔 감자탕 집에서 후식으로 냉면까지 먹고나니 26000원이 나왔다.

 배가 터질 것 같아서 행복하다....쩝쩝